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오늘은 M&A(기업 인수·합병) 거래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분쟁이 발생하는 인수대금 에스크로(escrow) 설정과 클레임 처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중소·중견기업 간 주식양수도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인수대금의 일부를 제3의 계좌에 예치해 두는 에스크로 구조가 표준적인 협상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거래 종결(클로징)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가 사후에 예치금 반환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한국M&A거래소나 회계법인 실사 통계를 보더라도, 인수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진술·보장 위반이 발견되는 비율이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에스크로 조항은 거래 안전장치로서의 실질적 기능을 합니다.
에스크로란 매수인이 지급할 인수대금 중 일부(통상 총액의 10~20%)를 매도인에게 곧바로 지급하지 않고, 은행이나 신탁회사 등 중립적 제3자(에스크로 에이전트) 명의의 계좌에 일정 기간 예치해 두는 구조입니다. 매도인이 계약에서 약속한 사항을 위반했을 때, 매수인이 그 손해를 이 예치금에서 우선 회수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에스크로가 담보하는 대표적 위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크로 분쟁의 상당수는 계약서 조항의 모호함에서 출발합니다. 실무에서는 다음 사항을 특히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을 권합니다.
첫째, 예치금 반환·지급의 조건(release condition)입니다. 어떤 서류가 제출되면 에스크로 에이전트가 자금을 지급하는지를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통상 '양 당사자의 공동 지시서'가 있거나 '확정된 판결·중재판정'이 제출될 때 지급하도록 설계합니다.
둘째, 클레임(손해배상 청구) 제기 절차와 통지 기한입니다. 매수인이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며칠 이내에 서면 통지해야 하는지, 통지서에 손해 산정 근거를 어느 정도까지 기재해야 하는지를 정합니다. 통지 기한을 놓치면 청구권 자체를 잃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셋째, 책임 제한 장치입니다. 개별 클레임 최소금액(de minimis), 누적 기준금액(basket·threshold), 책임 상한(cap)을 설정합니다. 예컨대 개별 500만 원 미만은 청구 불가, 누적 5,000만 원을 넘어야 청구 가능, 총 책임은 인수대금의 20%로 제한하는 식입니다.
매수인이 진술·보장 위반을 발견하면, 실무는 대체로 다음 순서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실무상 자주 문제되는 지점은 손해액의 입증입니다. 진술·보장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그로 인해 대상회사의 가치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매수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우발채무가 실제로 현실화된 금액을 손해로 보는 방식과, 그 위험이 인수가액 산정에 미친 영향을 손해로 보는 방식이 대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M&A 실무에서는 에스크로 대신, 또는 이와 병행하여 진술·보장 보험(W&I 보험)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예치금을 묶어두지 않아도 되고, 매수인 입장에서는 매도인의 자력과 무관하게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보험은 인수하기로 알고 있던 위험이나 특정 우발채무는 담보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에스크로가 이를 보완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정리하면, 에스크로는 단순한 대금 예치 장치가 아니라 거래 이후 발생할 위험을 사전에 배분하는 정교한 협상의 산물입니다. 반환 조건, 클레임 통지 기한, 책임 제한 조항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사후 분쟁의 승패가 갈립니다. 계약서 문언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조항들을 매수인·매도인 각자의 위치에서 촘촘하게 검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