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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업 · 투자·벤처투자·스톡옵션 2026.09.16 조회 3

벤처 M&A 후 창업자 록업·경업금지, 어디까지 지켜야 하나

신
신대식 변호사

오랜 시간 공들여 키운 회사를 좋은 조건에 매각하고 나면,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겠다 싶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벤처 기업 M&A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때부터 창업자가 지켜야 할 여러 의무가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매각 대금 일부가 몇 년에 걸쳐 나뉘어 지급되거나, 창업자가 일정 기간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하는 조건이 붙는 일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M&A 이후 창업자에게 남는 후속 의무가 실무에서 어떤 문제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서울에서 헬스케어 앱 스타트업을 운영하던 39세 김대표는, 상장을 준비하던 중견 IT기업에 회사 지분 전량을 약 85억 원에 매각했습니다. 계약에는 대금 중 30억 원을 3년에 걸쳐 나눠 받는 조건(어른아웃)과, 김대표가 인수 후 2년간 CTO로 재직해야 한다는 조항, 그리고 5년간 동종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 약정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수 1년 만에 새 경영진과 갈등이 생기면서, 김대표는 회사를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1. 록업과 어른아웃, 중도 이탈하면 대금은 어떻게 되나

가장 먼저 걱정되시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일 것입니다. 김대표처럼 매각 대금의 상당 부분이 어른아웃(earn-out, 인수 후 실적이나 재직 조건 충족 시 분할 지급되는 대금) 방식으로 설계된 경우, 계약에서 정한 재직 의무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나오면 잔여 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이 큽니다.

실무에서 보면 이런 계약에는 대개 두 종류의 조항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록업(lock-up, 창업자가 일정 기간 회사에 남거나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 록업 위반 시 잔여 대금 지급을 정지하거나 감액하는 조항입니다. 핵심은 이탈의 사유가 누구에게 있느냐입니다.

창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스스로 떠나는 경우: 잔여 대금 상실 또는 위약금 부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수기업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해 재직이 어려워진 경우(예: 약정한 권한 미부여, 부당한 처우): 오히려 창업자가 대금 지급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건강·가족 등 불가피한 사유: 계약서에 예외 규정이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김대표의 경우, 단순히 새 경영진과 마음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떠난다면 잔여 30억 원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새 경영진이 계약에서 약속한 CTO로서의 결정 권한을 실질적으로 박탈했다면, 이는 인수기업 측의 계약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2. 경업금지 약정, 5년은 정말 다 지켜야 할까

회사를 떠나더라도 5년간 같은 분야에서 일하지 못한다는 약정은 창업자에게 상당히 무거운 족쇄로 다가옵니다. 특히 헬스케어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 5년은 사실상 커리어의 큰 공백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경업금지 약정이 무제한으로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법원은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봅니다. 약정을 통해 보호하려는 인수기업의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 금지 기간과 지역·업종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지 않은지, 그리고 창업자가 그 대가로 충분한 보상(매각 대금 등)을 받았는지 등이 기준이 됩니다.

M&A 상황에서는 창업자가 회사를 판 대가로 수십억 원의 대금을 받았다는 점 때문에, 단순 근로자의 경업금지보다 약정이 유효하게 인정될 여지가 넓은 편입니다.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창업자의 기술과 인맥이 곧바로 경쟁사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가를 지급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5년이라는 기간, 그리고 금지되는 사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면 그 일부는 무효로 조정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헬스케어 관련 일체의 사업'처럼 범위가 막연하게 넓다면, 실제 인수한 사업과 직접 경쟁하는 영역으로 한정 해석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3. 진술·보장 위반과 손해배상, 매각 후에도 따라오는 책임

많은 창업자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진술 및 보장(대상 회사의 재무·법률·지식재산 등에 대해 매도인이 사실이라고 약속하는 내용) 조항입니다. 매각 당시 회사에 숨은 부채나 미공개 소송, 특허 하자 등이 있었다면, 인수 후에 이것이 드러날 경우 창업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보통 이 책임은 계약서에 정한 존속 기간(예: 1~2년) 동안 유지되며, 인수기업은 그 기간 내에 문제를 발견하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배상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매각 대금 일부를 에스크로(제3자 예치) 계좌에 묶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대표가 받지 못하고 있는 잔여 대금 중 일부가 사실은 이런 배상 담보 목적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M&A 이후 갈등이 생겼을 때는, 단순히 '나가고 싶다'는 감정만으로 움직이기보다 계약서의 어떤 조항이 서로 맞물려 있는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적으로 이렇게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정리하면, M&A 이후 창업자에게 남는 의무는 크게 재직(록업)·경업금지·진술보장 세 축으로 구성되며, 이들이 잔여 대금 지급 조건과 촘촘히 연결돼 있습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수십억 원의 대금을 잃을 수 있는 반면, 상대방의 계약 위반을 차분히 입증하면 오히려 대금을 지켜내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재직 중 부당한 처우가 있었다면, 이메일·회의록 등으로 구체적 정황을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경업금지 약정은 기간과 범위가 과도하지 않은지 계약 단계에서부터 조정을 시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잔여 대금의 성격(어른아웃인지, 에스크로 담보인지)을 명확히 구분해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계약서의 문구 하나하나가 결국 몇 년 뒤 창업자의 손에 남는 금액과 자유를 결정합니다. 이미 서명한 계약이라도 조항 간의 관계를 다시 짚어 보면 생각보다 선택지가 넓은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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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식 변호사의 코멘트
벤처 M&A 사건을 다루면서 보면, 창업자분들이 대금에만 집중하다 후속 의무 조항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어른아웃과 경업금지가 맞물린 구조에서는 이탈 사유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잔여 대금을 좌우합니다. 갈등이 감지되는 시점부터 증빙을 남기며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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