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판결문을 넘어선 종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합니다
퇴근길에 타던 전동 킥보드의 브레이크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넘어졌다면, 내 부주의일까요 아니면 제품 결함일까요. 최근 전동 킥보드 이용이 늘면서 배터리 화재, 핸들 분리, 브레이크 오작동 같은 사고 상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합니다. 전동 킥보드는 제조물책임법(PL법)이 적용되는 전형적인 공산품입니다. 제조물의 결함으로 사용자가 다치거나 다른 재산에 손해를 입었다면, 제조업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중요한 점은, 일반적인 손해배상과 달리 제조사의 고의나 과실을 직접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조물책임은 제조사가 잘못했는지가 아니라, 제품에 '결함'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무과실책임에 가깝습니다. 즉 결함과 그로 인한 손해만 입증하면 됩니다.
제조물책임법은 결함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어느 하나에만 해당해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다투기 쉬운 쟁점은 '정상적으로 사용했는가'입니다. 사용자가 개조했거나, 명시된 하중을 초과했거나, 권장 충전기가 아닌 다른 충전기를 썼다면 제조사가 책임을 벗어날 여지가 생깁니다.
소비자가 제품 내부 구조를 완벽히 분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개정 제조물책임법은 일정 요건을 갖추면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 줍니다. 피해자가 다음을 증명하면 제조사가 반대로 '결함이 없었다'를 입증해야 합니다.
① 해당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 지배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사실, ② 그 손해가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중에 발생했다는 사실, ③ 그 손해가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제조 후 3개월밖에 안 된 킥보드를 설명서대로 충전하고 타던 중 배터리가 폭발했다면, 이 세 가지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 결함 추정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사고가 제조사 책임으로 귀결되지는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 배상이 제한되거나 어려워집니다.
첫째, 사용자 과실이 큰 경우입니다. 음주 운전, 2인 탑승, 신호 위반 등 본인의 중대한 과실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면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크게 줄 수 있습니다.
둘째, 임의 개조·수리입니다. 속도 제한을 풀거나 비정품 배터리로 교체한 뒤 발생한 사고는 제조사 책임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셋째, 제척기간입니다. 손해와 책임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제조물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합니다. 다만 신체 손상이 일정 기간 잠복해 나타나는 경우는 별도로 계산됩니다.
제조물책임 사건의 승패는 사고 직후 증거 확보에서 갈립니다. 요점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파손된 킥보드 자체를 폐기하지 말고 그대로 보관하세요. 가장 중요한 증거입니다. 둘째, 사고 현장과 파손 부위를 다각도로 사진·영상 촬영합니다. 셋째, 치료를 받은 진단서와 병원비 영수증을 모읍니다. 넷째, 구매 영수증, 모델명, 제조번호, 설명서를 챙깁니다.
공유 킥보드(대여 서비스)라면 운영 업체와 제조사가 모두 상대가 될 수 있고, 책임 관계가 복잡해집니다. 이 경우 사고 발생 즉시 앱에 신고하고 접수 내역을 캡처해 두어야 합니다. 결함 여부를 다투려면 결국 전문 감정이 필요하므로, 제품을 원형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