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누군가에게 안 좋은 말을 들었거나, 반대로 본인이 쓴 글 때문에 고소를 당하셨다면 정말 걱정이 크시죠. 특히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형법상 명예훼손은 비슷해 보이지만 처벌 수위와 성립 요건이 상당히 다릅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이 둘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A씨(34세, 여성)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전 거래처 대표 C씨에 대해 "디자인 비용 350만 원을 6개월째 안 주고 있다, 사기꾼이다"라는 글을 작성했습니다. 글에는 C씨의 업체명과 실명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인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47세, 남성)는 동네 모임 자리에서 경쟁 업체 사장 D씨를 향해 "저 사람은 식재료를 불법으로 유통하고 있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지만, 적용되는 법률과 처벌 수위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명예훼손은 다 같은 거 아닌가요?"라고 물으시는데, 핵심은 어떤 매체를 통해 명예훼손이 이루어졌는지에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정보통신망)에 글을 게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적용
사실 적시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허위사실 적시 시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오프라인 모임에서 구두로 발언
형법 제307조 적용
사실 적시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허위사실 적시 시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
보시는 것처럼, 같은 내용의 명예훼손이라도 온라인을 통한 경우가 처벌이 훨씬 무겁습니다. 정보통신망을 통한 게시물은 불특정 다수에게 빠르게 확산되므로 피해의 범위와 회복 난이도가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A씨 사례에서 C씨가 실제로 디자인 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면 어떨까요? 이 부분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실이라고 해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07조 제1항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모두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되면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그 요건은 다음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A씨의 경우, 미지급 사실이 진실이더라도 C씨의 실명과 업체명을 공개한 것이 순수하게 공익 목적이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만약 개인적 감정이나 보복 목적이 인정되면 위법성 조각이 어려워집니다.
반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이 위법성 조각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사실관계 확인 없이 글을 올리셨다면 상황이 훨씬 불리해집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를 보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형법상 명예훼손은 양형(형량 결정)과 합의 과정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의 특징
- 게시물의 조회수, 댓글 수, 확산 정도가 양형에 직접 영향
- 게시물 삭제 여부와 삭제 시점이 정상참작 요소
- 합의금 수준이 형법상 명예훼손 대비 평균 2~3배 높은 경향
- 반의사불벌죄가 아님 (피해자가 처벌불원해도 기소 가능)
형법상 명예훼손의 특징
- 발언이 이루어진 장소, 청취자 수 등이 양형에 영향
- 반의사불벌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 기각)
- 상대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면 불기소 처분 가능성이 높음
특히 주목하셔야 할 점은 반의사불벌죄 여부입니다. 형법상 명예훼손(형법 제312조 제2항)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면 기소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합의를 통해 해결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실무적으로는 합의가 되면 기소유예나 약식 처분으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법적으로는 합의했다고 반드시 안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A씨는 고소를 당한 뒤 즉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C씨에게 사과 및 합의금 200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 사건이므로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데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되었습니다. 게시물이 약 3,000회 조회된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조기 삭제와 진지한 반성이 참작되었습니다.
B씨는 D씨와 직접 만나 사과하고 합의금 80만 원에 합의한 후, D씨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 형법상 반의사불벌죄이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많은 분들이 "사실인데 왜 처벌받아야 하느냐"고 억울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법적으로는 아래 사항들을 미리 점검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라인이 일상이 된 시대에 한 번의 글이 형사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발언보다 법정 형량이 무겁고 합의만으로 종결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