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던 40대 자영업자 김모 씨는 가게를 넘기면서 후임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 4,500만 원을 받기로 구두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잔금일이 다가오자 후임자가 "그런 금액을 약속한 적 없다"며 1,500만 원만 주겠다고 태도를 바꿨습니다. 김 씨에게는 제대로 된 계약서가 없었습니다.
"권리금은 어차피 관행인데, 계약서를 꼭 써야 하나요? 쓴다면 어떻게 써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상담 현장에서 보면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오늘은 권리금 계약서의 작성 방법과 그 법적 효력에 대해 김 씨의 사례를 중심으로 짚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셔야 합니다. 권리금 약정은 구두로도 성립하지만, 분쟁이 생겼을 때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주고받기로 했는지"를 입증하지 못하면 사실상 권리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김 씨의 경우처럼 구두 약속만 있었다면, 후임자가 금액을 부인할 때 대화 녹음이나 문자메시지 같은 보조 증거가 없으면 4,500만 원을 받아내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민사소송으로 가더라도 입증 책임은 돈을 받으려는 쪽, 즉 김 씨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2015년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을 법적으로 명문화했고, 국토교통부는 권리금 표준계약서(표준 양식)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표준계약서를 기본 틀로 활용하면 누락되는 조항 없이 안전하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권리금 계약서는 단순히 "얼마를 받는다"만 적어서는 부족합니다. 분쟁의 불씨가 되는 항목을 미리 명확히 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네 번째 항목이 중요합니다. 후임자가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을 맺지 못하면 가게에 들어올 수 없으므로 권리금 거래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따라서 "신규 임대차계약이 성립하지 않으면 권리금 계약은 자동 해제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조항을 넣어두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안전합니다.
제대로 작성된 권리금 계약서는 당사자 사이에 구속력 있는 민사 계약으로서 효력을 가집니다. 즉 약속을 어긴 쪽에게 계약 이행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만약 김 씨가 "권리금 4,500만 원, 잔금일 ○월 ○일"이 명시된 계약서를 가지고 있었다면, 후임자가 금액을 부인하더라도 계약서라는 명확한 증거로 나머지 3,000만 원을 청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상대가 계약금을 치른 뒤 일방적으로 거래를 깬 경우라면 위약금 조항에 따라 계약금을 몰취하거나 추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권리금 계약서를 아무리 잘 써도, 건물주가 임대차 갱신을 거절하거나 과도한 조건을 내세워 후임자와의 계약을 방해하는 상황까지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이 경우는 별도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책임을 따져야 하는 영역입니다.
권리금은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이 오가는 거래입니다. 그런데도 "아는 사이니까", "관행이니까" 하며 구두로 끝내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국토교통부 표준계약서를 기본으로 활용하되, 양도 대상 목록과 지급 일정, 임대차계약 체결 조건, 위약금 규정을 반드시 특정해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금액이 크거나 임대인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조항 하나하나를 점검하는 것이 뒷날의 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