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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업 · 공정거래·가맹·하도급·대리점 2026.10.03 조회 1

거래상 지위 남용, 을의 입장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

김
김태운 변호사

납품 단가를 일방적으로 깎자는 통보를 받으셨거나, 반품할 수 없는 물건을 떠안으셨거나, 거래를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비용을 부담해야 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거래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기울어 있을 때, 흔히 말하는 '을'의 위치에 계신 분들이 가장 자주 마주하는 어려움이 바로 거래상 지위 남용입니다.

오늘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 남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피해를 입으셨을 때 어떤 길이 열려 있는지 차분히 짚어보려 합니다.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문제라고 느끼셨다면, 이 글이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왜 '거래상 지위 남용'이 문제가 될까요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접수하는 불공정거래 신고 가운데 상당 비중이 거래상 지위 남용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현장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거래라는 것이 본래 대등한 두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합의여야 하는데, 한쪽이 상대방의 사업 존립을 쥐고 있다 보니 '합의'라는 이름으로 부당한 요구가 관철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실무에서 보면, 피해를 입은 분들 상당수가 '거래가 끊길까 봐' 당장은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참다가, 거래가 종료된 뒤에야 상담을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이 이를 규율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장의 힘이 한쪽으로 쏠렸을 때, 약한 쪽을 보호하지 않으면 공정한 거래 질서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5조는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어떤 행위가 남용에 해당할까요

거래상 지위 남용은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공정위 심사지침에서 정하는 대표적인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입강제
거래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도록 강요하는 행위입니다. '밀어내기'라 불리는 과도한 물량 떠넘기기가 대표적입니다.
이익제공 강요
정당한 이유 없이 금전이나 물품, 각종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행위입니다.
판매목표 강제
상대방에게 일정한 판매 목표를 정해 두고 달성을 강요하는 행위입니다.
불이익 제공
거래 조건을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바꾸거나, 대금 지급을 미루는 등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다툼이 잦은 유형입니다.
경영간섭
임직원 선임이나 거래처 선택 등 상대방의 경영 활동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거래상 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이 거래를 중단하면 사업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관계, 즉 거래 의존도가 높아 쉽게 거래처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거래상 지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해를 입으셨다면, 어떤 길이 있을까요

부당한 대우를 받으셨다고 해서 혼자 끙끙 앓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도적으로 여러 대응 방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 거래상 지위 남용 사실을 공정위에 신고하면 조사를 거쳐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비용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 남용 행위로 입은 실제 손해에 대해 민사소송으로 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일정 요건 아래 손해액 추정 규정도 두고 있어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줍니다.

분쟁조정 신청 —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을 통한 조정 절차는 소송보다 빠르고 원만하게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의 확보입니다. 부당한 요구가 담긴 문자나 이메일, 거래 조건 변경을 통보한 공문, 발주서와 반품 내역, 당시 상황을 기록한 메모 등은 모두 결정적인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당장은 사소해 보여도, 나중에 보면 사건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의 거래 환경, 그리고 당부

최근 몇 년 사이 거래상 지위 남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규제 강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과거에는 '관행'이라며 넘어가던 일들이 이제는 명백한 법 위반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거래 과정을 문서로 명확히 남기고, 부당한 요구에는 기록을 통해 대응하는 문화가 점차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거래가 끊길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닐 때도 있습니다. 부당함을 인지하셨다면, 적어도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아는 것만으로도 협상의 균형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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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운 변호사의 코멘트
이 분야를 다루면서 느낀 점은, 피해를 입으신 분들 대부분이 거래 단절을 우려해 때를 놓친다는 것입니다. 부당한 요구가 담긴 문자나 공문은 반드시 원본 그대로 보관해 두셔야 하며, 거래상 지위 인정 여부가 사건의 성패를 가르는 만큼 가능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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