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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계약 · 계약해지·위약금·계약불이행 2026.10.22 조회 0

이행 최고 없이 계약해제 가능한 경우, 사례로 알아봅니다

손수혁 변호사
선우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오늘은 이행 최고(상대방에게 의무를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절차)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계약을 맺은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원칙적으로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촉구한 뒤에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이러한 최고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해제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A씨(43세, 대전)는 카페 창업을 준비하던 B씨(37세)와 2,800만 원 규모의 매장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에는 "B씨의 개업 예정일인 11월 1일까지 공사를 완료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개업 전단지 배포와 오픈 행사까지 예약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A씨는 자재 수급 문제를 이유로 공사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11월 1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B씨는 A씨에게 다시 기한을 주고 기다려야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례에서 핵심 쟁점을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하겠습니다.

첫째, 최고가 원칙인 이유

민법 제544조는 채무자가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이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이 없을 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채무자에게 마지막으로 의무를 이행할 기회를 주어 계약 관계를 가급적 유지하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단순히 이행을 늦추고 있는 일반적인 지체 상황에서는, 먼저 기한을 정해 이행을 촉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절차를 건너뛰고 해제하면 해제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둘째,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는 예외 상황

그러나 모든 경우에 최고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민법은 최고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으며,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1정기행위 — 계약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특정 일시 또는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민법 제545조). 이 경우 기한이 지나면 최고 없이 바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 2이행거절 —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입니다. 이미 이행 의사가 없음이 분명하므로 최고는 무의미합니다.
  • 3이행불능 —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경우입니다(민법 제546조). 예를 들어 매매 목적물이 멸실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사례의 B씨의 경우, 계약서에 개업 예정일인 11월 1일이라는 확정된 기한이 있었고, 그 날짜까지 공사가 완료되어야만 정상적인 개업이 가능했습니다. 즉 특정 기한 내 이행이 계약의 목적 달성에 결정적인 정기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B씨는 A씨에게 별도로 기한을 다시 주지 않고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며칠까지 해달라"고 적어 둔 것만으로 모든 계약이 정기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의 목적 자체가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셋째, 해제 통보와 손해배상의 실무

최고 없이 해제가 가능한 경우라도, 해제의 의사표시 자체는 반드시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해제는 상대방에게 통지가 도달해야 효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다툼을 대비해 내용증명 우편으로 해제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방법을 권합니다.

또한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청구는 별개입니다. B씨는 계약을 해제하는 동시에, A씨의 공사 미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지연된 개업으로 인한 임대료 손실, 취소된 오픈 행사 비용 등)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손해의 범위와 금액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하면, 이행 최고는 계약 해제의 원칙적 전제이지만, 정기행위·이행거절·이행불능과 같은 예외에서는 최고 없이도 해제가 가능합니다. 다만 자신의 상황이 예외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잘못 판단해 해제를 통보하면 오히려 자신이 계약 위반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손수혁
손수혁 변호사의 코멘트
선우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실무에서 보면 정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섣불리 해제를 통보했다가, 오히려 해제가 무효가 되어 곤란해지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계약서 문구와 거래 정황을 함께 따져봐야 하므로, 해제 통보 전에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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