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가장 많은 혼동을 일으키는 위탁계약과 도급계약의 법적 차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두 계약은 실무에서 비슷하게 쓰이지만, 법적 성격과 책임 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계약서 제목을 무엇으로 붙이느냐보다 실제 계약 내용이 어떤 성격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업체에 일을 맡기려고 하는데, 계약서를 위탁계약으로 써야 할지 도급계약으로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둘은 무엇이 다르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계약을 가르는 핵심 기준은 '일의 완성(결과물)'을 목적으로 하느냐, '사무의 처리(과정)'를 목적으로 하느냐입니다. 이 차이가 대금 지급 시점, 하자담보책임, 계약 해지 요건까지 전부 좌우합니다.
먼저 법적 근거부터 정리하겠습니다. 도급계약은 민법 제664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당사자 일방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입니다. 즉 '완성된 결과물'이 핵심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건물 신축공사, 홈페이지 제작, 디자인 납품 등입니다. 건물이 완성되어야 하고, 홈페이지가 작동해야 보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위탁계약은 민법상 위임(제680조)을 기초로 한 계약입니다. 일정한 '사무의 처리'를 맡기는 것으로, 결과물의 완성이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의 성실한 주의의무'가 핵심입니다. 회계장부 관리, 법률 자문, 부동산 중개, 운영 대행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계약의 성격이 달라지면 당사자의 권리·의무가 크게 달라집니다. 핵심 차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겠습니다.
도급계약에서는 일이 완성되어야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중단되면 완성 정도에 따라 일부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탁계약은 사무를 처리한 기간이나 투입된 노력에 따라 보수가 정해지므로,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도 처리한 부분에 대한 보수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도급계약에는 하자담보책임이 적용됩니다. 완성물에 하자가 있으면 수급인(일을 맡은 쪽)은 하자 보수, 손해배상, 대금 감액 등의 책임을 집니다. 반면 위탁계약에는 원칙적으로 하자담보책임이 없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다했는지가 책임의 기준이 됩니다.
위탁(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89조). 반면 도급계약은 일이 완성되기 전까지 도급인(일을 맡긴 쪽)이 손해를 배상하고 해지할 수 있으나, 수급인 측의 임의 해지는 제한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계약서 제목이 '위탁계약서'라고 해서 법적으로 위탁계약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과 당사자의 의사를 기준으로 계약 성격을 판단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혼동
'운영 위탁'이라는 이름으로 계약했지만, 실제 내용이 '특정 결과물의 완성 및 납품'이라면 법적으로는 도급계약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작 도급'이라고 했어도 지속적인 관리·운영 업무가 핵심이라면 위탁 성격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계약 안에 도급과 위탁 성격이 섞여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시스템을 구축(도급)하고 일정 기간 유지보수(위탁)한다'는 계약이 그렇습니다. 이 경우 각 부분에 적용되는 법리가 달라지므로, 계약서에서 업무별로 대금·책임·기간을 명확히 구분해 두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첫째, 업무의 목적을 '결과물 완성'인지 '사무 처리'인지 명확히 기재합니다.
둘째, 대금 지급 조건을 성격에 맞게 구체화합니다(완성 기준 vs 기간·단가 기준).
셋째, 하자담보책임 또는 주의의무의 범위와 기간을 명시합니다.
넷째, 해지 사유와 해지 시 정산 방법을 반드시 규정합니다.
정리하면, 위탁계약과 도급계약의 선택은 '명칭'이 아니라 '실질'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내가 원하는 것이 '완성된 결과물'인지 '성실한 업무 처리'인지를 먼저 분명히 하고, 그에 맞게 조항을 설계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