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해외 직구가 일상이 되면서, 또 저렴한 수입 생활용품과 전자제품이 우리 집 곳곳을 채우면서 수입품 결함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해외직구 반입 건수는 매년 수억 건에 이르고, 그만큼 리튬배터리 발화, 유해물질 검출, 부품 파손 같은 사고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사고가 났을 때입니다. 제품을 만든 회사는 바다 건너 멀리 있고, 정작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막막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수입품 결함 사고에서 수입업자와 해외 제조사의 책임이 어떻게 나뉘는지, 소비자가 실제로 보상을 받으려면 어떤 점을 알아야 하는지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해외직구로 들여온 제품도 국내에서 판매·유통되는 과정을 거치면, 소비자는 제조물 책임법(PL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국내 수입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함 있는 제품으로 다치셨는데, 정작 그 제품을 만든 회사가 외국에 있다면 소송 자체가 참 어렵게 느껴지실 겁니다. 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거나, 외국 기업을 상대로 국내 판결을 집행하는 일은 시간도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법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수입업자에게도 제조업자와 동일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조물 책임법은 제품을 '업으로서 수입한 자'를 제조업자로 보아,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재산에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수입업자가 곧 책임 주체가 되는 셈입니다.
제조물 책임법상 '제조업자'의 범위
· 제품을 직접 제조·가공한 자
· 제품을 수입한 자 (수입업자)
· 자신을 제조업자로 표시하거나 오인하게 한 자 (예: 자사 상표 부착)
이 조항 덕분에 소비자는 멀리 있는 해외 제조사를 뒤쫓지 않고도, 국내에서 손쉽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이 사실을 모르고 '외국 회사라 포기해야 하나' 하고 지레 단념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렇다면 수입업자가 책임을 다 지고 끝나는 걸까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입업자든 제조사든 손해를 배상받으면 되지만, 실제로는 두 당사자 사이에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가 또 다른 쟁점이 됩니다.
수입업자가 소비자에게 먼저 배상한 뒤, 결함의 근본 원인이 제조 과정에 있었다면 해외 제조사를 상대로 구상권(대신 물어준 돈을 되돌려 받을 권리)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입업자가 보관·운송·재포장 과정에서 결함을 일으켰다면, 그 부분은 수입업자 자신의 책임으로 남습니다.
여기에 더해, 많은 분들이 놓치시는 부분이 바로 표시상 결함입니다. 제품 자체는 멀쩡해도 한글 사용설명서나 경고문구가 부실해 소비자가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이는 국내 유통을 담당한 수입업자의 책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입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안전 표시를 소홀히 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결함을 소비자가 다 증명해야 한다면 너무 어렵지 않나'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과거에는 실제로 소비자가 제품의 구체적인 결함과 그 원인을 모두 밝혀야 해서 벽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제조물 책임법은 소비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습니다. 소비자가 ①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② 그 영역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③ 결함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을 손해라는 점을 보이면, 제품에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손해가 생긴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제조·수입업자 쪽에서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반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피해를 입으셨다면 이것부터 챙기세요
· 사고 당시 제품과 파손된 부위의 사진·영상
· 구매 내역, 결제 기록, 제품 포장과 설명서
· 병원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 등 손해 자료
· 가능하다면 결함 제품 자체를 폐기하지 말고 보관
특히 결함이 의심되는 제품은 절대 버리지 않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품이 남아 있어야 전문기관 감정을 통해 결함을 규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 직후 당황한 마음에 치워버리고 나서 나중에 아쉬워하시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접합니다.
해외직구와 수입품 거래가 더욱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소비자 안전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분쟁도 함께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플랫폼을 통한 구매, 구매대행, 병행수입 등 유통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누가 수입업자인가'를 가리는 문제 자체가 쟁점이 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법의 방향성은 더 강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피해를 입으셨을 때 '외국 제품이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시기보다는, 국내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차근차근 증거를 갖추어 대응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