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리모델링이나 상가 인테리어, 소규모 신축을 맡길 때 공사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무등록 건설업자와 계약을 맺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사에 문제가 생기거나 대금 다툼이 벌어지면 "이 계약 자체가 무효 아니냐"는 걱정이 뒤따르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 놓이신 분들의 마음, 충분히 이해됩니다. 계약서에 도장은 찍었는데 상대가 무자격자라니, 돈을 줘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막막하실 겁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
핵심부터 말씀드리면, 무등록 건설업자와 맺은 공사 계약이라도 사법상(민사상) 계약으로서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많은 분들이 "등록도 안 된 업자니까 계약 자체가 없던 일이 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이 건설업 등록 의무를 규정하고 무등록 시공을 처벌하는 것은, 부실시공을 막고 건설 질서를 유지하려는 행정적·형사적 규제입니다. 즉 등록하지 않은 업자를 단속하고 벌하기 위한 규정이지, 당사자 사이에 이미 체결한 계약의 민사적 효력까지 없애버리려는 취지는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따라서 공사가 실제로 이행되었다면, 발주자(공사를 맡긴 사람)는 그에 상응하는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무등록 업자니까 돈을 한 푼도 안 줘도 된다"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민법상 계약이 무효가 되려면 '강행법규(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규)를 위반'했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등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건설산업기본법의 등록 규정은 이른바 '단속규정'에 해당합니다. 단속규정이란 위반 시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지만, 그 위반 행위로 맺어진 사법상 계약의 효력까지는 부정하지 않는 규정을 말합니다. 반대로 '효력규정'을 위반하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정리하면
· 무등록 업자 →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등) 대상
· 그러나 발주자와 맺은 공사 계약은 민사상 유효
· 실제 시공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사대금 청구 가능
다만 예외도 있습니다. 계약 내용 자체가 애초에 불법 건축물을 짓기로 하는 등 사회질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라면, 그때는 계약의 효력이 부정될 여지가 생깁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이며, 단순히 상대가 등록을 안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등록 업자와의 계약이 발주자에게 아무 불이익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지점을 짚어드리겠습니다.
첫째, 부실시공 위험이 큽니다. 무등록 업자는 하자보수 능력이나 자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하자가 생겨도 보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하자보증(공사보증서)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대금을 깎을 수는 있어도 전면 거부는 어렵습니다. 공사에 하자가 있다면 하자에 상응하는 금액을 공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상계할 수 있지만, 멀쩡히 시공된 부분에 대한 대금 지급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공사대금을 지급했더라도 업자의 처벌과는 별개입니다. 발주자가 무등록 사실을 알고도 계약했다 하여 발주자까지 처벌받는 것은 아니지만, 불법 증·개축을 의뢰하는 등의 경우에는 발주자도 책임을 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업자 입장에서도, 계약이 유효하니 대금을 받을 수 있는 한편 등록 위반에 따른 형사 책임은 그대로 남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계약서상 금액, 추가공사 범위, 하자 처리 방식을 명확히 정해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