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태희 박재홍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상담 현장에서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20대 초반의 한 청년이 창백한 얼굴로 찾아와 "상대방이 성인인 줄 알았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SNS에서 만난 상대가 자신을 대학생이라 소개했고, 외모도 성인처럼 보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나이는 열세 살이었습니다. 이 청년은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고, 뒤늦게 그 법적 무게를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온라인 메신저와 SNS를 통한 미성년자 접촉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디지털 추적 역량이 강화되면서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던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의제강간의 연령 기준과 처벌 수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의제강간(擬制强姦)이라는 말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강간으로 간주한다'는 뜻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전혀 없었고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동의했더라도, 일정 연령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적 행위를 하면 법적으로 강간과 동일하게 처벌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동의가 있었느냐"를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어린 미성년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자신의 성적 행위를 스스로 결정할 능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그들의 동의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형법은 의제강간의 기준 연령을 두 단계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2020년 법 개정으로 기준이 강화된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3세 미만은 상대방이 누구든 무조건 처벌됩니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은 '19세 이상 성인'이 상대일 때 처벌됩니다. 과거에는 13세 미만만 기준이었으나, 개정을 통해 16세 미만까지 보호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청년의 사례처럼 상대가 13세였다면, 그의 자발적 동의나 외모, 거짓 나이 소개와 무관하게 의제강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의제강간은 '간주'라는 표현 때문에 가볍게 여겨지기 쉽지만, 실제 처벌 수위는 일반 강간죄와 동일합니다. 형법상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고, 유사성행위나 추행의 경우에도 각각 상응하는 무거운 형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이 함께 적용되어 형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된 조항이 많아, 선고 시 실형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또한 유죄가 확정되면 형벌 그 자체 외에도 신상정보 등록, 공개·고지 명령, 취업제한 명령 등 이른바 보안처분(부가적 제재)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보면 이러한 부수적 제재가 당사자의 향후 삶에 미치는 영향이 형벌 못지않게 크다는 점을 강조드립니다.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상대가 성인인 줄 알았다"입니다. 법적으로 이는 고의(범죄를 저지르려는 인식) 유무와 관련됩니다. 형사처벌은 원칙적으로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므로, 상대의 연령을 전혀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항변이 받아들여지기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수사기관은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 만남의 경위, 상대방의 외형과 행동, 학교나 생활 환경에 대한 언급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단순히 "어려 보이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는 고의가 없었다고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특히 메신저 대화에서 상대가 교복, 학교, 학년 등을 언급한 정황이 있다면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나이를 속인 객관적 자료가 있다면 방어 논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적 대응은 해마다 엄격해지는 추세입니다.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을 매개로 한 사건의 적발 가능성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습니다.
결국 핵심은 명확합니다. 상대방이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순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성적 접촉은 중대한 형사책임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수사 대상이 된 경우라면, 사건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객관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