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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혼·상속 · 국제이혼·국제양육권 2026.03.30 조회 28

자녀를 해외로 데려간 경우 국제적 아동탈취에 해당할까

김성관 변호사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오늘은 이혼 과정에서 또는 별거 중에 한쪽 부모가 자녀를 해외로 데려간 경우, 이것이 국제법상 아동탈취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국제결혼과 해외 거주 가정이 증가하면서, 이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3년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헤이그 협약」에 가입했으며, 2024년 기준 협약 체약국은 103개국에 달합니다. 국내에서도 매년 수십 건의 반환 신청이 접수되고 있어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첫째, 국제적 아동탈취란 무엇인가

국제적 아동탈취(International Child Abduction)란 한쪽 부모가 상대 부모의 양육권(custody rights)을 침해하면서, 자녀를 그 상거소국(아이가 평소 살던 나라)에서 다른 국가로 데려가거나, 약속된 기간이 지난 후에도 돌려보내지 않는 행위를 말합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단순히 "외국에 데려갔다"는 사실만으로 탈취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헤이그 협약은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불법적 이동(wrongful removal) 또는 불법적 유치(wrongful retention)로 판단합니다.

1
양육권의 존재이동 직전 상대 부모에게 법적 양육권 또는 공동양육권이 있었어야 합니다. 양육권은 법률, 법원 판결, 행정결정, 당사자 합의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양육권의 실질적 행사상대 부모가 단지 서류상 권리만 가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양육에 관여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오랜 기간 자녀와 교류가 없었다면 이 요건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3
동의 없는 국경 이동상대 부모의 사전 동의 또는 사후 승낙이 없었어야 합니다. 명시적 동의는 물론, 묵시적 동의도 인정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둘째, 탈취와 합법적 출국의 경계선

실무에서 가장 다툼이 되는 부분은 "동의 여부"와 "상거소국의 판단"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동의의 범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 어머니가 미국인 아버지에게 "아이와 한국에 3주간 친정 방문을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아버지는 3주간의 방문에는 동의했지만 영구 체류에는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3주가 지난 시점부터 불법적 유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보면, 출국 전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이메일, 항공권 왕복 여부, 현지 학교 재학 상태 등이 "동의 범위"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편도 항공권만 구매했다면 처음부터 귀국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기 쉽습니다.

상거소국(habitual residence) 판단입니다. 헤이그 협약은 자녀가 "상거소"를 둔 국가로의 반환을 원칙으로 합니다. 상거소란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아이가 사회적으로 통합되어 생활하던 곳을 의미합니다. 체류 기간, 학교 등록, 언어 사용, 사회적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태어나 계속 한국에서 살았던 아이를 한국인 부모가 데리고 한국에 머무는 것은 탈취가 아닙니다. 반대로 미국에서 5년간 거주한 아이를 한국으로 일방적으로 데려왔다면, 아이의 상거소국은 미국이므로 탈취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탈취로 판단되면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가

헤이그 협약에 따른 반환 절차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중앙당국에 반환 신청남겨진 부모가 자국 또는 상대국 중앙당국(한국은 법무부)에 반환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비용은 원칙적으로 무료이며, 중앙당국이 상대국 당국과 협력하여 아동의 소재를 확인합니다.
2
법원 반환 심리한국에서는 서울가정법원이 전속관할로 심리합니다. 협약은 신청 접수 후 6주 이내 결정을 권고하고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반환 결정 또는 거부법원은 원칙적으로 아이를 상거소국으로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립니다. 다만 예외적 거부 사유가 인정되면 반환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넷째, 반환이 거부되는 예외 사유

협약 제13조는 반환 거부가 가능한 예외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쟁점입니다.

중대한 위험(grave risk) - 아이를 돌려보내면 신체적, 심리적 해악에 노출되거나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 가정폭력이 대표적이지만, 단순한 경제적 불편이나 환경 변화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아동의 이의(child's objection) - 아이가 충분한 연령과 성숙도에 도달하여 반환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통상 만 10세 이상부터 고려되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닙니다.

1년 경과 후 정착 - 탈취 후 1년이 경과하고,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정착(settled)한 것이 입증된 경우.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반환 신청의 시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반환 거부 사유의 입증 책임은 아이를 데려간 부모에게 있으며, 법원은 이를 엄격하게 해석합니다. "한국이 아이 교육에 더 좋다", "경제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같은 주장만으로는 거부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다섯째, 비체약국 간 분쟁은 어떻게 되는가

헤이그 협약은 양쪽 국가가 모두 체약국이어야 적용됩니다. 중국, 일본(2014년 가입), 베트남, 필리핀 등 우리나라 국제결혼의 주요 상대국 중 일부는 체약국이 아니거나 한국과의 관계에서 협약이 발효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비체약국 간 분쟁에서는 협약상 반환 절차를 이용할 수 없으므로, 해당 국가의 국내법에 따른 양육권 소송이나 외교적 경로를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소요되며 결과 예측도 어렵습니다.

실무적으로 꼭 기억해야 할 사항

정리하면, 국제적 아동탈취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실무적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녀를 해외로 데려가기 전에 반드시 상대 부모의 서면 동의를 확보해야 합니다. 구두 동의만으로는 나중에 분쟁이 됩니다.

둘째, 탈취를 당한 입장이라면 가능한 한 빠르게, 최소 1년 이내에 반환 신청을 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정착이 인정되어 반환이 어려워집니다.

셋째, 아이의 상거소국이 어디인지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해외 이주, 귀국 시 아이의 생활 근거지가 어디로 옮겨지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넷째, 체약국 여부를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비체약국이라면 전혀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국제적 아동탈취는 단순한 이혼 분쟁이 아니라 국가 간 법률 체계가 충돌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자녀의 복리가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관련 협약과 국내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성관
김성관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이 분야를 다루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분쟁이 출국 전 상대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은 데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반환 신청은 1년이라는 시간이 사실상 승패를 가르므로 상황 인지 즉시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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