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형사전문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30년 넘게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해 온 57세 C씨는 어느 날 갑자기 인사팀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취업규칙에 따라 이번 달 말로 정년퇴직 처리됩니다." C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인이 알고 있던 정년은 만 60세였고, 아직 3년이나 남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회사는 몇 년 전 취업규칙을 개정하면서 정년을 57세로 낮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C씨는 해당 개정에 동의한 적이 없었고, 개정 사실조차 제대로 통보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정년퇴직 강제 통보는 과연 적법할까요? 아니면 부당해고에 해당할까요?
2013년에 개정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은 제19조에서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시행되어,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사업장에서 정년은 최소 만 60세입니다.
즉, 회사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으로 정년을 55세, 57세 등 60세 미만으로 규정했더라도, 법적으로는 무효이며 60세가 자동 적용됩니다. C씨의 회사처럼 취업규칙을 개정해 정년을 57세로 낮추었다 하더라도 법률에 의해 60세로 의제되는 것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근로자가 만 60세에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년퇴직을 통보했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금지하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만 60세를 넘긴 근로자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부당해고가 인정되는 사안이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년 이후 재고용 관행이 확립된 사업장이 문제됩니다. 장기간에 걸쳐 정년을 넘긴 직원을 계속 근무시키는 관행이 존재해 왔고, 근로자에게 계속 고용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되었다면, 갑작스런 퇴직 통보는 해고에 준하여 심사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노동위원회에서 이러한 관행의 존재가 인정되어 구제명령이 내려진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정년 후 촉탁직(계약직)으로 재고용하면서 계약 갱신을 반복하다 갑자기 갱신을 거절한 경우에도,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면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계약 갱신 횟수, 업무의 지속성, 회사의 갱신 거절 사유 등이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C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회사가 정년을 60세에서 57세로 낮추는 것은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합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르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설령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낮추는 규정은 고령자고용법에 의해 무효입니다. 결국 어떤 경로로 접근하더라도, 만 60세 이전의 강제 퇴직은 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정년퇴직을 가장한 부당해고를 당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 기간은 불변기간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넘기면 구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구제신청 시 준비해야 할 핵심 자료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가 인정되면, 원직복직 명령과 함께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back pay)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금전보상명령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여, 복직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55~64세 고용률은 약 70%에 달하며, 이 수치는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정년 연장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65세 정년 연장 또는 계속고용 의무화를 포함한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업이 경영상 편의를 위해 정년을 법정 기준보다 낮추거나, 정년퇴직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실상 해고를 단행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용인되기 어렵습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년이 적법하게 설정되었는지, 퇴직 통보의 근거가 정당한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이 분야의 사건들을 다루면서 안타까웠던 점은, 많은 분들이 "정년이라니 어쩔 수 없지"라고 체념하고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은 분명히 만 60세 이전의 강제 퇴직을 부당해고로 다룰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퇴직 통보를 받았다면, 그것이 정말 적법한 정년퇴직인지 반드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