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오근 변호사 입니다.
"집주인이 본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나가 달라는데, 꼭 나가야 하나요?" 상담 현장에서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접합니다. 갑자기 임대인의 실거주 퇴거 요청을 받으면 당장 내 살 곳이 사라지는 것 같아 걱정이 크실 수밖에 없습니다. 전월세 시장이 불안정한 요즘, 이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오늘은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퇴거를 요청하는 경우, 법적으로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지, 또 어떤 상황에서 정말 나가야 하는지를 따뜻하지만 정확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2020년 7월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세입자에게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주어졌습니다. 최초 계약 이후 1회에 한해 2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어, 최대 4년까지 거주가 보장되는 제도입니다.
많은 분들이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하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던데요?"라고 물으십니다. 맞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에 따르면, 임대인 본인이 실제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갱신 거절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무조건적인 퇴거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 포인트
갱신거절이 인정되려면 임대인 본인이 해당 주택에 "실제로 거주"해야 합니다. 단순히 실거주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진정한 거주 의사와 필요성이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임대인의 실거주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단순한 구두 통보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2021년 법 개정으로,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놓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하는 등의 행위가 확인되면, 세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때 배상 범위에는 이사비용, 새 주거지와의 차임 차액, 중개수수료 등 실질적인 손해가 모두 포함됩니다.
세입자가 기억해야 할 숫자
임대인은 갱신거절일로부터 2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해당 주택을 임대하면 안 됩니다. 만약 위반 시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6항).
실무에서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퇴거 후에도 해당 주택의 임대 현황을 확인하실 수 있고, 허위 실거주가 의심된다면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꼭 알아 두시길 바랍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1회만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미 한 번 사용하신 분들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이 경우 임대인은 계약 만료 시점에 갱신을 거절할 수 있고, 별도의 실거주 사유를 소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이때에도 주의하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임대인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사이에 갱신거절 또는 조건 변경 통지를 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놓치면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자동 갱신(묵시적 갱신)된 것으로 봅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세입자 보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거주를 빙자한 부당한 퇴거 요구 역시 넓은 의미에서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허위 실거주 갱신거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임대 현황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점차 정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허위 실거주 주장을 사후에 검증하기가 쉬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퇴거 요청에 막막하고 불안하신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법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두텁게 보호하고 있고, 부당한 퇴거 요구에 대해서는 분명한 구제 수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본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권리를 파악하고, 차분하게 대응하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