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판시사항】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범의의 인정 기준 및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가 없다고 다투는 경우, 살해의 범의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아동학대살해죄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는 없고 아동학대의 고의만 있었다고 다투는 경우, 아동학대살해의 범의가 인정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 한다)은 아동의 양육이 가족구성원 차원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인식하에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제정 당시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로 아동학대치사죄를 규정하여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가중 처벌하였고, 아동을 살해한 경우에는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하여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었다. 그 후 2021. 3. 16. 법률 제17932호로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경우에는 그 행위의 비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 살인죄보다 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4조 제1항은 보호자(친권자, 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 또는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60조 제1항(폭행), 제271조 제1항(유기), 제276조 제1항(체포, 감금) 등 일정한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범의의 인정 기준은 살인죄에서의 범의의 인정 기준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 아동학대살해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에게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의 범의가 인정된다. 한편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가 없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범행 후 결과 회피 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살해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아동은 골격이나 근육, 장기 등이 발달과정에 있어 손상에 취약하고, 심리적·인지적으로도 미성숙하여 자신의 건강상태 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의사표현방식도 성인과 같지 아니하다. 아동의 보호자가 자신에게 의존하는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아동은 이러한 의존성, 취약성 등으로 인하여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으로 이를 회피하기 어렵고, 그 학대 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아니하여 학대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저질러지거나 그로 인한 피해가 누적·심화되어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아동학대살해죄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는 없고 아동학대의 고의만 있었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이러한 아동과 아동학대범죄의 특성에 비추어 피고인과 피해아동의 관계, 피해아동의 나이·발달정도와 건강상태, 피고인 및 피해아동의 체격과 힘의 차이, 학대행위의 내용과 정도 및 반복성 등에 관한 객관적인 사정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나아가 학대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가하여진 경우 그로 인해 피해아동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어 생활기능의 장애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피해아동의 나이·발달정도나 취약해진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중한 학대행위를 다시 가할 경우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인식 또는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피해아동의 사망 결과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인 피고인이 그의 학대범죄로 생명침해의 위험에 이른 피해아동에 대하여 적절한 치료나 실효적인 구호조치를 취하였는지 혹은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때까지 중한 학대행위를 계속하고 방관하거나 유기하였는지 등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아동학대살해의 범의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21. 3. 16. 법률 제179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현행 제4조 제2항 참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 제4조 제1항, 형법 제13조, 제250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공2001상, 910)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245, 2022보도52 판결(공2023상, 465)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 2 및 검사(피고인 1에 대하여)
【변 호 인】 변호사 최용호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4. 2. 2. 선고 2023노275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죄에 관한 부분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피고인 2와 전처 공소외 1 사이에서 태어난 피해아동(남, 11세)을 양육하고, 피고인 2와 사이에는 공소외 2(여, 3세), 공소외 3(여, 2세)을 출산하여 양육하면서 동거하는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피고인 1은 2022. 3. 9.경부터 2023. 2. 초순경까지 단독으로 또는 피고인 2와 공모하여 상습으로 피해아동에게 신체적 또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거나 피고인들의 보호·감독을 받는 피해아동에 대하여 기본적 보호·양육·치료·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여 피해아동의 체중이 2021. 12. 20. 38kg에서 2023. 2. 7. 29.5kg(신장 149cm)으로 급격히 감소하였고, 특히 피고인 1이 2023. 1. 말경 선반받침용 봉과 플라스틱 옷걸이로 피해아동의 팔과 엉덩이 등 온몸을 수회 때렸고, 그 무렵 피해아동은 불상의 원인으로 입에 화상을 입어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피고인 1이 2023. 2. 초순경 피해아동의 다리와 몸 등을 약 200회 넘게 연필, 가위, 젓가락, 컴퍼스 지지다리로 긁거나 찌르는 학대를 가하여 피해아동의 몸에서 상당한 출혈이 발생하는 등 피해아동의 영양상태는 매우 불량해지고 신체 전반의 기능이 쇠약해진 상태였다.
피고인 1은 위와 같은 상태에서 피해아동에 대한 학대행위의 강도를 더욱 높여 심하게 때릴 경우 생명이나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여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음에도, 2023. 2. 4. 오후 무렵 인천 남동구 (주소 생략), (동호수 생략) 피해아동의 방에서, 피해아동이 훔친 것으로 보이는 물건을 발견하고 피해아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분노가 한꺼번에 표출되면서 피해아동이 죽더라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알루미늄으로 된 선반받침용 봉으로 피해아동의 팔, 다리, 옆구리 등 전신을 수십 회 때리고 계속하여 2023. 2. 5. 17:00경부터 2023. 2. 6. 03:00경까지, 같은 날 03:30경부터 09:25경까지 약 16시간 동안 피해아동을 그의 방 책상 의자에 수건과 커튼 끈으로 결박한 다음 그곳에 설치된 홈캠을 통해 실시간으로 피해아동을 감시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으며, 2023. 2. 6. 09:25경 피해아동의 방에서 동생들의 세뱃돈과 썩은 음식물을 발견하고 선반받침용 봉 및 플라스틱 옷걸이로 피해아동의 팔, 다리, 옆구리 등 전신을 수십 회 때리고, 같은 날 오전 불상경 주방에 놔둔 위 세뱃돈을 피해아동이 다시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재차 선반받침용 봉으로 피해아동의 팔, 다리 등 전신을 수십 회 때린 후 같은 날 13:00경부터 15:00경까지 피해아동을 방 책상 의자에 커튼 끈으로 결박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피고인 1은 이후에도 자신의 행위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있는 피해아동이 2023. 2. 6. 18:10경 제대로 걷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지는 등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2023. 2. 7. 00:49경 홈캠을 통해 피해아동이 통증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고 신음하면서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던 중 2023. 2. 7. 13:00경부터 13:12경 위 주거지에서 피고인 1의 폭행으로 피해아동의 전신에 형성된 여러 둔력 손상으로 발생한 내부출혈로 인해 피해아동이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은 아동학대범죄를 범하여 피해아동을 살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 등으로 쟁점 공소사실에 대하여 살해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 1이 친자녀들과 함께 키우던 피해아동을 양육하는 것에서 벗어날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아동에 대한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불만과 유산으로 인한 미움이 피해아동을 살해할 정도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
피고인 1이 피해아동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쌓아오던 중 극도의 분노감으로 살해의 범의를 일으켰다고 보기에는 3일에 걸쳐 살해행위를 나누어 실행한 이유 등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나) 피해아동에게 사망원인으로 볼 만한 뚜렷한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쟁점 공소사실에 기재된 3일에 걸친 기간 동안 중간에 학대행위가 중단되기도 하였으며, 피고인 1이 피해아동을 의자에 결박한 행위나, 선반받침용 봉이나 옷걸이로 피해아동을 폭행하고 연필 등으로 피해아동의 신체를 찌르는 행위의 사망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높지 않으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살해의 고의를 추단하기에 부족하다.
다) 피해아동이 여러 둔력 손상으로 인한 실혈로 사망하였을 뿐 외부 출혈이나 골절 등의 상해는 없었고,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피해아동의 상태를 보고 피해아동이 죽을 수 있겠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웠으며, 피해아동이 사망 이틀 전 편의점을 찾아가 음료수를 사서 마셨고 사망 직전에도 피고인 1에게 대화를 걸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로서는 피해아동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하기 어려웠다.
라) 피고인 1이 피해아동의 사망 이전에 미리 홈캠을 제거하지 않았고 자신의 학대정황이 드러난 각종 증거들을 폐기하지 않았으며, 2023. 2. 7. 피고인 2에게도 스스로 피해아동을 심하게 폭행했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아동이 사망하기 전날인 2023. 2. 6. 지인을 집으로 초대하는 등 살해의 의도를 가진 사람으로서는 보기 어려운 행동을 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쟁점 공소사실 중 살해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구체적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관련 법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 한다)은 아동의 양육이 가족구성원 차원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인식하에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제정 당시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로 아동학대치사죄를 규정하여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가중 처벌하였고, 아동을 살해한 경우에는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하여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었다. 그 후 2021. 3. 16. 법률 제17932호로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경우에는 그 행위의 비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 살인죄보다 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4조 제1항은 보호자(친권자, 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 또는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60조 제1항(폭행), 제271조 제1항(유기), 제276조 제1항(체포, 감금) 등 일정한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범의의 인정 기준은 살인죄에서의 범의의 인정 기준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 아동학대살해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에게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의 범의가 인정된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 등 참조). 한편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가 없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범행 후 결과 회피 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살해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245, 2022보도5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아동은 골격이나 근육, 장기 등이 발달과정에 있어 손상에 취약하고, 심리적·인지적으로도 미성숙하여 자신의 건강상태 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의사표현방식도 성인과 같지 아니하다. 아동의 보호자가 자신에게 의존하는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아동은 이러한 의존성, 취약성 등으로 인하여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으로 이를 회피하기 어렵고, 그 학대 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아니하여 학대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저질러지거나 그로 인한 피해가 누적·심화되어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아동학대살해죄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는 없고 아동학대의 고의만 있었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이러한 아동과 아동학대범죄의 특성에 비추어 피고인과 피해아동의 관계, 피해아동의 나이·발달정도와 건강상태, 피고인 및 피해아동의 체격과 힘의 차이, 학대행위의 내용과 정도 및 반복성 등에 관한 객관적인 사정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나아가 학대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가하여진 경우 그로 인해 피해아동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어 생활기능의 장애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피해아동의 나이·발달정도나 취약해진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중한 학대행위를 다시 가할 경우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인식 또는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피해아동의 사망 결과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인 피고인이 그의 학대범죄로 생명침해의 위험에 이른 피해아동에 대하여 적절한 치료나 실효적인 구호조치를 취하였는지 혹은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때까지 중한 학대행위를 계속하고 방관하거나 유기하였는지 등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아동학대살해의 범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제1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에게는 아동학대살해의 확정적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1) 피해아동은 2011. 9. 피고인 2와 공소외 1 사이에 출생한 아동이다. 피고인 1은 2018. 3.경부터 피고인 2와 동거하며 피해아동을 함께 양육해오다가 피고인 2와 사이에 2019. 5. 공소외 2를, 2020. 11.에는 공소외 3을 각 출산하고 피해아동을 포함한 3명의 자녀를 양육하면서 육아에 따른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피고인 1은 2022. 3. 9.경 피해아동이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피해아동의 종아리를 드럼스틱으로 때렸는데, 그로부터 약 1달 뒤인 2022. 4. 23.경에는 피해아동에게 문제집을 집어던져 오른뺨에 맞아 멍이 들게 하였으며, 2022. 4. 25. 유산을 겪게 되자 피해아동 탓을 하며 피해아동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피고인 2도 2022. 4. 23.경 피해아동이 성경필사를 제대로 안 하고 짜증을 냈다는 이유로 피해아동의 종아리를 드럼스틱으로 때리고, 2022. 7. 14.경에는 피해아동의 얼굴, 어깨, 등, 팔, 다리 등 전신에 걸쳐 상당히 많은 멍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여 피해아동에 대한 피고인 1의 학대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피고인 1에게 질책 내지 경고를 하는 것 외에 피고인 1을 피해아동과 분리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으며, 이러한 태도는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 결국 피해아동의 양육과 훈육에 주도권을 갖게 된 피고인 1은 2022. 3. 9.경 위와 같이 피해아동을 때린 것을 비롯하여 피해아동이 등교를 중단한 2022. 11. 24.경까지 약 24차례에 걸쳐 드럼스틱이나 선반받침용 봉으로 피해아동을 때리거나 장시간 꿇어앉아 있게 하고 폭언을 하는 등 학대행위를 하였다. 이러한 피고인 1의 학대행위 등으로 인해 2021. 12. 20.경 38kg이었던 피해아동의 체중이 2022. 10. 14.경에는 32.3kg으로 감소하는 등 피해아동의 건강과 발달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의 주양육자였으므로 자신의 행위가 피해아동의 건강이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피해가 피해아동에게 점점 누적되고 있음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3)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이 등교를 중단한 2022. 11. 24.경부터 피해아동이 사망하기 직전인 2023. 2. 초순경 사이에도 피해아동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를 계속하였는데, 2022. 11.경 이후 피고인 1의 피해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는 지속성뿐 아니라 빈도가 늘어가고 내용이 중하여졌으며,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피해아동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 없이 표출하기도 하였다.
피해아동은 몸무게가 계속하여 줄어들었고 그 무렵 피해아동의 일기장에 자살하겠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기재되는 등 신체적·정서적으로 매우 취약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의 방에 설치된 홈캠을 통해 피해아동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고, 특히 피해아동이 사망하기 직전인 2023. 1. 말부터 2. 초순경에는 플라스틱 옷걸이와 선반받침용 봉으로 피해아동의 팔과 엉덩이 등을 때릴 뿐만 아니라 연필이나 가위, 젓가락, 컴퍼스 지지다리로 피해아동의 다리와 몸통 등을 200회 넘게 긁거나 찔러 피해아동의 몸에서 출혈이 발생하게 하였다. 이러한 폭행의 강도나 가학적인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점차 피해아동의 신체나 생명의 안전을 소홀히 여기고, 스스로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아동에 대한 미운 감정이나 적대감이 증폭되어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
(4) 피해아동은 2023. 1. 말경 불상의 원인으로 고환 부위에 상처를 입어 피부 괴사를 일으켰고, 입 안에는 화상을 입어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였다. 피해아동은 사망 무렵 몸무게가 29.5kg으로까지 감소하여 소아표준성장도표상 하위 3~5%이고, 체질량지수 역시 하위 0.2%일 정도로 극도로 쇠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매우 피폐하여 신속한 치료와 구호가 필요한 상태였고, 체격과 힘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성인 여성인 피고인 1(161cm, 63kg)의 학대나 폭력을 더 이상 감내하거나 버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1도 검찰에서 그 무렵 피해아동의 전신에 든 멍 등이 심해서 피고인 2에게 보여줄 수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5) 이와 같이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의 건강상태 등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고서도 2023. 2. 4. 13:02경부터 18:09경 사이에 피해아동이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알루미늄으로 된 선반받침용 봉으로 피해아동의 팔, 다리, 옆구리 등 전신을 수십 회 때리고, 곧이어 2023. 2. 5. 17:00경부터 2023. 2. 6. 03:00경까지, 2023. 2. 6. 03:30경부터 09:25경까지 합하여 약 16시간 정도 피해아동을 수건과 커튼 끈으로 책상 의자에 묶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얼굴에 바지를 덮어 두기도 하였다. 피고인 1은 또다시 2023. 2. 6. 09:25경부터 13:00경 사이에 피해아동의 방에서 썩은 음식물 등을 발견하자 알루미늄으로 된 선반받침용 봉과 플라스틱 옷걸이로 피해아동의 팔, 다리, 옆구리 등 전신을 수십 회 때렸고, 같은 날 13:00경부터 15:00경까지 피해아동을 재차 결박하였다.
피고인 1은 2023. 2. 6. 18:10경 피해아동과 함께 쓰레기를 버리러 집 밖으로 나왔을 때 피해아동이 제대로 걷지 못하며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고, 2023. 2. 7. 심야에 피해아동이 통증으로 아파하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대로 방치하였다.
(6) 피해아동은 결국 2023. 2. 7. 13:10~13:12경 사망하였다.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의 활력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서도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직접 119에 신고하는 등 실효적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피고인 2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여 귀가할 것을 재촉하고 집안에 설치된 홈캠을 휴지통에 버리는 등 기존의 학대행위 정황이 담긴 증거를 삭제하려고 시도하였다.
(7) 피해아동의 사망 당시 머리 부위나 옆구리 부분에도 손상이나 멍 자국이 발견되는 등 피해아동의 전신에서 여러 둔력으로 인한 손상이 발견되었으며, 부검결과에 의하면 전신의 피부층에 실혈(전신의 피부밑 지방층에 넓게 형성된 출혈)이 발생하고 일부 신체 부위는 근육층까지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피해아동의 부검의 공소외 4의 법정진술이나 피해아동에 대한 부검감정서 기재에 의하면, 피해아동은 지속·반복된 중한 학대에 의한 심한 저체중 상태에서 구타 등으로 여러 둔력 손상을 입었고, 이로 인하여 피해아동의 전신에 걸쳐 멍이 발생하며 심한 내부 실혈이 일어나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8)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아동은 2023. 2. 4. 이전에 이미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어 면역력, 회복력 등 생활기능의 장애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므로 이에 피고인 1의 지속적이고 중한 학대행위가 다시 가해질 경우 피해아동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내지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피해아동을 보호·양육할 뿐 아니라 자신의 학대행위로 피해아동의 위와 같은 상태를 야기한 피고인 1은 불확정적이나마 이러한 위험 내지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2023. 2. 4.부터 2023. 2. 7. 피해아동이 사망할 때까지 심한 구타와 결박을 반복하는 등 중한 학대행위를 계속하여 감행하고, 신속히 치료와 구호를 받아야 할 상황에 있던 피해아동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고인 1에게는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확정적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다) 소결론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이유로 쟁점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나머지 부분
검사는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2. 피고인 1의 상고에 관하여
피고인 1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국선변호인이 상고제기기간이 지난 2024. 3. 11.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였으나, 이를 상고장으로 보더라도 이에 따른 상고는 상고권이 소멸된 이후에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3.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원심의 양형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 2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4.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에 관한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부분과 일죄 관계에 있고, 피고인 1에 대하여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과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노정희(주심) 이흥구 엄상필
(출처 :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4도2940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출처 : 대법원 선고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4도2940 판결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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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범의의 인정 기준 및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가 없다고 다투는 경우, 살해의 범의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아동학대살해죄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는 없고 아동학대의 고의만 있었다고 다투는 경우, 아동학대살해의 범의가 인정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 한다)은 아동의 양육이 가족구성원 차원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인식하에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제정 당시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로 아동학대치사죄를 규정하여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가중 처벌하였고, 아동을 살해한 경우에는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하여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었다. 그 후 2021. 3. 16. 법률 제17932호로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경우에는 그 행위의 비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 살인죄보다 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4조 제1항은 보호자(친권자, 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 또는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60조 제1항(폭행), 제271조 제1항(유기), 제276조 제1항(체포, 감금) 등 일정한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범의의 인정 기준은 살인죄에서의 범의의 인정 기준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 아동학대살해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에게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의 범의가 인정된다. 한편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가 없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범행 후 결과 회피 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살해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아동은 골격이나 근육, 장기 등이 발달과정에 있어 손상에 취약하고, 심리적·인지적으로도 미성숙하여 자신의 건강상태 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의사표현방식도 성인과 같지 아니하다. 아동의 보호자가 자신에게 의존하는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아동은 이러한 의존성, 취약성 등으로 인하여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으로 이를 회피하기 어렵고, 그 학대 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아니하여 학대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저질러지거나 그로 인한 피해가 누적·심화되어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아동학대살해죄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는 없고 아동학대의 고의만 있었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이러한 아동과 아동학대범죄의 특성에 비추어 피고인과 피해아동의 관계, 피해아동의 나이·발달정도와 건강상태, 피고인 및 피해아동의 체격과 힘의 차이, 학대행위의 내용과 정도 및 반복성 등에 관한 객관적인 사정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나아가 학대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가하여진 경우 그로 인해 피해아동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어 생활기능의 장애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피해아동의 나이·발달정도나 취약해진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중한 학대행위를 다시 가할 경우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인식 또는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피해아동의 사망 결과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인 피고인이 그의 학대범죄로 생명침해의 위험에 이른 피해아동에 대하여 적절한 치료나 실효적인 구호조치를 취하였는지 혹은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때까지 중한 학대행위를 계속하고 방관하거나 유기하였는지 등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아동학대살해의 범의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21. 3. 16. 법률 제179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현행 제4조 제2항 참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 제4조 제1항, 형법 제13조, 제250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공2001상, 910)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245, 2022보도52 판결(공2023상, 465)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 2 및 검사(피고인 1에 대하여)
【변 호 인】 변호사 최용호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4. 2. 2. 선고 2023노275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죄에 관한 부분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피고인 2와 전처 공소외 1 사이에서 태어난 피해아동(남, 11세)을 양육하고, 피고인 2와 사이에는 공소외 2(여, 3세), 공소외 3(여, 2세)을 출산하여 양육하면서 동거하는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피고인 1은 2022. 3. 9.경부터 2023. 2. 초순경까지 단독으로 또는 피고인 2와 공모하여 상습으로 피해아동에게 신체적 또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거나 피고인들의 보호·감독을 받는 피해아동에 대하여 기본적 보호·양육·치료·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여 피해아동의 체중이 2021. 12. 20. 38kg에서 2023. 2. 7. 29.5kg(신장 149cm)으로 급격히 감소하였고, 특히 피고인 1이 2023. 1. 말경 선반받침용 봉과 플라스틱 옷걸이로 피해아동의 팔과 엉덩이 등 온몸을 수회 때렸고, 그 무렵 피해아동은 불상의 원인으로 입에 화상을 입어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피고인 1이 2023. 2. 초순경 피해아동의 다리와 몸 등을 약 200회 넘게 연필, 가위, 젓가락, 컴퍼스 지지다리로 긁거나 찌르는 학대를 가하여 피해아동의 몸에서 상당한 출혈이 발생하는 등 피해아동의 영양상태는 매우 불량해지고 신체 전반의 기능이 쇠약해진 상태였다.
피고인 1은 위와 같은 상태에서 피해아동에 대한 학대행위의 강도를 더욱 높여 심하게 때릴 경우 생명이나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여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음에도, 2023. 2. 4. 오후 무렵 인천 남동구 (주소 생략), (동호수 생략) 피해아동의 방에서, 피해아동이 훔친 것으로 보이는 물건을 발견하고 피해아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분노가 한꺼번에 표출되면서 피해아동이 죽더라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알루미늄으로 된 선반받침용 봉으로 피해아동의 팔, 다리, 옆구리 등 전신을 수십 회 때리고 계속하여 2023. 2. 5. 17:00경부터 2023. 2. 6. 03:00경까지, 같은 날 03:30경부터 09:25경까지 약 16시간 동안 피해아동을 그의 방 책상 의자에 수건과 커튼 끈으로 결박한 다음 그곳에 설치된 홈캠을 통해 실시간으로 피해아동을 감시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으며, 2023. 2. 6. 09:25경 피해아동의 방에서 동생들의 세뱃돈과 썩은 음식물을 발견하고 선반받침용 봉 및 플라스틱 옷걸이로 피해아동의 팔, 다리, 옆구리 등 전신을 수십 회 때리고, 같은 날 오전 불상경 주방에 놔둔 위 세뱃돈을 피해아동이 다시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재차 선반받침용 봉으로 피해아동의 팔, 다리 등 전신을 수십 회 때린 후 같은 날 13:00경부터 15:00경까지 피해아동을 방 책상 의자에 커튼 끈으로 결박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피고인 1은 이후에도 자신의 행위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있는 피해아동이 2023. 2. 6. 18:10경 제대로 걷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지는 등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2023. 2. 7. 00:49경 홈캠을 통해 피해아동이 통증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고 신음하면서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던 중 2023. 2. 7. 13:00경부터 13:12경 위 주거지에서 피고인 1의 폭행으로 피해아동의 전신에 형성된 여러 둔력 손상으로 발생한 내부출혈로 인해 피해아동이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은 아동학대범죄를 범하여 피해아동을 살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 등으로 쟁점 공소사실에 대하여 살해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 1이 친자녀들과 함께 키우던 피해아동을 양육하는 것에서 벗어날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아동에 대한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불만과 유산으로 인한 미움이 피해아동을 살해할 정도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
피고인 1이 피해아동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쌓아오던 중 극도의 분노감으로 살해의 범의를 일으켰다고 보기에는 3일에 걸쳐 살해행위를 나누어 실행한 이유 등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나) 피해아동에게 사망원인으로 볼 만한 뚜렷한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쟁점 공소사실에 기재된 3일에 걸친 기간 동안 중간에 학대행위가 중단되기도 하였으며, 피고인 1이 피해아동을 의자에 결박한 행위나, 선반받침용 봉이나 옷걸이로 피해아동을 폭행하고 연필 등으로 피해아동의 신체를 찌르는 행위의 사망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높지 않으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살해의 고의를 추단하기에 부족하다.
다) 피해아동이 여러 둔력 손상으로 인한 실혈로 사망하였을 뿐 외부 출혈이나 골절 등의 상해는 없었고,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피해아동의 상태를 보고 피해아동이 죽을 수 있겠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웠으며, 피해아동이 사망 이틀 전 편의점을 찾아가 음료수를 사서 마셨고 사망 직전에도 피고인 1에게 대화를 걸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로서는 피해아동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하기 어려웠다.
라) 피고인 1이 피해아동의 사망 이전에 미리 홈캠을 제거하지 않았고 자신의 학대정황이 드러난 각종 증거들을 폐기하지 않았으며, 2023. 2. 7. 피고인 2에게도 스스로 피해아동을 심하게 폭행했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아동이 사망하기 전날인 2023. 2. 6. 지인을 집으로 초대하는 등 살해의 의도를 가진 사람으로서는 보기 어려운 행동을 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쟁점 공소사실 중 살해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구체적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관련 법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 한다)은 아동의 양육이 가족구성원 차원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인식하에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제정 당시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로 아동학대치사죄를 규정하여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가중 처벌하였고, 아동을 살해한 경우에는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하여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었다. 그 후 2021. 3. 16. 법률 제17932호로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경우에는 그 행위의 비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 살인죄보다 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4조 제1항은 보호자(친권자, 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 또는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60조 제1항(폭행), 제271조 제1항(유기), 제276조 제1항(체포, 감금) 등 일정한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범의의 인정 기준은 살인죄에서의 범의의 인정 기준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 아동학대살해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에게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의 범의가 인정된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 등 참조). 한편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가 없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범행 후 결과 회피 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살해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245, 2022보도5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아동은 골격이나 근육, 장기 등이 발달과정에 있어 손상에 취약하고, 심리적·인지적으로도 미성숙하여 자신의 건강상태 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의사표현방식도 성인과 같지 아니하다. 아동의 보호자가 자신에게 의존하는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아동은 이러한 의존성, 취약성 등으로 인하여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으로 이를 회피하기 어렵고, 그 학대 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아니하여 학대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저질러지거나 그로 인한 피해가 누적·심화되어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아동학대살해죄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는 없고 아동학대의 고의만 있었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이러한 아동과 아동학대범죄의 특성에 비추어 피고인과 피해아동의 관계, 피해아동의 나이·발달정도와 건강상태, 피고인 및 피해아동의 체격과 힘의 차이, 학대행위의 내용과 정도 및 반복성 등에 관한 객관적인 사정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나아가 학대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가하여진 경우 그로 인해 피해아동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어 생활기능의 장애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피해아동의 나이·발달정도나 취약해진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중한 학대행위를 다시 가할 경우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인식 또는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피해아동의 사망 결과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인 피고인이 그의 학대범죄로 생명침해의 위험에 이른 피해아동에 대하여 적절한 치료나 실효적인 구호조치를 취하였는지 혹은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때까지 중한 학대행위를 계속하고 방관하거나 유기하였는지 등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아동학대살해의 범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제1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에게는 아동학대살해의 확정적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1) 피해아동은 2011. 9. 피고인 2와 공소외 1 사이에 출생한 아동이다. 피고인 1은 2018. 3.경부터 피고인 2와 동거하며 피해아동을 함께 양육해오다가 피고인 2와 사이에 2019. 5. 공소외 2를, 2020. 11.에는 공소외 3을 각 출산하고 피해아동을 포함한 3명의 자녀를 양육하면서 육아에 따른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피고인 1은 2022. 3. 9.경 피해아동이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피해아동의 종아리를 드럼스틱으로 때렸는데, 그로부터 약 1달 뒤인 2022. 4. 23.경에는 피해아동에게 문제집을 집어던져 오른뺨에 맞아 멍이 들게 하였으며, 2022. 4. 25. 유산을 겪게 되자 피해아동 탓을 하며 피해아동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피고인 2도 2022. 4. 23.경 피해아동이 성경필사를 제대로 안 하고 짜증을 냈다는 이유로 피해아동의 종아리를 드럼스틱으로 때리고, 2022. 7. 14.경에는 피해아동의 얼굴, 어깨, 등, 팔, 다리 등 전신에 걸쳐 상당히 많은 멍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여 피해아동에 대한 피고인 1의 학대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피고인 1에게 질책 내지 경고를 하는 것 외에 피고인 1을 피해아동과 분리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으며, 이러한 태도는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 결국 피해아동의 양육과 훈육에 주도권을 갖게 된 피고인 1은 2022. 3. 9.경 위와 같이 피해아동을 때린 것을 비롯하여 피해아동이 등교를 중단한 2022. 11. 24.경까지 약 24차례에 걸쳐 드럼스틱이나 선반받침용 봉으로 피해아동을 때리거나 장시간 꿇어앉아 있게 하고 폭언을 하는 등 학대행위를 하였다. 이러한 피고인 1의 학대행위 등으로 인해 2021. 12. 20.경 38kg이었던 피해아동의 체중이 2022. 10. 14.경에는 32.3kg으로 감소하는 등 피해아동의 건강과 발달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의 주양육자였으므로 자신의 행위가 피해아동의 건강이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피해가 피해아동에게 점점 누적되고 있음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3)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이 등교를 중단한 2022. 11. 24.경부터 피해아동이 사망하기 직전인 2023. 2. 초순경 사이에도 피해아동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를 계속하였는데, 2022. 11.경 이후 피고인 1의 피해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는 지속성뿐 아니라 빈도가 늘어가고 내용이 중하여졌으며,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피해아동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 없이 표출하기도 하였다.
피해아동은 몸무게가 계속하여 줄어들었고 그 무렵 피해아동의 일기장에 자살하겠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기재되는 등 신체적·정서적으로 매우 취약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의 방에 설치된 홈캠을 통해 피해아동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고, 특히 피해아동이 사망하기 직전인 2023. 1. 말부터 2. 초순경에는 플라스틱 옷걸이와 선반받침용 봉으로 피해아동의 팔과 엉덩이 등을 때릴 뿐만 아니라 연필이나 가위, 젓가락, 컴퍼스 지지다리로 피해아동의 다리와 몸통 등을 200회 넘게 긁거나 찔러 피해아동의 몸에서 출혈이 발생하게 하였다. 이러한 폭행의 강도나 가학적인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점차 피해아동의 신체나 생명의 안전을 소홀히 여기고, 스스로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아동에 대한 미운 감정이나 적대감이 증폭되어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
(4) 피해아동은 2023. 1. 말경 불상의 원인으로 고환 부위에 상처를 입어 피부 괴사를 일으켰고, 입 안에는 화상을 입어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였다. 피해아동은 사망 무렵 몸무게가 29.5kg으로까지 감소하여 소아표준성장도표상 하위 3~5%이고, 체질량지수 역시 하위 0.2%일 정도로 극도로 쇠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매우 피폐하여 신속한 치료와 구호가 필요한 상태였고, 체격과 힘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성인 여성인 피고인 1(161cm, 63kg)의 학대나 폭력을 더 이상 감내하거나 버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1도 검찰에서 그 무렵 피해아동의 전신에 든 멍 등이 심해서 피고인 2에게 보여줄 수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5) 이와 같이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의 건강상태 등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고서도 2023. 2. 4. 13:02경부터 18:09경 사이에 피해아동이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알루미늄으로 된 선반받침용 봉으로 피해아동의 팔, 다리, 옆구리 등 전신을 수십 회 때리고, 곧이어 2023. 2. 5. 17:00경부터 2023. 2. 6. 03:00경까지, 2023. 2. 6. 03:30경부터 09:25경까지 합하여 약 16시간 정도 피해아동을 수건과 커튼 끈으로 책상 의자에 묶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얼굴에 바지를 덮어 두기도 하였다. 피고인 1은 또다시 2023. 2. 6. 09:25경부터 13:00경 사이에 피해아동의 방에서 썩은 음식물 등을 발견하자 알루미늄으로 된 선반받침용 봉과 플라스틱 옷걸이로 피해아동의 팔, 다리, 옆구리 등 전신을 수십 회 때렸고, 같은 날 13:00경부터 15:00경까지 피해아동을 재차 결박하였다.
피고인 1은 2023. 2. 6. 18:10경 피해아동과 함께 쓰레기를 버리러 집 밖으로 나왔을 때 피해아동이 제대로 걷지 못하며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고, 2023. 2. 7. 심야에 피해아동이 통증으로 아파하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대로 방치하였다.
(6) 피해아동은 결국 2023. 2. 7. 13:10~13:12경 사망하였다.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의 활력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서도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직접 119에 신고하는 등 실효적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피고인 2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여 귀가할 것을 재촉하고 집안에 설치된 홈캠을 휴지통에 버리는 등 기존의 학대행위 정황이 담긴 증거를 삭제하려고 시도하였다.
(7) 피해아동의 사망 당시 머리 부위나 옆구리 부분에도 손상이나 멍 자국이 발견되는 등 피해아동의 전신에서 여러 둔력으로 인한 손상이 발견되었으며, 부검결과에 의하면 전신의 피부층에 실혈(전신의 피부밑 지방층에 넓게 형성된 출혈)이 발생하고 일부 신체 부위는 근육층까지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피해아동의 부검의 공소외 4의 법정진술이나 피해아동에 대한 부검감정서 기재에 의하면, 피해아동은 지속·반복된 중한 학대에 의한 심한 저체중 상태에서 구타 등으로 여러 둔력 손상을 입었고, 이로 인하여 피해아동의 전신에 걸쳐 멍이 발생하며 심한 내부 실혈이 일어나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8)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아동은 2023. 2. 4. 이전에 이미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어 면역력, 회복력 등 생활기능의 장애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므로 이에 피고인 1의 지속적이고 중한 학대행위가 다시 가해질 경우 피해아동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내지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피해아동을 보호·양육할 뿐 아니라 자신의 학대행위로 피해아동의 위와 같은 상태를 야기한 피고인 1은 불확정적이나마 이러한 위험 내지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2023. 2. 4.부터 2023. 2. 7. 피해아동이 사망할 때까지 심한 구타와 결박을 반복하는 등 중한 학대행위를 계속하여 감행하고, 신속히 치료와 구호를 받아야 할 상황에 있던 피해아동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고인 1에게는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확정적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다) 소결론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이유로 쟁점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나머지 부분
검사는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2. 피고인 1의 상고에 관하여
피고인 1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국선변호인이 상고제기기간이 지난 2024. 3. 11.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였으나, 이를 상고장으로 보더라도 이에 따른 상고는 상고권이 소멸된 이후에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3.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원심의 양형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 2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4.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에 관한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부분과 일죄 관계에 있고, 피고인 1에 대하여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과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노정희(주심) 이흥구 엄상필
(출처 :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4도2940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출처 : 대법원 선고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4도2940 판결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