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52460 판결]
원고
경기도북부경찰청장
의정부지방법원 2023. 6. 27. 선고 2022구합373 판결
2023. 12. 20.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1. 청구취지
피고가 2021. 12. 22. 원고에 대하여 한 불문경고 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1. 12. 28. 순경으로 임용되어 2013. 12. 1. 경위로 승진하였고, 2020. 8. 19.부터 경기도북부지방경찰청 고양경찰서 ○○파출소에서 근무하여 온 경찰공무원이다.
나. 피고는 아래와 같은 원고의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로 2021. 12. 22. 원고에 대하여 견책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경찰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함에도, 원고는 2021. 8. 14. 접수된 112신고사건*과 관련하여 현장 출동하였는바, 가족구성원간 시비를 인지하였으면 관계지침 등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했음에도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도 정정하지 아니하여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등 직무를 태만히 하였다.? * 신고자는 8. 14. 04:28~09:28간 동거남과의 시비 등으로 총 14회 신고, 동거남(8. 18. 구속)은 같은 날 09:10경 주거지 방범창을 뜯고 들어가 신고자를 수회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함
다. 원고는 2021. 12. 23. 위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는데, 소청심사위원회는 2022. 3. 31. 위 견책의 징계처분을 불문경고로 변경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변경된 징계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9호증, 을 제12, 13,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징계사유의 부존재
원고는 2021. 8. 14. 현장에 출동하였을 당시 신고자와 그 동거남이 가정구성원 사이인지 여부를 알 수 없었고, 가정폭력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할 만한 특별한 정황이 없어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코드를 변경하지 않은 것이다. 원고는 현장에서 동거남의 퇴거를 원하는 신고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신고자와 동거남이 분리되어 있도록 동거남을 설득하여 당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였을 뿐 직무를 태만히 한 바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 재량권의 일탈·남용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신고자의 사망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112종합상황실 근무자가 아닌 원고를 비롯한 현장 근무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하자가 있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처분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가. 인정사실
1) 소외 1은 2021. 8. 14. 04:27경 112신고를 하였는데 전화연결이 되지 않자 04:28경 ○○파출소로 전화하여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라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다.
2) 소외 1의 신고를 접수한 ○○파출소 순찰1팀원 경위 소외 2는 112시스템에 사건 종별코드를 ‘가정폭력’으로 입력하지 않고 ‘시비’로 입력하였다. 같은 순찰1팀원인 원고와 순경 소외 3은 소외 2로부터 신고내용을 전달받은 후 04:32경 소외 1이 거주하는 고양시 덕양구 (주소 생략)으로 출동하였다.
3) 소외 1은 주거지에 도착한 원고와 소외 3에게 동거남인 소외 4를 내보내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소외 4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 "아주머니 때린 적 있어요?"라고 물었다. 소외 4는 원고에게 "안 때렸어요. 아픈 사람을 어떻게 때려요."라고 말하며 폭행사실을 부인하였고, 소외 3에게는 "술에 취해 언성이 높아졌다."라고 말하였다. 원고가 다시 소외 1에게 가 "남편 분에게 맞았어요?"라는 질문을 하고 자필 진술서 양식을 제시하였는데, 소외 1은 원고의 물음에 대답하거나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소외 4를 거주지 밖으로 내보내달라는 의미로 손을 흔들기만 하였다. 당시 원고는 소외 1과 주거지의 상태를 점검하였는데, 소외 1의 얼굴과 팔 등에 상처가 나 있거나 기물이 파손되어 있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4) 원고는 소외 4에게 "아주머니가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하는데, 밖에서 나가서 자고 들어올래요?"라고 물었고, 소외 4는 "알았어요."라고 답하였다. 원고와 소외 3은 04:54경 소외 4를 순찰차에 탑승시켜 인근 숙박업소로 데리고 갔는데, 소외 4는 숙박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투숙하기를 거부하였다. 이에 원고와 소외 3은 소외 4를 ○○동 행정복지센터 쉼터 앞 벤치에 내려주고 "술을 깨고 들어가라."는 말을 남긴 후 복귀하였다.
5) 소외 1은 05:48경 ○○파출소에 ‘동거남이 다시 왔다.’는 신고전화를 하였고, 원고와 소외 3은 05:52경 재차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다.
6) 원고는 소외 4가 주거지 출입문 앞 계단에 앉아 쭈그린 상태로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소외 4를 깨워 "왜 벌써 왔느냐?"라고 물었는데, 소외 4가 "죄송해요. 문을 안 열어줘요. 조용히 자다가 술 깨면 들어갈게요."라고 말하여 소외 4에게 "술이 깨면 들어가라."라고 주의를 준 후 소외 3과 함께 파출소로 복귀하였다. 당시 원고는 소외 1의 주거지 현관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유선으로 소외 1과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연결이 되지 아니하여 소외 1이 재차 신고한 경위나 피해 상황 등은 청취하지 못한 채 그대로 파출소로 복귀하였다(을 제14, 15호증).
7) 원고와 소외 3은 파출소로 복귀한 직후 다시 소외 1의 신고전화를 받고 06:01경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고, 주거지 문 앞에서 자고 있는 소외 4에게 "왜 문 열어 달라고 해요?"라고 물었다. 소외 4는 "죄송합니다. 안 그럴게요. 술 깨고 들어갈게요."라고 대답하였고, 원고는 "제발 그러지 마라."라고 말한 후 파출소로 복귀하였다(소외 1은 그 사이인 05:57경 ○○파출서에 ‘출동 경찰관과 통화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06:03경 ‘소외 4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묻는 내용으로 전화를 하였다). 소외 3은 위 신고전화의 종별코드를 ‘시비’로 입력하였다.
8) 소외 1은 06:10경 ‘소외 4가 어디에 있는지’를 문의하는 전화를 하였다. 원고는 ‘소외 4가 집 밖에서 자도록 조치하였으니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다시 찾아오면 신고하라.’고 상담·안내하였다.
9) ○○파출소 순찰1팀원은 07:20경 순찰2팀원과 근무교대를 하였다.
10) 소외 1은 07:20경, 07:23경, 07:29경 ○○파출서에 ‘소외 4가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고, 순찰2팀원인 경위 소외 6과 순경 소외 7은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다. 소외 6과 소외 7은 소외 4가 주거지 뒤편에서 다른 주민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였고, 주거지 창문을 통해 소외 1의 안전을 확인한 후 복귀하였다.
11) 소외 1은 07:47경 재차 ○○파출서에 ‘동거남이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라며 신고하였고, 소외 6과 소외 7은 현장에 출동하여 소외 4에게 ‘소란행위를 계속하면 경범죄로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하겠다.’라고 구두로 경고한 후 복귀하였다.
12) 소외 1은 08:23경 ○○파출서에 ‘동거남을 왜 데려가지 않느냐?’라는 문의전화를 하였고, 위 문의전화를 받은 ○○파출서 순경 소외 8은 ‘출입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내용으로 상담하였다.
13) 소외 1은 08:47경 ○○파출서에 ‘소외 4가 자신을 폭행한 것으로 치고 소외 4를 체포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순경 소외 9는 ‘허위진술로는 신고 접수를 할 수 없다.’라고 안내하였다.
14) 소외 4는 08:54경 주거지 안방 창문의 방범 철조망을 뜯어내고 주거지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고, 09:10경 다시 주거지로 들어가 소외 1과 술을 마셨다. 소외 4는 09:20경 소외 1이 약 4시간 동안 주거지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나 벽을 기대고 앉아 있던 소외 1의 얼굴 부위를 수회 폭행하여 소외 1의 머리가 벽에 부딪치게 하였다.
15) 소외 1은 09:28경 ○○파출서에 전화하여 "제가 신고를 했었나요?"라고 반복적으로 물어보며 횡설수설하다가 전화를 끊었고, 그 후 사망하였다.
16) 소외 4는 다음날 16:07경 ○○파출서에 전화하여 "아내를 죽인 것 같다.", "어제 때리긴 때렸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사망해 있다."라고 알렸고, 17:10경 긴급체포 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7호증, 을 제7, 8, 14, 15, 17, 18,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나. 가정폭력 사건 관련 경찰 내부 매뉴얼, 지침 등의 주요 내용
1) 「가정폭력 단계별 대응 모델 추진 계획」(2019. 5. 29.)
□ 추진배경 ○ 최근 언론, 여성단체 등에서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현장종결 관행을 지적하며 현장 초동대응 강화를 지속 요구 ○ 또한, 현장종결 당시 관련기록이 남지 않아 상습폭력에도 초범으로 처리되는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 입건, 기록 유지 필요성 강조 ※ 국회 등은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도 화해시키고 종결하고 있어 기록이 남지 않고, 이로 인해 폭력이 커져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도 초범으로 처벌되는 문제점에 대해 개선 요청(중략)□ 세밀한 수사 및 구속, 가해자 격리 등 피해자 안전 확보 필요 ○ 가정폭력은 상습성과 은폐성이 높은 특성이 있음에도, 일반폭력처럼 피해자 진술만 의지해 조사하는 관행도 지적 ○ 재범위험성 조사표를 더욱 내실화하고, 이에 따른 위험성이 높은 경우 격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 단순 말다툼 등 경미사안도 ‘위험성 조사표’를 꼭 작성해야 하는지 ○ 가정폭력이 친밀한 관계에서 지속,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재되어 있는 위험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함. 당장은 단순 말다툼이나 간섭, 훈계 등으로 보이더라도 언제든지 폭력, 상해 등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성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판단하는 것이 필요함. 만약 피해자가 진술을 거부하거나 주취 등 이유로 조사표 작성이 어려운 경우, 그 사유를 의견란에 상세히 기재하기 바람. (중략)
(후략)
2) 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
□ 가정구성원의 범위 ○ 배우자(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 포함) 또는 배우자 관계에 있던 자 자기 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관계(사실상 양친자 포함)에 있거나 있던 자 계부모와 자녀의 관계 또는 적모와 서자의 관계에 있거나 있던 자 동거하는 친족관계에 있는 자(동거하지 않는 형제자매는 해당하지 않음) ○ 사실혼은 어떻게 판단하나요? ☞ 법원은 당사자 사이의 혼인의사 및 혼인생활의 실체(동거기간, 자녀출산 유무, 생활비 등 사용, 제3자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사실혼을 인정하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반영한 개선된 ‘사실혼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판단하면 됨. 다만 신고현장에서 피해자가 흥분하여 혼인의사를 없다고 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반드시 혼인생활의 실체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함.(중략)□ 가정폭력 현장출동 경찰관 행동요령 ○ 출동 경찰관은 신고내용, 현장상황, 필요시 주변인 탐문 등 종합하여 생명, 신체, 재산에 대한 위해의 구체적 개연성이 있는지 판단. 112신고는 명백히 허위 · 오인신고라고 보여지는 등 특별한 배제사유가 없는 한 구체적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 ○ 가해자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하여 가 · 피해자 등을 반드시 분리하여 조사하고, 부서진 가제도구를 촬영하여 증거수집 활동 필요 √ 피해 내용 개괄적 청취 및 질문위주 대화 지양 √ 구체적인 사건 내용 확인, 이전 피해경험, 자녀에 대한 위험 확인 √ 관련자들의 즉흥적인 발언내용과 감정상태, 특이한 현장상황, 목격자 인적사항 등 수사상 필요한 사항 메모 √ 가정폭력 발생 현장 사진 촬영 및 물적 증거자료 확보 √ 부상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피해자에게 의사의 진료 권유○ 피해자가 수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라도 진상을 명확히 파악,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행위나 상습적이고 사안이 중한 경우 사건처리할 것을 이해시킴.
다.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서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두3816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경찰공무원으로서 관계지침에 따라 현장출동 당시 가정구성원 간의 다툼, 언쟁이 있었음을 인지한 이상 언제든지 폭력, 상해 등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음을 예상하여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코드를 변경하는 등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고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한 것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는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이 사건 처분의 사유는 원고가 가정구성원간의 시비를 인지하였음에도 관계지침에 따라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입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관계지침은 가정구성원간의 시비를 인지하였을 경우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여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판단하도록 한 ‘가정폭력범죄 단계별 대응모델 추진 계획’과 112신고 종별코드가 ‘가정폭력’으로 지정되어 있도록 한 ‘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을 가리킨다. 한편,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고, 같은 조 제3호에 의하면 "가정폭력범죄"란 ‘가정폭력으로서 형법 제257조(상해, 존속상해)의 죄 등 각 목에 열거된 죄’를 말한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정폭력"은 단순히 신체적 폭력행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언어적, 정서적 학대와 심각한 욕설, 간섭, 의심 등도 모두 가정폭력에 해당한다. 또한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된 대부분의 가정폭력 피해자는 무기력한 상태에서 가정구성원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으로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이에 2019. 5. 29.부터 시행된 ‘가정폭력범죄 단계별 대응모델 추진 계획’ 및 그에 따른 ‘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에 의하면, 가정구성원 간 폭력이 발생하지 않은 단순 다툼·언쟁인 경우라도 반드시 ‘가정폭력’으로 신고코드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고, 제3자가 신고한 경우가 아닌 한 함부로 ‘허위·오인’으로 종결코드 입력해서는 아니 되며, 현장 출동 경찰관은 가해자를 가급적 집 밖으로 분리하는 등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한 후 허위·오인 신고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여야 하고, 단순 말다툼이나 간섭, 훈계 등으로 보이더라도 언제든지 폭력, 상해 등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위험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현장 출동 경찰관은 가정폭력 피해 상황을 조사함에 있어 만연히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닐 현장 상황이나 주변인 등의 제3자 진술 등을 종합하여 적극적으로 판단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 원고가 2021. 8. 14. 04:32경 소외 1의 주거지에 1차 출동하였을 당시 소외 4와 소외 1은 말다툼을 하고 있거나 시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소외 4와 소외 1은 모두 만취한 상태로(소외 1의 주거지에는 술병 10병이 놓여 있었다), 소외 4는 폭행 사실을 부인하였고, 소외 1은 원고의 물음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사실을 명확하게 진술하거나 진술서를 작성하지도 못한 채 소외 4를 집 밖으로 내보내 달라는 취지로 손을 흔들기만 하였다. 당시 원고는 주거지 안방과 소외 1의 얼굴과 팔 등을 살펴보았으나, 뚜렷한 폭력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라) 그러나 원고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위 1차 현장출동 당시 소외 1의 얼굴, 팔 등만을 살펴보았을 뿐 소외 1의 다른 신체 부위에 물리적 폭력이 있었는지, 그밖에 다른 정서적, 언어적 폭력이 있었는지 여부는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았다. 가정폭력이 은밀하게 반복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현장 출동의 기회에 가정폭력의 명백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사정까지 감안하면, 원고가 현장 상황과 소외 1의 얼굴, 팔 등만을 짧은 시간 동안 살펴본 후 물리적, 신체적 폭력이 없었다고 단정한 나머지 그 밖의 가정폭력 여부에 대해 적극적 조사에 나아가지 않은 것은 직무의 태만 내지 성실의무 위반에 충분히 포섭될 수 있다.
마) 특히 원고와 소외 3은 위 1차 현장출동 당시 소외 4로부터 "술에 취해 언성이 높아졌다."는 진술을 청취한 상태였고, 소외 4가 소외 1의 동거남이어서 가정구성원의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한 이상, 소외 1이 소외 4로부터 ‘언어적, 정서적 가정폭력’의 피해를 입고 112 신고를 하였을 것을 염두에 두고서 비록 이들이 만취 상태에서 단순한 말다툼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폭력, 상해 등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음을 예상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그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는 만연히 소외 4를 소외 1과 분리하여 그 거주지 밖으로 퇴거시켰을 뿐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그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당시 소외 1이 만취 상태로서 구체적인 피해 진술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당일 소외 1이 여러 차례에 걸쳐 112 신고 전화를 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 작성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바) 더구나 소외 1은 이후로도 ○○파출서에 원고가 소속된 순찰1팀원이 근무하는 동안에만 4차례나 더 신고전화를 하여 소외 1의 거주지 밖으로 퇴거한 소외 4가 어디 있는지를 문의하거나 소외 4에 대한 조치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문의하는 내용의 신고전화를 하였다. 이에 원고와 소외 3은 06:01경 1차례 더 소외 1의 거주지에 현장 출동하여 거주지 문 앞에 자고 있는 소외 4에게 "왜 문 열어 달라고 해요?"라고 물어보았고, 소외 4로부터 "죄송합니다. 안 그럴게요. 술 깨면 들어갈게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경찰관인 원고로서는 적어도 위 3차 현장 출동 당시에라도 소외 1이 재차 신고를 하게 된 경위가 거주지 밖으로 퇴거당한 소외 4가 주취 상태에서 거주지로 들어가기 위해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언어적, 정서적 가정폭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그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하였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원고는 위 3차 현장 출동 당시에도 소외 1로부터 재차 신고하게 된 경위나 피해 사실을 청취하려고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한 채 만연히 소외 4에게 "제발 그러지 마라."는 주의만 준 후 복귀하였고, 소외 3은 위 신고전화의 종별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않고 여전히 ‘시비’로 입력하였을 뿐이다. 당시 소외 4가 소외 1과 거주지 밖에서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소외 1에 대한 분노나 공격적인 감정을 분명하게 표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장 출동 경찰관으로서 원고가 언어적, 정서적 가정폭력 여부를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이상 직무의 태만 내지 성실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사) 한편 가정폭력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후적 결과는 징계양정의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지만, 이에 앞서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를 따질 때 핵심은 징계대상사실과 같은 직무 태만 등이 있었는지 여부 그 자체에 있다. 직무 태만과 이 사건 가정폭력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반드시 엄밀한 의미에서의 법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고의 위험성 조사표 미작성 및 112시스템 신고 종별코드 미변경으로 말미암아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 신고이력 관리 및 피해자 보호 연계 등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 소외 1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한 주요한 원인이 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에게 앞서 본 직무의 태만 내지 성실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재량권의 일탈·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두6101 판결,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고는 가정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현장 출동 경찰관으로서 관련지침 등을 준수하여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코드를 변경하는 등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 여기에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처분이 명백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경찰공무원법 제32조, 제33조, 경찰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이하 ‘이 사건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4조 [별표 1]의 ‘행위자’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에 의하면,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 제1호 성실의무 위반 (라)목 직무유기, 부작위·직무태만은 ‘감봉~견책’을 규정하고 있다. 이때 징계의결이 요구된 자에게 제8조 각 호의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별표 9]에 의하여 징계양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그 징계양정 감경기준에 의하면 ‘견책’으로 징계의결이 요구된 경우 ‘불문경고’로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처분은 위 징계기준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 사건 시행규칙의 관련 규정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적용한 결과가 징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나)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성실의무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서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한편 경찰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경찰공무원의 부적절한 행위를 방지하여 국민의 안전을 더욱 보장하기 위함이다. 경찰공무원들은 국민에 대한 보호 특히 사회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의 필요성과 가정폭력 사건의 적극적 조사 및 수사의 중요성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질 것이 요청된다.
다) 당초 원고에 대하여 견책처분이 내려졌다가 경찰공무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해 온 것으로 보이는 등의 원고에게 유리한 정상을 감안하여 위 견책처분이 감경되어 불문경고로 이 사건 처분이 내려졌는바,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처분의 징계양정의 합리성 여부 판단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그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또한 징계양정도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이에 관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관계법령 생략]
판사 최수환(재판장) 이은혜 배정현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52460 판결]
원고
경기도북부경찰청장
의정부지방법원 2023. 6. 27. 선고 2022구합373 판결
2023. 12. 20.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1. 청구취지
피고가 2021. 12. 22. 원고에 대하여 한 불문경고 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1. 12. 28. 순경으로 임용되어 2013. 12. 1. 경위로 승진하였고, 2020. 8. 19.부터 경기도북부지방경찰청 고양경찰서 ○○파출소에서 근무하여 온 경찰공무원이다.
나. 피고는 아래와 같은 원고의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로 2021. 12. 22. 원고에 대하여 견책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경찰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함에도, 원고는 2021. 8. 14. 접수된 112신고사건*과 관련하여 현장 출동하였는바, 가족구성원간 시비를 인지하였으면 관계지침 등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했음에도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도 정정하지 아니하여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등 직무를 태만히 하였다.? * 신고자는 8. 14. 04:28~09:28간 동거남과의 시비 등으로 총 14회 신고, 동거남(8. 18. 구속)은 같은 날 09:10경 주거지 방범창을 뜯고 들어가 신고자를 수회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함
다. 원고는 2021. 12. 23. 위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는데, 소청심사위원회는 2022. 3. 31. 위 견책의 징계처분을 불문경고로 변경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변경된 징계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9호증, 을 제12, 13,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징계사유의 부존재
원고는 2021. 8. 14. 현장에 출동하였을 당시 신고자와 그 동거남이 가정구성원 사이인지 여부를 알 수 없었고, 가정폭력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할 만한 특별한 정황이 없어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코드를 변경하지 않은 것이다. 원고는 현장에서 동거남의 퇴거를 원하는 신고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신고자와 동거남이 분리되어 있도록 동거남을 설득하여 당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였을 뿐 직무를 태만히 한 바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 재량권의 일탈·남용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신고자의 사망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112종합상황실 근무자가 아닌 원고를 비롯한 현장 근무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하자가 있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처분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가. 인정사실
1) 소외 1은 2021. 8. 14. 04:27경 112신고를 하였는데 전화연결이 되지 않자 04:28경 ○○파출소로 전화하여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라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다.
2) 소외 1의 신고를 접수한 ○○파출소 순찰1팀원 경위 소외 2는 112시스템에 사건 종별코드를 ‘가정폭력’으로 입력하지 않고 ‘시비’로 입력하였다. 같은 순찰1팀원인 원고와 순경 소외 3은 소외 2로부터 신고내용을 전달받은 후 04:32경 소외 1이 거주하는 고양시 덕양구 (주소 생략)으로 출동하였다.
3) 소외 1은 주거지에 도착한 원고와 소외 3에게 동거남인 소외 4를 내보내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소외 4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 "아주머니 때린 적 있어요?"라고 물었다. 소외 4는 원고에게 "안 때렸어요. 아픈 사람을 어떻게 때려요."라고 말하며 폭행사실을 부인하였고, 소외 3에게는 "술에 취해 언성이 높아졌다."라고 말하였다. 원고가 다시 소외 1에게 가 "남편 분에게 맞았어요?"라는 질문을 하고 자필 진술서 양식을 제시하였는데, 소외 1은 원고의 물음에 대답하거나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소외 4를 거주지 밖으로 내보내달라는 의미로 손을 흔들기만 하였다. 당시 원고는 소외 1과 주거지의 상태를 점검하였는데, 소외 1의 얼굴과 팔 등에 상처가 나 있거나 기물이 파손되어 있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4) 원고는 소외 4에게 "아주머니가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하는데, 밖에서 나가서 자고 들어올래요?"라고 물었고, 소외 4는 "알았어요."라고 답하였다. 원고와 소외 3은 04:54경 소외 4를 순찰차에 탑승시켜 인근 숙박업소로 데리고 갔는데, 소외 4는 숙박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투숙하기를 거부하였다. 이에 원고와 소외 3은 소외 4를 ○○동 행정복지센터 쉼터 앞 벤치에 내려주고 "술을 깨고 들어가라."는 말을 남긴 후 복귀하였다.
5) 소외 1은 05:48경 ○○파출소에 ‘동거남이 다시 왔다.’는 신고전화를 하였고, 원고와 소외 3은 05:52경 재차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다.
6) 원고는 소외 4가 주거지 출입문 앞 계단에 앉아 쭈그린 상태로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소외 4를 깨워 "왜 벌써 왔느냐?"라고 물었는데, 소외 4가 "죄송해요. 문을 안 열어줘요. 조용히 자다가 술 깨면 들어갈게요."라고 말하여 소외 4에게 "술이 깨면 들어가라."라고 주의를 준 후 소외 3과 함께 파출소로 복귀하였다. 당시 원고는 소외 1의 주거지 현관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유선으로 소외 1과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연결이 되지 아니하여 소외 1이 재차 신고한 경위나 피해 상황 등은 청취하지 못한 채 그대로 파출소로 복귀하였다(을 제14, 15호증).
7) 원고와 소외 3은 파출소로 복귀한 직후 다시 소외 1의 신고전화를 받고 06:01경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고, 주거지 문 앞에서 자고 있는 소외 4에게 "왜 문 열어 달라고 해요?"라고 물었다. 소외 4는 "죄송합니다. 안 그럴게요. 술 깨고 들어갈게요."라고 대답하였고, 원고는 "제발 그러지 마라."라고 말한 후 파출소로 복귀하였다(소외 1은 그 사이인 05:57경 ○○파출서에 ‘출동 경찰관과 통화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06:03경 ‘소외 4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묻는 내용으로 전화를 하였다). 소외 3은 위 신고전화의 종별코드를 ‘시비’로 입력하였다.
8) 소외 1은 06:10경 ‘소외 4가 어디에 있는지’를 문의하는 전화를 하였다. 원고는 ‘소외 4가 집 밖에서 자도록 조치하였으니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다시 찾아오면 신고하라.’고 상담·안내하였다.
9) ○○파출소 순찰1팀원은 07:20경 순찰2팀원과 근무교대를 하였다.
10) 소외 1은 07:20경, 07:23경, 07:29경 ○○파출서에 ‘소외 4가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고, 순찰2팀원인 경위 소외 6과 순경 소외 7은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다. 소외 6과 소외 7은 소외 4가 주거지 뒤편에서 다른 주민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였고, 주거지 창문을 통해 소외 1의 안전을 확인한 후 복귀하였다.
11) 소외 1은 07:47경 재차 ○○파출서에 ‘동거남이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라며 신고하였고, 소외 6과 소외 7은 현장에 출동하여 소외 4에게 ‘소란행위를 계속하면 경범죄로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하겠다.’라고 구두로 경고한 후 복귀하였다.
12) 소외 1은 08:23경 ○○파출서에 ‘동거남을 왜 데려가지 않느냐?’라는 문의전화를 하였고, 위 문의전화를 받은 ○○파출서 순경 소외 8은 ‘출입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내용으로 상담하였다.
13) 소외 1은 08:47경 ○○파출서에 ‘소외 4가 자신을 폭행한 것으로 치고 소외 4를 체포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순경 소외 9는 ‘허위진술로는 신고 접수를 할 수 없다.’라고 안내하였다.
14) 소외 4는 08:54경 주거지 안방 창문의 방범 철조망을 뜯어내고 주거지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고, 09:10경 다시 주거지로 들어가 소외 1과 술을 마셨다. 소외 4는 09:20경 소외 1이 약 4시간 동안 주거지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나 벽을 기대고 앉아 있던 소외 1의 얼굴 부위를 수회 폭행하여 소외 1의 머리가 벽에 부딪치게 하였다.
15) 소외 1은 09:28경 ○○파출서에 전화하여 "제가 신고를 했었나요?"라고 반복적으로 물어보며 횡설수설하다가 전화를 끊었고, 그 후 사망하였다.
16) 소외 4는 다음날 16:07경 ○○파출서에 전화하여 "아내를 죽인 것 같다.", "어제 때리긴 때렸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사망해 있다."라고 알렸고, 17:10경 긴급체포 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7호증, 을 제7, 8, 14, 15, 17, 18,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나. 가정폭력 사건 관련 경찰 내부 매뉴얼, 지침 등의 주요 내용
1) 「가정폭력 단계별 대응 모델 추진 계획」(2019. 5. 29.)
□ 추진배경 ○ 최근 언론, 여성단체 등에서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현장종결 관행을 지적하며 현장 초동대응 강화를 지속 요구 ○ 또한, 현장종결 당시 관련기록이 남지 않아 상습폭력에도 초범으로 처리되는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 입건, 기록 유지 필요성 강조 ※ 국회 등은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도 화해시키고 종결하고 있어 기록이 남지 않고, 이로 인해 폭력이 커져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도 초범으로 처벌되는 문제점에 대해 개선 요청(중략)□ 세밀한 수사 및 구속, 가해자 격리 등 피해자 안전 확보 필요 ○ 가정폭력은 상습성과 은폐성이 높은 특성이 있음에도, 일반폭력처럼 피해자 진술만 의지해 조사하는 관행도 지적 ○ 재범위험성 조사표를 더욱 내실화하고, 이에 따른 위험성이 높은 경우 격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 단순 말다툼 등 경미사안도 ‘위험성 조사표’를 꼭 작성해야 하는지 ○ 가정폭력이 친밀한 관계에서 지속,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재되어 있는 위험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함. 당장은 단순 말다툼이나 간섭, 훈계 등으로 보이더라도 언제든지 폭력, 상해 등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성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판단하는 것이 필요함. 만약 피해자가 진술을 거부하거나 주취 등 이유로 조사표 작성이 어려운 경우, 그 사유를 의견란에 상세히 기재하기 바람. (중략)
(후략)
2) 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
□ 가정구성원의 범위 ○ 배우자(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 포함) 또는 배우자 관계에 있던 자 자기 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관계(사실상 양친자 포함)에 있거나 있던 자 계부모와 자녀의 관계 또는 적모와 서자의 관계에 있거나 있던 자 동거하는 친족관계에 있는 자(동거하지 않는 형제자매는 해당하지 않음) ○ 사실혼은 어떻게 판단하나요? ☞ 법원은 당사자 사이의 혼인의사 및 혼인생활의 실체(동거기간, 자녀출산 유무, 생활비 등 사용, 제3자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사실혼을 인정하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반영한 개선된 ‘사실혼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판단하면 됨. 다만 신고현장에서 피해자가 흥분하여 혼인의사를 없다고 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반드시 혼인생활의 실체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함.(중략)□ 가정폭력 현장출동 경찰관 행동요령 ○ 출동 경찰관은 신고내용, 현장상황, 필요시 주변인 탐문 등 종합하여 생명, 신체, 재산에 대한 위해의 구체적 개연성이 있는지 판단. 112신고는 명백히 허위 · 오인신고라고 보여지는 등 특별한 배제사유가 없는 한 구체적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 ○ 가해자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하여 가 · 피해자 등을 반드시 분리하여 조사하고, 부서진 가제도구를 촬영하여 증거수집 활동 필요 √ 피해 내용 개괄적 청취 및 질문위주 대화 지양 √ 구체적인 사건 내용 확인, 이전 피해경험, 자녀에 대한 위험 확인 √ 관련자들의 즉흥적인 발언내용과 감정상태, 특이한 현장상황, 목격자 인적사항 등 수사상 필요한 사항 메모 √ 가정폭력 발생 현장 사진 촬영 및 물적 증거자료 확보 √ 부상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피해자에게 의사의 진료 권유○ 피해자가 수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라도 진상을 명확히 파악,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행위나 상습적이고 사안이 중한 경우 사건처리할 것을 이해시킴.
다.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서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두3816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경찰공무원으로서 관계지침에 따라 현장출동 당시 가정구성원 간의 다툼, 언쟁이 있었음을 인지한 이상 언제든지 폭력, 상해 등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음을 예상하여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코드를 변경하는 등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고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한 것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는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이 사건 처분의 사유는 원고가 가정구성원간의 시비를 인지하였음에도 관계지침에 따라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입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관계지침은 가정구성원간의 시비를 인지하였을 경우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여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판단하도록 한 ‘가정폭력범죄 단계별 대응모델 추진 계획’과 112신고 종별코드가 ‘가정폭력’으로 지정되어 있도록 한 ‘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을 가리킨다. 한편,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고, 같은 조 제3호에 의하면 "가정폭력범죄"란 ‘가정폭력으로서 형법 제257조(상해, 존속상해)의 죄 등 각 목에 열거된 죄’를 말한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정폭력"은 단순히 신체적 폭력행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언어적, 정서적 학대와 심각한 욕설, 간섭, 의심 등도 모두 가정폭력에 해당한다. 또한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된 대부분의 가정폭력 피해자는 무기력한 상태에서 가정구성원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으로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이에 2019. 5. 29.부터 시행된 ‘가정폭력범죄 단계별 대응모델 추진 계획’ 및 그에 따른 ‘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에 의하면, 가정구성원 간 폭력이 발생하지 않은 단순 다툼·언쟁인 경우라도 반드시 ‘가정폭력’으로 신고코드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고, 제3자가 신고한 경우가 아닌 한 함부로 ‘허위·오인’으로 종결코드 입력해서는 아니 되며, 현장 출동 경찰관은 가해자를 가급적 집 밖으로 분리하는 등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한 후 허위·오인 신고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여야 하고, 단순 말다툼이나 간섭, 훈계 등으로 보이더라도 언제든지 폭력, 상해 등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위험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현장 출동 경찰관은 가정폭력 피해 상황을 조사함에 있어 만연히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닐 현장 상황이나 주변인 등의 제3자 진술 등을 종합하여 적극적으로 판단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 원고가 2021. 8. 14. 04:32경 소외 1의 주거지에 1차 출동하였을 당시 소외 4와 소외 1은 말다툼을 하고 있거나 시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소외 4와 소외 1은 모두 만취한 상태로(소외 1의 주거지에는 술병 10병이 놓여 있었다), 소외 4는 폭행 사실을 부인하였고, 소외 1은 원고의 물음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사실을 명확하게 진술하거나 진술서를 작성하지도 못한 채 소외 4를 집 밖으로 내보내 달라는 취지로 손을 흔들기만 하였다. 당시 원고는 주거지 안방과 소외 1의 얼굴과 팔 등을 살펴보았으나, 뚜렷한 폭력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라) 그러나 원고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위 1차 현장출동 당시 소외 1의 얼굴, 팔 등만을 살펴보았을 뿐 소외 1의 다른 신체 부위에 물리적 폭력이 있었는지, 그밖에 다른 정서적, 언어적 폭력이 있었는지 여부는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았다. 가정폭력이 은밀하게 반복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현장 출동의 기회에 가정폭력의 명백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사정까지 감안하면, 원고가 현장 상황과 소외 1의 얼굴, 팔 등만을 짧은 시간 동안 살펴본 후 물리적, 신체적 폭력이 없었다고 단정한 나머지 그 밖의 가정폭력 여부에 대해 적극적 조사에 나아가지 않은 것은 직무의 태만 내지 성실의무 위반에 충분히 포섭될 수 있다.
마) 특히 원고와 소외 3은 위 1차 현장출동 당시 소외 4로부터 "술에 취해 언성이 높아졌다."는 진술을 청취한 상태였고, 소외 4가 소외 1의 동거남이어서 가정구성원의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한 이상, 소외 1이 소외 4로부터 ‘언어적, 정서적 가정폭력’의 피해를 입고 112 신고를 하였을 것을 염두에 두고서 비록 이들이 만취 상태에서 단순한 말다툼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폭력, 상해 등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음을 예상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그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는 만연히 소외 4를 소외 1과 분리하여 그 거주지 밖으로 퇴거시켰을 뿐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그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당시 소외 1이 만취 상태로서 구체적인 피해 진술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당일 소외 1이 여러 차례에 걸쳐 112 신고 전화를 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 작성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바) 더구나 소외 1은 이후로도 ○○파출서에 원고가 소속된 순찰1팀원이 근무하는 동안에만 4차례나 더 신고전화를 하여 소외 1의 거주지 밖으로 퇴거한 소외 4가 어디 있는지를 문의하거나 소외 4에 대한 조치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문의하는 내용의 신고전화를 하였다. 이에 원고와 소외 3은 06:01경 1차례 더 소외 1의 거주지에 현장 출동하여 거주지 문 앞에 자고 있는 소외 4에게 "왜 문 열어 달라고 해요?"라고 물어보았고, 소외 4로부터 "죄송합니다. 안 그럴게요. 술 깨면 들어갈게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경찰관인 원고로서는 적어도 위 3차 현장 출동 당시에라도 소외 1이 재차 신고를 하게 된 경위가 거주지 밖으로 퇴거당한 소외 4가 주취 상태에서 거주지로 들어가기 위해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언어적, 정서적 가정폭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그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하였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원고는 위 3차 현장 출동 당시에도 소외 1로부터 재차 신고하게 된 경위나 피해 사실을 청취하려고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한 채 만연히 소외 4에게 "제발 그러지 마라."는 주의만 준 후 복귀하였고, 소외 3은 위 신고전화의 종별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않고 여전히 ‘시비’로 입력하였을 뿐이다. 당시 소외 4가 소외 1과 거주지 밖에서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소외 1에 대한 분노나 공격적인 감정을 분명하게 표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장 출동 경찰관으로서 원고가 언어적, 정서적 가정폭력 여부를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이상 직무의 태만 내지 성실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사) 한편 가정폭력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후적 결과는 징계양정의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지만, 이에 앞서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를 따질 때 핵심은 징계대상사실과 같은 직무 태만 등이 있었는지 여부 그 자체에 있다. 직무 태만과 이 사건 가정폭력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반드시 엄밀한 의미에서의 법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고의 위험성 조사표 미작성 및 112시스템 신고 종별코드 미변경으로 말미암아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 신고이력 관리 및 피해자 보호 연계 등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 소외 1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한 주요한 원인이 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에게 앞서 본 직무의 태만 내지 성실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재량권의 일탈·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두6101 판결,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고는 가정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현장 출동 경찰관으로서 관련지침 등을 준수하여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코드를 변경하는 등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 여기에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처분이 명백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경찰공무원법 제32조, 제33조, 경찰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이하 ‘이 사건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4조 [별표 1]의 ‘행위자’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에 의하면,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 제1호 성실의무 위반 (라)목 직무유기, 부작위·직무태만은 ‘감봉~견책’을 규정하고 있다. 이때 징계의결이 요구된 자에게 제8조 각 호의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별표 9]에 의하여 징계양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그 징계양정 감경기준에 의하면 ‘견책’으로 징계의결이 요구된 경우 ‘불문경고’로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처분은 위 징계기준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 사건 시행규칙의 관련 규정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적용한 결과가 징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나)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성실의무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서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한편 경찰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경찰공무원의 부적절한 행위를 방지하여 국민의 안전을 더욱 보장하기 위함이다. 경찰공무원들은 국민에 대한 보호 특히 사회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의 필요성과 가정폭력 사건의 적극적 조사 및 수사의 중요성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질 것이 요청된다.
다) 당초 원고에 대하여 견책처분이 내려졌다가 경찰공무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해 온 것으로 보이는 등의 원고에게 유리한 정상을 감안하여 위 견책처분이 감경되어 불문경고로 이 사건 처분이 내려졌는바,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처분의 징계양정의 합리성 여부 판단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그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또한 징계양정도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이에 관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관계법령 생략]
판사 최수환(재판장) 이은혜 배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