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90297 판결]
[1] 위약벌 약정에 대한 법원 개입의 한계
[2] 계약당사자 사이에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로 작성하였으나,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채무불이행책임에서 채무자의 귀책사유는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채무자는 자기에게 귀책사유 없음을 주장·증명함으로써 면책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甲과 乙이 丙 주식회사의 주주 겸 각자대표이사로서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하던 중 乙이 자신의 주식을 丁 투자조합에 채무의 담보로 제공하여 질권을 설정해 주면서 콜옵션을 부여하였고, 이에 甲이 위 질권을 해지시키기 위하여 乙에게 자금을 대여하면서 질권이 해지되지 아니하는 경우 乙이 甲에게 위약벌 3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乙은 자신의 丁 투자조합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한 ‘정산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위 주식이 丁 투자조합에 귀속되자 甲이 乙을 상대로 위약벌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위 금전소비대차계약이 丁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乙에게 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 의무를 부과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丁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적법·유효하였는지는 위약벌 발생 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乙이 질권을 해지하지 못한 이상 위약벌 약정에서 정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였고 乙에게 질권을 해지하지 못한 데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수도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1] 민법 제398조 제4항
[2] 민법 제105조
[3] 민법 제390조, 민사소송법 제288조[증명책임]
[4] 민법 제105조, 제390조, 제398조 제4항
[1]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공2022하, 1659) / [2]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1다304533 판결(공2023하, 1072) / [3] 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다카1864 판결(공1985, 620),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다19642 판결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수정 외 5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김동국 외 4인)
서울고법 2022. 9. 29. 선고 2022나2006865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들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및 원심의 판단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와 피고는 주식회사 ○○○○(이하 ‘○○○○’이라 한다)의 최대주주인 ○○○○홀딩스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홀딩스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주주 겸 각자대표이사로 재직한 사람이다.
가) 원고 등 및 △△△△ 주식회사(이하 ‘△△△△’이라 한다)와 피고는 2020. 1.경 ○○○○의 유상증자에의 참여와 이 사건 회사를 통한 ○○○○ 경영 참여와 관련하여, 이 사건 회사에 원고 등 및 △△△△은 40억 원을, 피고는 80억 원을 각 대여하고, 대여금 비율에 따라 이 사건 회사 지분을 보유하며, 이 사건 회사에 △△△△과 피고가 동일한 수의 이사 및 각자대표이사 1인씩을 지명하고, 원고 측 및 피고가 이 사건 회사 주식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하고자 하는 경우 상대방은 제3자에 우선하여 그 주식을 인수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의 합의를 체결하였다.
나) 위 합의에 따라 원고 측과 피고는 각 약정 대여금을 지급하였고,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회사의 주식 중 6,666주(원고, 지분율 33.33%), 13,334주(피고, 지분율 66.67%, 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를 각 취득하였다. ○○○○은 2020. 1.경 유상증자를 실시하였고, 이 사건 회사가 120억 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여 ○○○○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다) 원고와 피고는 ○○○○의 최대주주인 이 사건 회사의 주주 겸 각자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회사 및 ○○○○을 공동으로 경영하였다.
2) 그런데 피고는 그로부터 불과 2개월 후인 2020. 3.경 이 사건 주식을 제3자에게 채무의 담보로 제공하여 이 사건 질권을 설정해 주었다.
가) 피고는 2020. 3.경 □□투자조합(변경 전 명칭: ‘◇◇ ◇◇◇ 투자조합’)과 사이에 □□투자조합이 피고 측 회사인 ☆☆☆☆ 주식회사(이하 ‘☆☆☆☆’라 한다)가 발행하는 전환사채 중 80억 원을 인수하되 피고가 약정 기일에 위 전환사채를 다시 인수하고, 위 재인수대금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 및 피고의 이 사건 회사에 대한 80억 원의 이 사건 대여금채권에 관하여 이 사건 질권을 설정하는 내용의 ‘전환사채 양수도 및 담보설정 등에 관한 계약’ 등을 체결하였다.
나) 위 계약은 피고가 위 재인수대금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투자조합의 통지 즉시 담보물인 이 사건 주식 및 대여금채권은 재인수대금의 지급에 갈음한 대물변제로 충당되어 □□투자조합에 귀속되고(제5조 제3항), 이와 별도로 피고가 재인수대금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에는 □□투자조합이 담보물인 이 사건 주식 및 대여금채권 등을 약정 금액에 매수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하여(제9조 제1항) 이른바 콜옵션을 정하고 있다.
다) 이 사건 회사 주식은 주권이 발행된 주식이었는데, 위 계약에 따라 피고는 □□투자조합에 이 사건 주식의 주권을 교부하였다.
라) 위 계약에 따라 피고가 부담하는 재인수대금 채무의 변제기는 2020. 6. 3.로 최종 변경되었다.
3)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주식 등에 설정한 이 사건 질권을 해지시키기 위하여 피고에게 30억 원을 대여하면서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지 아니하는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위약벌 3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가) 피고는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정지 상태에 있던 ○○○○ 주식의 거래 재개를 위하여도 □□투자조합에 대해 부담하는 채무를 변제한 후 이 사건 주식을 되찾아올 필요가 있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 채무 변제를 위해 30억 원의 대여를 요청하였고, 원고는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의 계약 내용을 확인하여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콜옵션 약정의 존재를 인식하였다.
나) 원고는 2020. 6. 3.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2순위 근질권이 적법·유효하게 설정될 것을 대여금 지급의 선행조건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30억 원을 대여하고(제2조), 피고는 대여금을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 변제 용도로만 사용하며(제3조)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질권 해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도록 하여야 하고(제4.1조), 계약이 이 사건 질권의 해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지 않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위약벌 30억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는(제8조) 내용의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에서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약정한 바는 없다.
다) 원고와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회사의 지배구조, ○○○○의 지배구조 및 경영에 관한 내용과 함께 피고가 □□투자조합과 법적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 이 사건 회사를 통해 위약금에 대응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라) 원고와 피고는 같은 날 근질권설정자인 피고가 근질권자인 원고를 위하여 근질권 설정 대상주식에 관하여 2순위 근질권을 설정하고, 이를 위하여 근질권설정자인 피고는 이 사건 회사의 주주명부에 원고를 입질주식에 대한 근질권자로 기재되도록 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주식근질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마)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대여금 30억 원을 지급하였는데,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2순위 근질권이 설정되지는 아니하였다.
4) 피고는 2020. 6. 4. 자신의 □□투자조합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한 ‘정산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이 사건 주식은 □□투자조합에 귀속되었다.
가) □□투자조합은 2020. 6. 3. 피고에게 피고 보유 이 사건 회사 주식, 이 사건 대여금반환채권 등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고, 행사대금 165억 원에서 피고의 전환사채 재인수대금 채무 상당액을 제외한 나머지 약 52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하였다.
나) 그런데 피고는 2020. 6. 4. □□투자조합과 사이에 피고가 □□투자조합에 대한 전환사채 재인수대금 채무를 불이행하여 □□투자조합이 대물변제 예약을 한 이 사건 주식 등 담보물을 취득하였음을 확인하고, 대물변제 예약 실행으로 인한 정산과 담보물 취득으로 인한 권리실행 보장 등에 관하여 정하는 내용의 ‘정산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위 합의서는, □□투자조합이 대물변제로 취득한 이 사건 주식 및 이 사건 대여금채권 80억 원이 이 사건 회사의 경영권을 수반하는 최대주주 지분 및 채권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평가액을 합계 120억 원으로 정하고, □□투자조합은 피고에게 피고의 전환사채 재인수대금 채무를 공제한 나머지 약 38억 원을 정산금으로 지급하며(제1조), 피고는 □□투자조합이 취득한 담보물의 권리실행을 위하여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양도통지, 이 사건 주식의 명의개서, 이 사건 회사 임시주주총회를 통한 정관 변경, 임원 변경, 신주발행 금지, 이 사건 회사 및 ○○○○ 경영권 확보를 위한 의결권 위임 등 협력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제2조) 정하고 있다.
다)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회사에 이 사건 주식을 □□투자조합에 양도하였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나. 원심은, ① 원피고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에서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피고에게 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 의무를 부과하였고,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지 못한 것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에서 전제하지 아니하였던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로, 피고가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②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있는 경우에도 피고에게 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이 사건 주식근질권설정계약에서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한 것이라면 원시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③ 피고에게 이 사건 질권을 해지하지 못한 데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피고는 위약벌 약정에 기한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1) 위약벌 약정은 손해배상과 관계없이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벌로서 위반자가 그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자율적으로 약정한 것이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당사자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법원의 개입을 쉽게 허용할 것은 아니다. 위약벌에 대한 법원의 개입을 넓게 인정할수록 위약벌의 이행확보적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1다304533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더불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상 위약벌 약정의 문언에 나타나지 않은 사정 등을 약정의 전제로 삼거나 그러한 사정 등을 기초로 약정을 해석함으로써 위약벌 효력을 배제한 것으로 보이나,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피고에게 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 의무를 부과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가)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합의서와 이 사건 주식근질권설정계약을 작성·체결하였는데, 위 각 계약 등에서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은 반복하여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에 관하여 정하면서 대여금 지급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지 아니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위약벌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로 원고는 피고에게 약정 대여금을 지급하였으나,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는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의 ‘정산에 관한 합의’ 체결에 따라 결국 이 사건 주식은 회수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에서 정한 이 사건 질권 해지 의무를 불이행하여 위약벌 지급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나)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은 계약 목적이 이 사건 질권의 해지임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원고와 피고는 상대방의 주식을 인수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이 사건 회사 및 ○○○○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 관련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투자조합에 이 사건 회사의 발행된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하였고, 피고가 □□투자조합에 부담하는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경우 □□투자조합은 담보물인 이 사건 주식 등으로 대물변제를 받을 수 있었으며, 채무 변제 및 이 사건 주식 회수를 위해 원고에게 부족 자금의 대여를 부탁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의 목적은 원고가 피고에게 □□투자조합에 대한 채무 변제에 필요한 자금을 대여하고 피고가 □□투자조합에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질권을 해지함으로써 이 사건 주식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또한 피고의 □□투자조합에 대한 채무 변제 여부와 무관하게 □□투자조합은 대물변제 내지 콜옵션을 통해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할 수 있었고, 원고와 피고는 모두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 주식근질권설정계약, 합의서는 이 사건 주식에 관한 2순위 근질권 설정, 질권 해지,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에 법적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 위약금 대응방법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2순위 근질권을 설정한 뒤 피고가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질권을 해지함으로써, 이 사건 주식이 대물변제로 □□투자조합에 귀속되는 것을 막고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에도 대항하여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 변동을 저지하려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위 계약 등의 내용과 부합하고 설득력이 있다.
다) 피고는, □□투자조합이 애초에 ○○○○의 경영권 취득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변제기 당시 피고의 변제제공에 대해 추가 채무의 존재를 주장하면서 채무불이행 및 담보권 실행을 주장함과 동시에 콜옵션 행사를 통지하였는데 이에 대해 피고가 항의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다거나, □□투자조합이 콜옵션을 행사하는 경우 이 사건 주식을 넘겨야 했기 때문에 다툴 실익이 없어 □□투자조합이 요구한 대로 ‘정산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고도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에 최종 변제기 다음 날 작성된 ‘정산에 관한 합의서’는 피고의 채무불이행 및 그에 따른 □□투자조합의 대물변제 예약 실행을 전제로 이 사건 주식 등의 평가액을 정하면서 피고에게 여러 협력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회사에 이 사건 주식 양도 통지를 하였다. 피고 주장에 따른다면 □□투자조합이 주장한 채무불이행이나 콜옵션 행사 등이 인정되는지 의문스러운 상황이었으므로 피고는 □□투자조합의 주장 및 권리행사의 적법성 등에 관하여 다투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는 오히려 □□투자조합과 사이에 ‘정산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고 이를 이행함으로써 결정적으로 질권 해지 및 주식 회수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라) 원심은 위 ‘정산에 관한 합의서’는 실질적으로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에 따른 쌍방 권리의무의 정산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정산에 관한 합의서’는 문언상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대물변제 예약 실행으로 □□투자조합이 이 사건 주식 등을 취득하였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 콜옵션 행사에 관한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다. 피고가 이 사건 회사에 한 이 사건 주식 양도 통지에서 밝힌 양도사유 또한 이 사건 주식이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대물변제로 이전되었다는 것이다. ‘정산에 관한 합의서’가 콜옵션 행사에 따라 작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마) 원심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콜옵션 행사가 있는 경우에도 피고에게 질권 해지 의무 등을 부과하는 한편 이 사건 주식근질권설정계약에서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한 것이라면 원시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주식과 관련하여 피고의 □□투자조합에 대한 채무불이행에 따른 위험을 해소하고자 이 사건 질권을 해지하는 것과 더불어 원고 앞으로 2순위 근질권을 설정하여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에 대항하려 하였으나, 2순위 근질권이 설정되지 않고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조합 앞으로 이 사건 주식이 이전되었고,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아니라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의 ‘정산에 관한 합의서’에 명시된 것처럼 피고의 채무불이행 및 대물변제 예약 실행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투자조합이 콜옵션을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콜옵션 약정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콜옵션 행사 통보 이후 피고와 □□투자조합의 ‘정산에 관한 합의서’ 작성 등에 비추어 보면, □□투자조합이 콜옵션 목적물에 관하여 장래 매매계약 등 본계약을 체결한 지위를 취득하고 피고에게 본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을 넘어 곧바로 본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의 해석이나 효력과 관련하여 콜옵션 행사 여부 내지 원시적 불능 해당 여부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하였다거나 이 사건 주식이 콜옵션 행사로 이전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적법·유효하였는지 여부는 위약벌 발생 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피고에게 이 사건 질권을 해지하지 못한 데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판단 또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채무불이행책임에서 채무자의 귀책사유는 추정되는 것이지만, 채무자로서는 자기에게 귀책사유 없음을 주장·증명함으로써 면책될 수 있다(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다카1864 판결,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다19642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이 사건 질권을 해지하지 못한 이상 위약벌 약정에서 정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였고, 채권자인 원고가 별도로 그 채무불이행에 대한 피고의 귀책사유 존재를 증명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음이 원칙이며, 피고는 자신에게 귀책사유 없음을 증명하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 나아가 앞서 본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약벌 약정을 포함한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 및 관련된 계약의 내용, 그러한 계약 등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및 당사자가 달성하려고 한 목적,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의 ‘정산에 관한 합의서’ 작성 경위 및 내용, 이 사건 주식의 이전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거나 그 의무불이행에 피고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계약해석, 원시적 불능, 귀책사유 판단 방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민유숙(주심) 천대엽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90297 판결]
[1] 위약벌 약정에 대한 법원 개입의 한계
[2] 계약당사자 사이에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로 작성하였으나,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채무불이행책임에서 채무자의 귀책사유는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채무자는 자기에게 귀책사유 없음을 주장·증명함으로써 면책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甲과 乙이 丙 주식회사의 주주 겸 각자대표이사로서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하던 중 乙이 자신의 주식을 丁 투자조합에 채무의 담보로 제공하여 질권을 설정해 주면서 콜옵션을 부여하였고, 이에 甲이 위 질권을 해지시키기 위하여 乙에게 자금을 대여하면서 질권이 해지되지 아니하는 경우 乙이 甲에게 위약벌 3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乙은 자신의 丁 투자조합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한 ‘정산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위 주식이 丁 투자조합에 귀속되자 甲이 乙을 상대로 위약벌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위 금전소비대차계약이 丁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乙에게 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 의무를 부과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丁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적법·유효하였는지는 위약벌 발생 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乙이 질권을 해지하지 못한 이상 위약벌 약정에서 정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였고 乙에게 질권을 해지하지 못한 데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수도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1] 민법 제398조 제4항
[2] 민법 제105조
[3] 민법 제390조, 민사소송법 제288조[증명책임]
[4] 민법 제105조, 제390조, 제398조 제4항
[1]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공2022하, 1659) / [2]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1다304533 판결(공2023하, 1072) / [3] 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다카1864 판결(공1985, 620),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다19642 판결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수정 외 5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김동국 외 4인)
서울고법 2022. 9. 29. 선고 2022나2006865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들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및 원심의 판단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와 피고는 주식회사 ○○○○(이하 ‘○○○○’이라 한다)의 최대주주인 ○○○○홀딩스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홀딩스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주주 겸 각자대표이사로 재직한 사람이다.
가) 원고 등 및 △△△△ 주식회사(이하 ‘△△△△’이라 한다)와 피고는 2020. 1.경 ○○○○의 유상증자에의 참여와 이 사건 회사를 통한 ○○○○ 경영 참여와 관련하여, 이 사건 회사에 원고 등 및 △△△△은 40억 원을, 피고는 80억 원을 각 대여하고, 대여금 비율에 따라 이 사건 회사 지분을 보유하며, 이 사건 회사에 △△△△과 피고가 동일한 수의 이사 및 각자대표이사 1인씩을 지명하고, 원고 측 및 피고가 이 사건 회사 주식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하고자 하는 경우 상대방은 제3자에 우선하여 그 주식을 인수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의 합의를 체결하였다.
나) 위 합의에 따라 원고 측과 피고는 각 약정 대여금을 지급하였고,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회사의 주식 중 6,666주(원고, 지분율 33.33%), 13,334주(피고, 지분율 66.67%, 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를 각 취득하였다. ○○○○은 2020. 1.경 유상증자를 실시하였고, 이 사건 회사가 120억 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여 ○○○○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다) 원고와 피고는 ○○○○의 최대주주인 이 사건 회사의 주주 겸 각자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회사 및 ○○○○을 공동으로 경영하였다.
2) 그런데 피고는 그로부터 불과 2개월 후인 2020. 3.경 이 사건 주식을 제3자에게 채무의 담보로 제공하여 이 사건 질권을 설정해 주었다.
가) 피고는 2020. 3.경 □□투자조합(변경 전 명칭: ‘◇◇ ◇◇◇ 투자조합’)과 사이에 □□투자조합이 피고 측 회사인 ☆☆☆☆ 주식회사(이하 ‘☆☆☆☆’라 한다)가 발행하는 전환사채 중 80억 원을 인수하되 피고가 약정 기일에 위 전환사채를 다시 인수하고, 위 재인수대금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 및 피고의 이 사건 회사에 대한 80억 원의 이 사건 대여금채권에 관하여 이 사건 질권을 설정하는 내용의 ‘전환사채 양수도 및 담보설정 등에 관한 계약’ 등을 체결하였다.
나) 위 계약은 피고가 위 재인수대금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투자조합의 통지 즉시 담보물인 이 사건 주식 및 대여금채권은 재인수대금의 지급에 갈음한 대물변제로 충당되어 □□투자조합에 귀속되고(제5조 제3항), 이와 별도로 피고가 재인수대금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에는 □□투자조합이 담보물인 이 사건 주식 및 대여금채권 등을 약정 금액에 매수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하여(제9조 제1항) 이른바 콜옵션을 정하고 있다.
다) 이 사건 회사 주식은 주권이 발행된 주식이었는데, 위 계약에 따라 피고는 □□투자조합에 이 사건 주식의 주권을 교부하였다.
라) 위 계약에 따라 피고가 부담하는 재인수대금 채무의 변제기는 2020. 6. 3.로 최종 변경되었다.
3)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주식 등에 설정한 이 사건 질권을 해지시키기 위하여 피고에게 30억 원을 대여하면서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지 아니하는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위약벌 3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가) 피고는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정지 상태에 있던 ○○○○ 주식의 거래 재개를 위하여도 □□투자조합에 대해 부담하는 채무를 변제한 후 이 사건 주식을 되찾아올 필요가 있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 채무 변제를 위해 30억 원의 대여를 요청하였고, 원고는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의 계약 내용을 확인하여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콜옵션 약정의 존재를 인식하였다.
나) 원고는 2020. 6. 3.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2순위 근질권이 적법·유효하게 설정될 것을 대여금 지급의 선행조건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30억 원을 대여하고(제2조), 피고는 대여금을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 변제 용도로만 사용하며(제3조)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질권 해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도록 하여야 하고(제4.1조), 계약이 이 사건 질권의 해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지 않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위약벌 30억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는(제8조) 내용의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에서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약정한 바는 없다.
다) 원고와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회사의 지배구조, ○○○○의 지배구조 및 경영에 관한 내용과 함께 피고가 □□투자조합과 법적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 이 사건 회사를 통해 위약금에 대응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라) 원고와 피고는 같은 날 근질권설정자인 피고가 근질권자인 원고를 위하여 근질권 설정 대상주식에 관하여 2순위 근질권을 설정하고, 이를 위하여 근질권설정자인 피고는 이 사건 회사의 주주명부에 원고를 입질주식에 대한 근질권자로 기재되도록 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주식근질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마)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대여금 30억 원을 지급하였는데,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2순위 근질권이 설정되지는 아니하였다.
4) 피고는 2020. 6. 4. 자신의 □□투자조합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한 ‘정산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이 사건 주식은 □□투자조합에 귀속되었다.
가) □□투자조합은 2020. 6. 3. 피고에게 피고 보유 이 사건 회사 주식, 이 사건 대여금반환채권 등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고, 행사대금 165억 원에서 피고의 전환사채 재인수대금 채무 상당액을 제외한 나머지 약 52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하였다.
나) 그런데 피고는 2020. 6. 4. □□투자조합과 사이에 피고가 □□투자조합에 대한 전환사채 재인수대금 채무를 불이행하여 □□투자조합이 대물변제 예약을 한 이 사건 주식 등 담보물을 취득하였음을 확인하고, 대물변제 예약 실행으로 인한 정산과 담보물 취득으로 인한 권리실행 보장 등에 관하여 정하는 내용의 ‘정산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위 합의서는, □□투자조합이 대물변제로 취득한 이 사건 주식 및 이 사건 대여금채권 80억 원이 이 사건 회사의 경영권을 수반하는 최대주주 지분 및 채권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평가액을 합계 120억 원으로 정하고, □□투자조합은 피고에게 피고의 전환사채 재인수대금 채무를 공제한 나머지 약 38억 원을 정산금으로 지급하며(제1조), 피고는 □□투자조합이 취득한 담보물의 권리실행을 위하여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양도통지, 이 사건 주식의 명의개서, 이 사건 회사 임시주주총회를 통한 정관 변경, 임원 변경, 신주발행 금지, 이 사건 회사 및 ○○○○ 경영권 확보를 위한 의결권 위임 등 협력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제2조) 정하고 있다.
다)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회사에 이 사건 주식을 □□투자조합에 양도하였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나. 원심은, ① 원피고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에서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피고에게 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 의무를 부과하였고,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지 못한 것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에서 전제하지 아니하였던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로, 피고가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②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있는 경우에도 피고에게 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이 사건 주식근질권설정계약에서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한 것이라면 원시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③ 피고에게 이 사건 질권을 해지하지 못한 데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피고는 위약벌 약정에 기한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1) 위약벌 약정은 손해배상과 관계없이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벌로서 위반자가 그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자율적으로 약정한 것이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당사자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법원의 개입을 쉽게 허용할 것은 아니다. 위약벌에 대한 법원의 개입을 넓게 인정할수록 위약벌의 이행확보적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1다304533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더불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상 위약벌 약정의 문언에 나타나지 않은 사정 등을 약정의 전제로 삼거나 그러한 사정 등을 기초로 약정을 해석함으로써 위약벌 효력을 배제한 것으로 보이나,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피고에게 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 의무를 부과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가)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합의서와 이 사건 주식근질권설정계약을 작성·체결하였는데, 위 각 계약 등에서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은 반복하여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에 관하여 정하면서 대여금 지급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지 아니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위약벌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로 원고는 피고에게 약정 대여금을 지급하였으나,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 변제 및 질권 해지는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의 ‘정산에 관한 합의’ 체결에 따라 결국 이 사건 주식은 회수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에서 정한 이 사건 질권 해지 의무를 불이행하여 위약벌 지급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나)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은 계약 목적이 이 사건 질권의 해지임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원고와 피고는 상대방의 주식을 인수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이 사건 회사 및 ○○○○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 관련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투자조합에 이 사건 회사의 발행된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하였고, 피고가 □□투자조합에 부담하는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경우 □□투자조합은 담보물인 이 사건 주식 등으로 대물변제를 받을 수 있었으며, 채무 변제 및 이 사건 주식 회수를 위해 원고에게 부족 자금의 대여를 부탁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의 목적은 원고가 피고에게 □□투자조합에 대한 채무 변제에 필요한 자금을 대여하고 피고가 □□투자조합에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질권을 해지함으로써 이 사건 주식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또한 피고의 □□투자조합에 대한 채무 변제 여부와 무관하게 □□투자조합은 대물변제 내지 콜옵션을 통해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할 수 있었고, 원고와 피고는 모두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 주식근질권설정계약, 합의서는 이 사건 주식에 관한 2순위 근질권 설정, 질권 해지,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에 법적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 위약금 대응방법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2순위 근질권을 설정한 뒤 피고가 이 사건 질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질권을 해지함으로써, 이 사건 주식이 대물변제로 □□투자조합에 귀속되는 것을 막고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에도 대항하여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 변동을 저지하려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위 계약 등의 내용과 부합하고 설득력이 있다.
다) 피고는, □□투자조합이 애초에 ○○○○의 경영권 취득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변제기 당시 피고의 변제제공에 대해 추가 채무의 존재를 주장하면서 채무불이행 및 담보권 실행을 주장함과 동시에 콜옵션 행사를 통지하였는데 이에 대해 피고가 항의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다거나, □□투자조합이 콜옵션을 행사하는 경우 이 사건 주식을 넘겨야 했기 때문에 다툴 실익이 없어 □□투자조합이 요구한 대로 ‘정산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고도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에 최종 변제기 다음 날 작성된 ‘정산에 관한 합의서’는 피고의 채무불이행 및 그에 따른 □□투자조합의 대물변제 예약 실행을 전제로 이 사건 주식 등의 평가액을 정하면서 피고에게 여러 협력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회사에 이 사건 주식 양도 통지를 하였다. 피고 주장에 따른다면 □□투자조합이 주장한 채무불이행이나 콜옵션 행사 등이 인정되는지 의문스러운 상황이었으므로 피고는 □□투자조합의 주장 및 권리행사의 적법성 등에 관하여 다투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는 오히려 □□투자조합과 사이에 ‘정산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고 이를 이행함으로써 결정적으로 질권 해지 및 주식 회수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라) 원심은 위 ‘정산에 관한 합의서’는 실질적으로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에 따른 쌍방 권리의무의 정산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정산에 관한 합의서’는 문언상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대물변제 예약 실행으로 □□투자조합이 이 사건 주식 등을 취득하였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 콜옵션 행사에 관한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다. 피고가 이 사건 회사에 한 이 사건 주식 양도 통지에서 밝힌 양도사유 또한 이 사건 주식이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대물변제로 이전되었다는 것이다. ‘정산에 관한 합의서’가 콜옵션 행사에 따라 작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마) 원심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콜옵션 행사가 있는 경우에도 피고에게 질권 해지 의무 등을 부과하는 한편 이 사건 주식근질권설정계약에서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한 것이라면 원시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주식과 관련하여 피고의 □□투자조합에 대한 채무불이행에 따른 위험을 해소하고자 이 사건 질권을 해지하는 것과 더불어 원고 앞으로 2순위 근질권을 설정하여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에 대항하려 하였으나, 2순위 근질권이 설정되지 않고 이 사건 질권이 해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조합 앞으로 이 사건 주식이 이전되었고,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아니라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의 ‘정산에 관한 합의서’에 명시된 것처럼 피고의 채무불이행 및 대물변제 예약 실행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투자조합이 콜옵션을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콜옵션 약정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콜옵션 행사 통보 이후 피고와 □□투자조합의 ‘정산에 관한 합의서’ 작성 등에 비추어 보면, □□투자조합이 콜옵션 목적물에 관하여 장래 매매계약 등 본계약을 체결한 지위를 취득하고 피고에게 본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을 넘어 곧바로 본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의 해석이나 효력과 관련하여 콜옵션 행사 여부 내지 원시적 불능 해당 여부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없을 것을 전제로 하였다거나 이 사건 주식이 콜옵션 행사로 이전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투자조합의 콜옵션 행사가 적법·유효하였는지 여부는 위약벌 발생 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피고에게 이 사건 질권을 해지하지 못한 데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판단 또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채무불이행책임에서 채무자의 귀책사유는 추정되는 것이지만, 채무자로서는 자기에게 귀책사유 없음을 주장·증명함으로써 면책될 수 있다(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다카1864 판결,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다19642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이 사건 질권을 해지하지 못한 이상 위약벌 약정에서 정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였고, 채권자인 원고가 별도로 그 채무불이행에 대한 피고의 귀책사유 존재를 증명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음이 원칙이며, 피고는 자신에게 귀책사유 없음을 증명하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 나아가 앞서 본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약벌 약정을 포함한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 및 관련된 계약의 내용, 그러한 계약 등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및 당사자가 달성하려고 한 목적, 피고와 □□투자조합 사이의 ‘정산에 관한 합의서’ 작성 경위 및 내용, 이 사건 주식의 이전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거나 그 의무불이행에 피고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계약해석, 원시적 불능, 귀책사유 판단 방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민유숙(주심) 천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