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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2022. 6. 24. 선고 2022구합422 판결 : 확정]
미결수용자로서 교도소에 수감 중인 甲이, 입소 당시 사용하던 안경에 불편을 느껴 가족에게 다른 안경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여 甲의 가족이 검정색 플라스틱 안경테(반무테)에 안경다리 중 일부분에 빨강색이 들어가 있는 형상의 안경을 甲에게 발송하였는데, 교도소장이 ‘안경다리 부분 일부에 빨강색 색상이 혼재되어 있어 지급금지물품에 해당하므로 보관금품 관리지침(법무부예규) 제25조 제1항 [별표 3] 제1항에 따라 전달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통지(지급불허처분)를 하고 안경을 반송하자, 교도소장의 지급불허처분 및 그 처분의 근거인 위 [별표 3] 제1항 중 안경에 관한 부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지급불허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교도소장의 지급불허처분을 취소한 사례
미결수용자로서 교도소에 수감 중인 甲이, 입소 당시 사용하던 안경에 불편을 느껴 가족에게 다른 안경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여 甲의 가족이 검정색 플라스틱 안경테(반무테)에 안경다리 중 일부분에 빨강색이 들어가 있는 형상의 안경을 甲에게 발송하였는데, 교도소장이 ‘안경다리 부분 일부에 빨강색 색상이 혼재되어 있어 지급금지물품에 해당하므로 보관금품 관리지침(2020. 9. 21. 법무부예규 제1263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25조 제1항 [별표 3] 제1항에 따라 전달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통지(이하 ‘지급불허처분’이라 한다)를 하고 안경을 반송하자, 교도소장의 지급불허처분 및 그 처분의 근거인 위 [별표 3] 제1항 중 안경에 관한 부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지급불허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안이다.
위 [별표 3] 제1항 중 안경에 관한 부분은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현란한 무늬 등을 더한 안경테의 소지를 금지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의 전달을 불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4조, 제24조, 제25조 제1항, 제26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1호,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1항, 제42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16조, 제22조 제3항 각호,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1조의2 제3호, 제25조 제1항 [별표 3] 제1항 등 관련 규정의 내용과 규율체계에 비추어 보면, 교도소장이 지급불허처분 사유로 든 내용들은 모두 상위 법령에서 제시된 전달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지급불허처분은 위법하고, 이와 같은 내용이 규정된 위 [별표 3] 제1항 중 안경에 관한 부분 역시 상위 법령 규정들에 위배·저촉되는 내용으로서 위법·무효이며, 나아가 지급불허처분이 근거로 삼은 위 [별표 3] 제1항 중 안경에 관한 부분은 ‘예규 설정자’의 색에 대한 편견(prejudice)이나 자의적(恣意的)인 관념 및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서 권력기관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금지하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에 반할 뿐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 제한과 관련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신체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내지 자기결정권, 인간의 존엄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배되어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교도소장의 지급불허처분을 취소한 사례이다.
헌법 제10조, 제12조, 제18조, 제37조 제2항, 제107조 제2항,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4조, 제24조, 제25조 제1항, 제26조 제1항, 제2항, 제27조 제1항,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4조 제1항, 제42조,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6조, 제22조 제3항, 보관금품 관리지침(법무부예규 제1263호) 제1조의2 제3호, 제25조 제1항 [별표 3]
원고
법무부장관 외 1인
2022. 5. 13.
1. 원고의 피고 법무부장관에 대한 소를 각하한다.
2. 피고 홍성교도소장이 원고에게 한 2022. 1. 12. 차입물품(안경) 지급불허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법무부장관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원고와 피고 홍성교도소장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홍성교도소장이 각 부담한다.
보관금품 관리지침(법무부예규) 제25조 제1항 [별표 3] 제1항의 “안경테의 색상은 금색·은색·갈색·검정색 등 단일색상으로 하고,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등의 소재를 더한 장식을 금지함”,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은 전달 불허” 부분은 모두 헌법과 법률에 위반됨을 확인한다(이에 따라 위 부분은 당연히 그 효력이 없다).
0. 들어가며
법 ‘원리’에 따라 제한받고 견제되지 않은 채 ‘남용되는 권력’의 두드러지는 특징으로는, 타자(他者)를 동등한 인간, 동료시민이 아닌 ‘객체’와 ‘대상’, ‘기능’으로 규정하는 모습을 꼽을 수 있습니다. 권력이, 존엄한 한 인간을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면서도 사회 공동체의 질서와 공공선(公共善)을 지키려면, 타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 공감능력이 깊이 있게 요구됩니다. 우리의 헌법은 바로 이러한 점을 간취(看取)하여, 공권력이 타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비례원칙에 따라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 ‘원리’는 비단 입법부의 법률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가 ‘행정입법’의 방식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경우에도 당연히 관철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07조 제2항은 법원에 명령·규칙심사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의 명령에 따라, 사법(司法)의 본령(本令)은 바로, 헌법 원리에 기초하여 공권력 행사가 남용되거나 자의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동료시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재판부의 판단을 이어가도록 합니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21. 9. 29. 사기죄로 구속 기소되어 현재 항소심 재판 계속 중인 사람으로 2021. 10. 8.부터 홍성교도소에 수감 중인 미결수용자이다.
나. 원고는 2021. 11. 19. 홍성교도소에 입소 당시 사용하던 안경에 불편을 느껴 원고의 가족에게 원고가 평소에 사용하던 다른 안경을 발송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다. 원고의 가족이 안경(이하 ‘이 사건 안경’이라 한다)이 든 택배를 발송하였으나, 피고 홍성교도소장은 2022. 1. 12. 원고에게 ‘위 안경다리 부분 일부에 빨강색 색상이 혼재되어 있어 지급금지물품에 해당하므로,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25조 제1항 [별표 3] 제1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 따라 그 지급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통지(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를 하고, 위 안경을 원고의 가족에게 반송하였다.
라. 전달이 불허된 안경의 형상은 다음과 같이 검정색 플라스틱 안경테(반무테)에 안경다리 중 일부분에 빨강색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나 제1호증의 기재, 갑 제2호증의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 한다)이나 형집행법 시행규칙에서는 빨강색 안경테의 교부를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피고 법무부장관이 예규형식으로 마련한 이 사건 조항에서 빨강색 안경테의 교부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상위 법령에 부합하지 않아 위법하다.
나. 안경은 교정시설 내에서 구매가 되지 않아 외부에 있는 안경사가 교정시설을 방문하여 맞춤구매를 하거나 외부인을 통하여 반입하는 방법으로만 소지할 수 있다. 빨강색이 혼재된 안경테를 바라보는 관점이 일반인과 수용자 사이에 차이가 없고, 이 사건 안경테에는 빨강색이 극히 일부만 포함되어 있는 점,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25조 제1항 단서에서 “다만 소장이 환자·노인·임신부·장애인, 그 밖에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별표 3]의 규정에 불구하고 반입이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허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피고 법무부장관에 대한 소 부분)
가. 본안전항변의 요지
피고 법무부장관은, 이 사건 조항이 일반·추상적 행정입법에 불과하여 처분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법무부장관에 대한 소는 대상적격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항고소송인 무효확인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 따라서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서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성격을 가질 때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나, 그렇지 아니한 일반적·추상적인 형태의 법령이나 규칙 등은 그 자체로서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그런데 보관금품 관리지침은 제25조 제1항에서 “수용자가 거실 내에 보관·사용할 수 있는 물품의 허가기준(관급으로 지급된 물품은 제외한다)은 [별표 3]의 수용자 1인의 보관품 허가기준과 같다. 다만 소장이 환자·노인·임신부·장애인, 그 밖에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별표 3]의 규정에 불구하고 반입이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허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보관품 허가 등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고, 실제로는 소장이 보관허가 또는 불허가 처분 등 집행행위를 하여야 비로소 수용자의 구체적 권리의무에 변동이 있게 된다. 따라서 ‘보관금품 관리지침’이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 직접 국민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은 무효확인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 법무부장관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
5. 본안에 관한 판단(피고 홍성교도소장에 대한 청구 부분)
가. 관련 규정의 내용
1) 형집행법 제25조 제1항 본문은 교정시설의 장(이하 ‘소장’이라 한다)이 수용자의 휴대금품을 교정시설에 보관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6조 제1항은 “수용자는 편지·도서, 그 밖에 수용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에서 지닐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집행법 제27조 제1항은 “수용자 외의 사람이 수용자에게 금품을 건네줄 것을 신청하는 때에는 소장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허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제1호)와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제2호)를 열거하고 있다.
2) 한편 형집행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은, “소장은 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수용자에 대한 금품의 전달을 허가한 경우에는 그 금품을 보관한 후 해당 수용자가 사용하게 할 수 있다.”라고, 제2항은 “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수용자에게 건네주려고 하는 금품의 허가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위임에 따른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은 전달금품의 허가와 관련하여 “소장은 수용자 외의 사람이 수용자에게 음식물 외의 물품을 건네줄 것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교정시설의 보관범위 및 수용자가 지닐 수 있는 범위에서 허가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각호의 물품으로, 오감 또는 통상적인 검사장비로는 내부검색이 어려운 물품(제1호), 음란하거나 현란한 그림·무늬가 포함된 물품(제2호),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제3호), 도주·자살·자해 등에 이용될 수 있는 금속류, 끈 또는 가죽 등이 포함된 물품(제4호),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높은 가격의 물품(제5호), 그 밖에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제6호)을 열거하고 있다.
3) 한편 형집행법 제26조 제1항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 법무부예규인 보관금품 관리지침은 “보관품”이란 신입자가 교정시설에 수용될 때에 지니고 있는 휴대품, 수용자 이외의 사람이 수용자에게 보내 온 물품, 수용자가 자비로 구매한 물품, 그 밖에 법령에 따라 수용자에게 보내 온 물품으로서 교정시설에 보관이 허가된 물품을 말한다(제1조의2 제3호)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25조 제1항은 본문에서 수용자 이외의 사람이 보내 온 물품을 포함하여 수용자가 거실 내에 보관·사용할 수 있는 물품의 허가기준(관급으로 지급된 물품은 제외한다)은 [별표 3]의 수용자 1인의 보관품 허가기준과 같다고 규정하면서, 단서로 소장이 환자·노인·임신부·장애인, 그 밖에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별표 3]의 규정에 불구하고 반입이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의 내용을 나름대로 구체화한 것으로 보이는 보관금품 관리지침 [별표 3] 제1항은 지닐 수 있는 보관품 허가기준 27개 품목에 기타품목으로 안경을 열거하면서 안경의 허가기준 중 하나로 “안경테의 색상은 금색·은색·갈색·검정색 등 단일색상으로 하고,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등의 소재를 더한 장식을 금지함”을 명시하고 있고, 위 27개 품목에 대하여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은 전달 불허”한다고 규정(이하 이 사건 조항 중 안경에 대한 부분을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이라 한다)하고 있다.
나.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형집행법령 각 규정의 규율체계를 상세히 살펴본다.
1) 형집행법 제1조는 법의 목적을 천명하면서, “이 법은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수용자의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그 주요한 지도원리로 정하고 있다. 나아가 형집행법 제4조는 “이 법을 집행하는 때에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헌법상 기본권 보장 원칙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기본권 보장과 존중이라는 헌법 원칙과 형집행법이 선언하는 지도원리 내지 목적을 대전제로 하여 수형자의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이 정해져야 한다.
2) 나아가 안경 등 물품의 전달 및 소지·사용과 관련한 규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형집행법 제24조는 수용자가 자비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6조 및 보관금품 관리지침 [별표 3] 등에 따르면 안경은 구매품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위 규정에 따라 교도소 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형집행법 제26조는 수용자가 지닐 수 있는 수용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범위를 법무부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제27조 제1항은 외부로부터 ‘금품’(형집행법 시행령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현금과 휴대품’을 총칭한다)을 들여올 수 있는 경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소장은,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제1호)나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제2호)가 아니라면 반드시 금품전달을 허가하여야 한다. 그런데 안경은 교도소 내부에서 구매할 수는 없고, 대부분의 경우 항상 몸에 부착하거나 지녀야 하는 물품이므로, 전달이 허가된 물품으로서 수용자가 지니고 사용하여야만 하는 물품에도 해당하게 된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형집행법 시행령 제42조는 물품의 전달을 허가한 경우에는 그 물품을 수용자가 사용하게 할 수 있고(제1항), 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전달하려고 하는 금품의 허가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제2항)하고 있다.
위 시행령 제42조 제2항에 근거하여,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은 비로소 외부로부터 전달받은 물품을 수용자가 지니도록 허가될 수 있는 경우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달이 허가될 수 없는 경우로서 이 사건에서 피고 홍성교도소장이 전달 불허가 사유로 든 부분과 관련이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음란하거나 현란한 그림·무늬가 포함된 물품(제2호),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제3호),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높은 가격의 물품(제5호) 등이다.
다. 이 사건 처분사유가 법령상 금품전달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처분이 근거로 삼은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의 상위 법령 합치 여부
1) 이 사건 처분은 원고 가족이 보내 온 ‘안경다리’ 부분의 일부에 빨강색이 포함되어 있어 법무부예규인 이 사건 조항에 위배된다는 점을 이유로 하여 그 안경의 전달을 불허가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현란한 무늬 등을 더한 안경테의 소지를 금지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의 전달을 불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그 자체로는 법규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결국 이러한 처분사유가 적법한지 여부는 금품 전달의 허가기준을 정한 상위 법령 규정인 형집행법 시행령 제42조,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각호가 규정하는 전달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준거로 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특히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빨강색이 섞인 ‘안경테’가 금지되는 이유로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유사한 내용이 포함된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2호, 제3호, 제5호를 중심으로 전달 불허가 사유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불허가 사유의 해석·적용과 관련하여서는,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려는 형집행법의 목적 내지 지도원리와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 원칙(제4조)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하여야 한다.
3) 먼저 위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2호는, 음란하거나 현란한 그림·무늬가 포함된 물품을 전달 불허가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문제 삼는 ‘음란한’ 그림이나 무늬의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현란한’ 그림이나 무늬는 그 내용이 아니라 그림이나 무늬의 형상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의 경우 그림이나 무늬의 형상 자체가 ‘현란함’으로 인하여 위해를 끼치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쉽지 않다(예컨대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나 피가 낭자한 장면, 공포감을 조성하는 형상 등을 상정해 보면, 이러한 경우가 교도소 질서나 수용자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이 역시 쉽사리 그림과 무늬의 ‘현란함’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현란함’은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한 개념으로서 이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권력기관의 ‘자의적’ 권한 행사가 살아 숨 쉴 공간을 열어주게 된다. 특히나 교도소의 경우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는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 ‘권력관계’로 인하여 늘 그 권한 남용의 우려가 상존하는 곳이므로, 위와 같은 규정은 법치국가 원리에 따라 최대한 제한적으로 해석·적용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따라서 이때의 ‘현란함’은 그 바로 앞에 규정된 ‘음란함’과 같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수용 질서유지나 수형자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음이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하여 새김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보건대, 이 사건 안경다리 부분에 일부 빨강색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이를 현란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거니와, 이러한 색상과 형상이 음란한 그림이나 무늬의 경우처럼 교도소의 수용 질서유지나 수용자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명백하게 인정된다고 볼 합리적인 근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4) 다음으로, 이 사건 안경이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제3호),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높은 가격의 물품(제5호)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안경의 색깔 그 자체가 사행심을 조장한다고 볼 수 없음은 분명하고, 안경다리 일부에 원색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수용자의 심리적인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볼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설령 안경테의 색 전부가 원색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와 같이 단정할 합리적인 근거 역시 발견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이 사건 안경이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을 정도의 고가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피고 홍성교도소장은 원색 사용으로 인한 위화감 조성만을 이 사건 처분사유로 들고 있으므로 ‘고가품’인지 여부는 애초에 처분사유로 제시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 역시 고가품을 이유로 원색 계열 안경테가 금지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이 점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기는 하다. 그럼에도 더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안경’은 예컨대 ‘목발’과 같이 신체의 장애를 보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것으로서 대부분의 시간을 몸에 신체의 일부처럼 착용·부착하는 형태로 사용되고, 이는 교도소 측에서 무상 제공되는 물품도 아니며 구매품으로 제공되는 물품도 아니어서 외부에서 유상 구매될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단순한 사치품과 같은 선상에 두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살펴보아도 이 사건 안경이 위화감을 조성할 정도의 고가품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어느 모로 보더라도 이 사건 안경이 ‘그 색깔만으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5) 결국 이 사건 처분사유로 제시된 사유들은 모두 상위 법령에서 제시된 전달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불허가 처분은 위법하다.
6)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처분사유와 같은 내용이 규정된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 역시 상위 법령 규정들에 위배·저촉되는 내용으로서 위법·무효이다.
한편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6호는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를 추가로 거시하고 있는 반면(이는 형집행법 제27조 제1항 제2호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이 사건 조항은 빨강색 등 원색의 안경의 반입이 금지되는 근거로 위와 같은 ‘시설의 질서를 해칠 우려’를 거시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위 제6호의 존재가 위와 같은 위법성 판단에 영향을 주지는 아니한다.
그럼에도 추가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의 내용과 같이 테 부분에 원색이 들어간 안경이 전달되거나 이를 착용하도록 하는 경우에 ‘시설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도소 내에서 일종의 유니폼(uniform)으로 착용시키는 것으로서 관급으로 무상 제공되는 수형복(심지어 그 색도 ‘원색’에 가깝다)이나 일정한 규격품으로서 교도소 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각종 의류나 운동화 등과 달리, ‘안경’은 모든 수용자가 일률적으로 착용하는 물품이 아니라 개인 맞춤형 물품으로서 개인이 바깥에서 착용하던 안경을 가지고 들어오거나 외부에서 이를 개별적으로 구매하여야 하는 물품이다. 나아가 그 착용 목적도 신체의 장애를 보완하기 위한 일종의 교정 기구에 해당할 뿐 아니라, 의류와는 달리 보이는 외관에서 신체 중 극히 일부분만을 점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개인 맞춤형 물품인 안경은 유니폼처럼 시설질서 유지를 위하여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착용하도록 하는 수형복 내지 구매품으로 구비되어 있는 각종 의류 등과는 근본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 게다가 수용자 중 눈이 나쁜 사람만 착용하게 되는 ‘안경’은 그 착용으로 해당 착용자가 수용자라는 일종의 신분관계를 드러내게끔 하는 유니폼과 같은 도구로 활용하기에도 적당하지 않다. 결국 안경은, 모든 수용자로 하여금 일률적으로 착용하도록 하여 수용자의 신분과 위치를 드러내도록 함으로써 일종의 위계질서와 보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관급 내지 구매품 의류 등과는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달리한다.
이러한 점에서도 원색 계열이 테에 들어간 안경의 전달을 금지하는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상위 법령 규정에 부합하지 않고, ‘예규 설정자’의 색에 대한 편견(prejudice)이나 자의적(恣意的)인 관념 및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서 권력기관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금지하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에도 반한다. 또한 이하 보듯이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과 관련한 과잉금지원칙에도 반하므로 어느 모로 보더라도 위헌·위법을 면할 수 없다.
라.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이 사건 조항은 수용시설 외부에서 수용자 외의 사람이 보내 온 물품 중 반입할 수 있는 품목을 제한하고, 반입할 수 있는 품목의 허가기준을 정한 것이다.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안경을 반입할 수 있는 품목에는 포함시키는 한편, 반입 가능한 안경에 관한 허가기준도 아울러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이러한 허가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수용자는 신체의 장애를 개별적으로 보완하는 맞춤형 착용품인 안경을 수용시설 내로 전달받아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내지 자기결정권, 경우에 따라 인간의 존엄 등 기본권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러한 기본권들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고 보호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적정한 균형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2) 이 사건 조항은 교정사고 방지 등을 위하여 외부에서 반입할 수 있는 품목을 제한하고, 외부 반입물품의 허가기준을 분명하게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의 전달을 불허’하고 있어 수용자 간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를 방지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색 계열의 색이 일부라도 들어간 안경테는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다는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인식에 기초한 것이므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 설령 이러한 목적의 정당성이 일부나마 예외적으로 인정될 경우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이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적합한 수단인지에도 의문이 있다.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① 금색·은색·갈색·검정색 등 단일색상의 안경과 ②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등의 소재를 더한 장식의 안경을 구분하여 ①에 해당하는 안경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안경은 상의나 하의 등 의복류와는 달리 크기가 작고 외부에 드러나는 면적이 매우 협소하다. 따라서 안경의 색상에 따라, 안경을 착용한 수용자를 바라보는 다른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이 해쳐진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색상이 다른 안경을 사용할 경우 수용자 사이에서 이러한 안경을 사용하는 사람이 일부라도 구분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물품의 ‘가격’이 아닌 색상에 따라 수용자 사이에 위화감이 생긴다는 점에 대해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나아가 수용시설 질서유지를 위해 안경테 색깔 중 일부를 금지하는 것 역시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안경의 경우 사용자의 시력에 맞추어 맞춤형으로 개별적으로 제작되어야 하므로 외부에서 제작·반입된 물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외부 반입물품인 안경을 사용한다고 하여 수용자 간에 위화감이 생긴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게다가 ‘금색’이나 ‘갈색’인 안경과 ‘노란색’ 계열의 안경 사이에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점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점만 보더라도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에서 설정된 기준이 얼마나 자의적이며 비합리적인 인식에 기초한 것인지를 여실히 드러내 준다.
4)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전달·반입하고자 하는 안경테가 빨강색이기만 하면 그 안경을 보관할 수 없이 이를 보낸 사람에게 반환하도록 함으로써, 안경의 모양, 안경 사용자의 시력 및 안경 사용현황 등 개별적·구체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여 수용자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은 ‘타자(他者)의 상황에 대한 공감능력과 상상력’이 발휘될 때에 더 잘 지켜질 수 있다.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는 수용자의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할 법집행기관의 특별한 주의가 요청된다. 하물며 교정시설 내에서 지켜져야 할 ‘규율과 규칙’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는 더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개별적 인간의 구체적 사정에 대하여 어떠한 공감이나 배려도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서, 고려되어야 할 법익에 대한 균형성을 현저하게 잃고 있다. 예컨대, 외부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하나밖에 없는 안경테에 원색 계열이 들어가 있다면 교도소에 새롭게 입소하는 수용자는 기존의 안경의 반입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교도소에서 사용할 목적의 새로운 안경을 자신의 비용 부담으로 추가로 구매하여야 한다. 단순히 색깔이 원색이라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기존의 안경을 두고 무채색 계열의 새로운 안경을 추가로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점에는 다언(多言)을 요하지 아니한다. 더불어 이 경우 수용자는 새로운 안경이 전달되기까지 사이에는 안경이 없이 지낼 수밖에 없게 되므로 그 신체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현저하게 제한되거나 침해되는 상황을 감수하여야 한다. 이는 교도소 안에서 시력이 나빠져서 새로운 안경을 맞추어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나아가 안경은 한번 맞추면 장기간 사용하게 되는 긴요한 물품이다. 그런데 형기가 얼마 남지 않은(예컨대 극적 효과를 위해 1달이 남았다고 상상해 보자) 수용자가 시력이 나빠져 새로운 안경을 맞추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그 수용자는 당연히 사회에 복귀하여 안경을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게 됨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으로 인하여 그의 개인적 취향과 선택은 깡그리 무시되게 되므로, 그 수용자는 불편을 감수하고 안경 없이 살든지, ‘출소한 이후에는 거의 쓰지 않게 될’ 무채색 안경을 구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수용자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주요한 지도원리로 하는 형집행법의 근본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된다.
반면, 원색이 포함된 안경을 전달 허가하지 않거나 내지 보관품으로 사용 허가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교정사고 방지, 시설 내 질서유지 등의 효과는 불확실하거나 거의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를 뒷받침할 어떠한 실증적인 자료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한다.
5)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신체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내지 자기결정권, 인간의 존엄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마.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근거인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위헌·무효이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6.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피고 법무부장관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의 피고 홍성교도소장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강우찬(재판장) 위수현 이은경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서울행법 2022. 6. 24. 선고 2022구합422 판결 : 확정]
미결수용자로서 교도소에 수감 중인 甲이, 입소 당시 사용하던 안경에 불편을 느껴 가족에게 다른 안경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여 甲의 가족이 검정색 플라스틱 안경테(반무테)에 안경다리 중 일부분에 빨강색이 들어가 있는 형상의 안경을 甲에게 발송하였는데, 교도소장이 ‘안경다리 부분 일부에 빨강색 색상이 혼재되어 있어 지급금지물품에 해당하므로 보관금품 관리지침(법무부예규) 제25조 제1항 [별표 3] 제1항에 따라 전달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통지(지급불허처분)를 하고 안경을 반송하자, 교도소장의 지급불허처분 및 그 처분의 근거인 위 [별표 3] 제1항 중 안경에 관한 부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지급불허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교도소장의 지급불허처분을 취소한 사례
미결수용자로서 교도소에 수감 중인 甲이, 입소 당시 사용하던 안경에 불편을 느껴 가족에게 다른 안경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여 甲의 가족이 검정색 플라스틱 안경테(반무테)에 안경다리 중 일부분에 빨강색이 들어가 있는 형상의 안경을 甲에게 발송하였는데, 교도소장이 ‘안경다리 부분 일부에 빨강색 색상이 혼재되어 있어 지급금지물품에 해당하므로 보관금품 관리지침(2020. 9. 21. 법무부예규 제1263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25조 제1항 [별표 3] 제1항에 따라 전달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통지(이하 ‘지급불허처분’이라 한다)를 하고 안경을 반송하자, 교도소장의 지급불허처분 및 그 처분의 근거인 위 [별표 3] 제1항 중 안경에 관한 부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지급불허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안이다.
위 [별표 3] 제1항 중 안경에 관한 부분은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현란한 무늬 등을 더한 안경테의 소지를 금지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의 전달을 불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4조, 제24조, 제25조 제1항, 제26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1호,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1항, 제42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16조, 제22조 제3항 각호,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1조의2 제3호, 제25조 제1항 [별표 3] 제1항 등 관련 규정의 내용과 규율체계에 비추어 보면, 교도소장이 지급불허처분 사유로 든 내용들은 모두 상위 법령에서 제시된 전달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지급불허처분은 위법하고, 이와 같은 내용이 규정된 위 [별표 3] 제1항 중 안경에 관한 부분 역시 상위 법령 규정들에 위배·저촉되는 내용으로서 위법·무효이며, 나아가 지급불허처분이 근거로 삼은 위 [별표 3] 제1항 중 안경에 관한 부분은 ‘예규 설정자’의 색에 대한 편견(prejudice)이나 자의적(恣意的)인 관념 및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서 권력기관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금지하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에 반할 뿐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 제한과 관련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신체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내지 자기결정권, 인간의 존엄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배되어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교도소장의 지급불허처분을 취소한 사례이다.
헌법 제10조, 제12조, 제18조, 제37조 제2항, 제107조 제2항,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4조, 제24조, 제25조 제1항, 제26조 제1항, 제2항, 제27조 제1항,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4조 제1항, 제42조,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6조, 제22조 제3항, 보관금품 관리지침(법무부예규 제1263호) 제1조의2 제3호, 제25조 제1항 [별표 3]
원고
법무부장관 외 1인
2022. 5. 13.
1. 원고의 피고 법무부장관에 대한 소를 각하한다.
2. 피고 홍성교도소장이 원고에게 한 2022. 1. 12. 차입물품(안경) 지급불허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법무부장관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원고와 피고 홍성교도소장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홍성교도소장이 각 부담한다.
보관금품 관리지침(법무부예규) 제25조 제1항 [별표 3] 제1항의 “안경테의 색상은 금색·은색·갈색·검정색 등 단일색상으로 하고,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등의 소재를 더한 장식을 금지함”,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은 전달 불허” 부분은 모두 헌법과 법률에 위반됨을 확인한다(이에 따라 위 부분은 당연히 그 효력이 없다).
0. 들어가며
법 ‘원리’에 따라 제한받고 견제되지 않은 채 ‘남용되는 권력’의 두드러지는 특징으로는, 타자(他者)를 동등한 인간, 동료시민이 아닌 ‘객체’와 ‘대상’, ‘기능’으로 규정하는 모습을 꼽을 수 있습니다. 권력이, 존엄한 한 인간을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면서도 사회 공동체의 질서와 공공선(公共善)을 지키려면, 타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 공감능력이 깊이 있게 요구됩니다. 우리의 헌법은 바로 이러한 점을 간취(看取)하여, 공권력이 타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비례원칙에 따라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 ‘원리’는 비단 입법부의 법률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가 ‘행정입법’의 방식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경우에도 당연히 관철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07조 제2항은 법원에 명령·규칙심사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의 명령에 따라, 사법(司法)의 본령(本令)은 바로, 헌법 원리에 기초하여 공권력 행사가 남용되거나 자의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동료시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재판부의 판단을 이어가도록 합니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21. 9. 29. 사기죄로 구속 기소되어 현재 항소심 재판 계속 중인 사람으로 2021. 10. 8.부터 홍성교도소에 수감 중인 미결수용자이다.
나. 원고는 2021. 11. 19. 홍성교도소에 입소 당시 사용하던 안경에 불편을 느껴 원고의 가족에게 원고가 평소에 사용하던 다른 안경을 발송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다. 원고의 가족이 안경(이하 ‘이 사건 안경’이라 한다)이 든 택배를 발송하였으나, 피고 홍성교도소장은 2022. 1. 12. 원고에게 ‘위 안경다리 부분 일부에 빨강색 색상이 혼재되어 있어 지급금지물품에 해당하므로,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25조 제1항 [별표 3] 제1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 따라 그 지급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통지(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를 하고, 위 안경을 원고의 가족에게 반송하였다.
라. 전달이 불허된 안경의 형상은 다음과 같이 검정색 플라스틱 안경테(반무테)에 안경다리 중 일부분에 빨강색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나 제1호증의 기재, 갑 제2호증의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 한다)이나 형집행법 시행규칙에서는 빨강색 안경테의 교부를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피고 법무부장관이 예규형식으로 마련한 이 사건 조항에서 빨강색 안경테의 교부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상위 법령에 부합하지 않아 위법하다.
나. 안경은 교정시설 내에서 구매가 되지 않아 외부에 있는 안경사가 교정시설을 방문하여 맞춤구매를 하거나 외부인을 통하여 반입하는 방법으로만 소지할 수 있다. 빨강색이 혼재된 안경테를 바라보는 관점이 일반인과 수용자 사이에 차이가 없고, 이 사건 안경테에는 빨강색이 극히 일부만 포함되어 있는 점,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25조 제1항 단서에서 “다만 소장이 환자·노인·임신부·장애인, 그 밖에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별표 3]의 규정에 불구하고 반입이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허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피고 법무부장관에 대한 소 부분)
가. 본안전항변의 요지
피고 법무부장관은, 이 사건 조항이 일반·추상적 행정입법에 불과하여 처분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법무부장관에 대한 소는 대상적격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항고소송인 무효확인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 따라서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서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성격을 가질 때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나, 그렇지 아니한 일반적·추상적인 형태의 법령이나 규칙 등은 그 자체로서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그런데 보관금품 관리지침은 제25조 제1항에서 “수용자가 거실 내에 보관·사용할 수 있는 물품의 허가기준(관급으로 지급된 물품은 제외한다)은 [별표 3]의 수용자 1인의 보관품 허가기준과 같다. 다만 소장이 환자·노인·임신부·장애인, 그 밖에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별표 3]의 규정에 불구하고 반입이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허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보관품 허가 등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고, 실제로는 소장이 보관허가 또는 불허가 처분 등 집행행위를 하여야 비로소 수용자의 구체적 권리의무에 변동이 있게 된다. 따라서 ‘보관금품 관리지침’이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 직접 국민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은 무효확인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 법무부장관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
5. 본안에 관한 판단(피고 홍성교도소장에 대한 청구 부분)
가. 관련 규정의 내용
1) 형집행법 제25조 제1항 본문은 교정시설의 장(이하 ‘소장’이라 한다)이 수용자의 휴대금품을 교정시설에 보관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6조 제1항은 “수용자는 편지·도서, 그 밖에 수용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에서 지닐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집행법 제27조 제1항은 “수용자 외의 사람이 수용자에게 금품을 건네줄 것을 신청하는 때에는 소장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허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제1호)와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제2호)를 열거하고 있다.
2) 한편 형집행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은, “소장은 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수용자에 대한 금품의 전달을 허가한 경우에는 그 금품을 보관한 후 해당 수용자가 사용하게 할 수 있다.”라고, 제2항은 “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수용자에게 건네주려고 하는 금품의 허가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위임에 따른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은 전달금품의 허가와 관련하여 “소장은 수용자 외의 사람이 수용자에게 음식물 외의 물품을 건네줄 것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교정시설의 보관범위 및 수용자가 지닐 수 있는 범위에서 허가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각호의 물품으로, 오감 또는 통상적인 검사장비로는 내부검색이 어려운 물품(제1호), 음란하거나 현란한 그림·무늬가 포함된 물품(제2호),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제3호), 도주·자살·자해 등에 이용될 수 있는 금속류, 끈 또는 가죽 등이 포함된 물품(제4호),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높은 가격의 물품(제5호), 그 밖에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제6호)을 열거하고 있다.
3) 한편 형집행법 제26조 제1항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 법무부예규인 보관금품 관리지침은 “보관품”이란 신입자가 교정시설에 수용될 때에 지니고 있는 휴대품, 수용자 이외의 사람이 수용자에게 보내 온 물품, 수용자가 자비로 구매한 물품, 그 밖에 법령에 따라 수용자에게 보내 온 물품으로서 교정시설에 보관이 허가된 물품을 말한다(제1조의2 제3호)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25조 제1항은 본문에서 수용자 이외의 사람이 보내 온 물품을 포함하여 수용자가 거실 내에 보관·사용할 수 있는 물품의 허가기준(관급으로 지급된 물품은 제외한다)은 [별표 3]의 수용자 1인의 보관품 허가기준과 같다고 규정하면서, 단서로 소장이 환자·노인·임신부·장애인, 그 밖에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별표 3]의 규정에 불구하고 반입이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의 내용을 나름대로 구체화한 것으로 보이는 보관금품 관리지침 [별표 3] 제1항은 지닐 수 있는 보관품 허가기준 27개 품목에 기타품목으로 안경을 열거하면서 안경의 허가기준 중 하나로 “안경테의 색상은 금색·은색·갈색·검정색 등 단일색상으로 하고,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등의 소재를 더한 장식을 금지함”을 명시하고 있고, 위 27개 품목에 대하여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은 전달 불허”한다고 규정(이하 이 사건 조항 중 안경에 대한 부분을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이라 한다)하고 있다.
나.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형집행법령 각 규정의 규율체계를 상세히 살펴본다.
1) 형집행법 제1조는 법의 목적을 천명하면서, “이 법은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수용자의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그 주요한 지도원리로 정하고 있다. 나아가 형집행법 제4조는 “이 법을 집행하는 때에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헌법상 기본권 보장 원칙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기본권 보장과 존중이라는 헌법 원칙과 형집행법이 선언하는 지도원리 내지 목적을 대전제로 하여 수형자의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이 정해져야 한다.
2) 나아가 안경 등 물품의 전달 및 소지·사용과 관련한 규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형집행법 제24조는 수용자가 자비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6조 및 보관금품 관리지침 [별표 3] 등에 따르면 안경은 구매품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위 규정에 따라 교도소 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형집행법 제26조는 수용자가 지닐 수 있는 수용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범위를 법무부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제27조 제1항은 외부로부터 ‘금품’(형집행법 시행령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현금과 휴대품’을 총칭한다)을 들여올 수 있는 경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소장은,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제1호)나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제2호)가 아니라면 반드시 금품전달을 허가하여야 한다. 그런데 안경은 교도소 내부에서 구매할 수는 없고, 대부분의 경우 항상 몸에 부착하거나 지녀야 하는 물품이므로, 전달이 허가된 물품으로서 수용자가 지니고 사용하여야만 하는 물품에도 해당하게 된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형집행법 시행령 제42조는 물품의 전달을 허가한 경우에는 그 물품을 수용자가 사용하게 할 수 있고(제1항), 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전달하려고 하는 금품의 허가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제2항)하고 있다.
위 시행령 제42조 제2항에 근거하여,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은 비로소 외부로부터 전달받은 물품을 수용자가 지니도록 허가될 수 있는 경우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달이 허가될 수 없는 경우로서 이 사건에서 피고 홍성교도소장이 전달 불허가 사유로 든 부분과 관련이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음란하거나 현란한 그림·무늬가 포함된 물품(제2호),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제3호),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높은 가격의 물품(제5호) 등이다.
다. 이 사건 처분사유가 법령상 금품전달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처분이 근거로 삼은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의 상위 법령 합치 여부
1) 이 사건 처분은 원고 가족이 보내 온 ‘안경다리’ 부분의 일부에 빨강색이 포함되어 있어 법무부예규인 이 사건 조항에 위배된다는 점을 이유로 하여 그 안경의 전달을 불허가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현란한 무늬 등을 더한 안경테의 소지를 금지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의 전달을 불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그 자체로는 법규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결국 이러한 처분사유가 적법한지 여부는 금품 전달의 허가기준을 정한 상위 법령 규정인 형집행법 시행령 제42조,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각호가 규정하는 전달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준거로 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특히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빨강색이 섞인 ‘안경테’가 금지되는 이유로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유사한 내용이 포함된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2호, 제3호, 제5호를 중심으로 전달 불허가 사유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불허가 사유의 해석·적용과 관련하여서는,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려는 형집행법의 목적 내지 지도원리와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 원칙(제4조)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하여야 한다.
3) 먼저 위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2호는, 음란하거나 현란한 그림·무늬가 포함된 물품을 전달 불허가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문제 삼는 ‘음란한’ 그림이나 무늬의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현란한’ 그림이나 무늬는 그 내용이 아니라 그림이나 무늬의 형상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의 경우 그림이나 무늬의 형상 자체가 ‘현란함’으로 인하여 위해를 끼치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쉽지 않다(예컨대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나 피가 낭자한 장면, 공포감을 조성하는 형상 등을 상정해 보면, 이러한 경우가 교도소 질서나 수용자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이 역시 쉽사리 그림과 무늬의 ‘현란함’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현란함’은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한 개념으로서 이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권력기관의 ‘자의적’ 권한 행사가 살아 숨 쉴 공간을 열어주게 된다. 특히나 교도소의 경우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는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 ‘권력관계’로 인하여 늘 그 권한 남용의 우려가 상존하는 곳이므로, 위와 같은 규정은 법치국가 원리에 따라 최대한 제한적으로 해석·적용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따라서 이때의 ‘현란함’은 그 바로 앞에 규정된 ‘음란함’과 같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수용 질서유지나 수형자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음이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하여 새김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보건대, 이 사건 안경다리 부분에 일부 빨강색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이를 현란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거니와, 이러한 색상과 형상이 음란한 그림이나 무늬의 경우처럼 교도소의 수용 질서유지나 수용자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명백하게 인정된다고 볼 합리적인 근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4) 다음으로, 이 사건 안경이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제3호),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높은 가격의 물품(제5호)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안경의 색깔 그 자체가 사행심을 조장한다고 볼 수 없음은 분명하고, 안경다리 일부에 원색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수용자의 심리적인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볼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설령 안경테의 색 전부가 원색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와 같이 단정할 합리적인 근거 역시 발견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이 사건 안경이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을 정도의 고가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피고 홍성교도소장은 원색 사용으로 인한 위화감 조성만을 이 사건 처분사유로 들고 있으므로 ‘고가품’인지 여부는 애초에 처분사유로 제시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 역시 고가품을 이유로 원색 계열 안경테가 금지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이 점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기는 하다. 그럼에도 더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안경’은 예컨대 ‘목발’과 같이 신체의 장애를 보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것으로서 대부분의 시간을 몸에 신체의 일부처럼 착용·부착하는 형태로 사용되고, 이는 교도소 측에서 무상 제공되는 물품도 아니며 구매품으로 제공되는 물품도 아니어서 외부에서 유상 구매될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단순한 사치품과 같은 선상에 두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살펴보아도 이 사건 안경이 위화감을 조성할 정도의 고가품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어느 모로 보더라도 이 사건 안경이 ‘그 색깔만으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5) 결국 이 사건 처분사유로 제시된 사유들은 모두 상위 법령에서 제시된 전달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불허가 처분은 위법하다.
6)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처분사유와 같은 내용이 규정된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 역시 상위 법령 규정들에 위배·저촉되는 내용으로서 위법·무효이다.
한편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6호는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를 추가로 거시하고 있는 반면(이는 형집행법 제27조 제1항 제2호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이 사건 조항은 빨강색 등 원색의 안경의 반입이 금지되는 근거로 위와 같은 ‘시설의 질서를 해칠 우려’를 거시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위 제6호의 존재가 위와 같은 위법성 판단에 영향을 주지는 아니한다.
그럼에도 추가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의 내용과 같이 테 부분에 원색이 들어간 안경이 전달되거나 이를 착용하도록 하는 경우에 ‘시설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도소 내에서 일종의 유니폼(uniform)으로 착용시키는 것으로서 관급으로 무상 제공되는 수형복(심지어 그 색도 ‘원색’에 가깝다)이나 일정한 규격품으로서 교도소 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각종 의류나 운동화 등과 달리, ‘안경’은 모든 수용자가 일률적으로 착용하는 물품이 아니라 개인 맞춤형 물품으로서 개인이 바깥에서 착용하던 안경을 가지고 들어오거나 외부에서 이를 개별적으로 구매하여야 하는 물품이다. 나아가 그 착용 목적도 신체의 장애를 보완하기 위한 일종의 교정 기구에 해당할 뿐 아니라, 의류와는 달리 보이는 외관에서 신체 중 극히 일부분만을 점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개인 맞춤형 물품인 안경은 유니폼처럼 시설질서 유지를 위하여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착용하도록 하는 수형복 내지 구매품으로 구비되어 있는 각종 의류 등과는 근본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 게다가 수용자 중 눈이 나쁜 사람만 착용하게 되는 ‘안경’은 그 착용으로 해당 착용자가 수용자라는 일종의 신분관계를 드러내게끔 하는 유니폼과 같은 도구로 활용하기에도 적당하지 않다. 결국 안경은, 모든 수용자로 하여금 일률적으로 착용하도록 하여 수용자의 신분과 위치를 드러내도록 함으로써 일종의 위계질서와 보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관급 내지 구매품 의류 등과는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달리한다.
이러한 점에서도 원색 계열이 테에 들어간 안경의 전달을 금지하는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상위 법령 규정에 부합하지 않고, ‘예규 설정자’의 색에 대한 편견(prejudice)이나 자의적(恣意的)인 관념 및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서 권력기관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금지하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에도 반한다. 또한 이하 보듯이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과 관련한 과잉금지원칙에도 반하므로 어느 모로 보더라도 위헌·위법을 면할 수 없다.
라.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이 사건 조항은 수용시설 외부에서 수용자 외의 사람이 보내 온 물품 중 반입할 수 있는 품목을 제한하고, 반입할 수 있는 품목의 허가기준을 정한 것이다.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안경을 반입할 수 있는 품목에는 포함시키는 한편, 반입 가능한 안경에 관한 허가기준도 아울러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이러한 허가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수용자는 신체의 장애를 개별적으로 보완하는 맞춤형 착용품인 안경을 수용시설 내로 전달받아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내지 자기결정권, 경우에 따라 인간의 존엄 등 기본권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러한 기본권들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고 보호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적정한 균형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2) 이 사건 조항은 교정사고 방지 등을 위하여 외부에서 반입할 수 있는 품목을 제한하고, 외부 반입물품의 허가기준을 분명하게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의 전달을 불허’하고 있어 수용자 간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를 방지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색 계열의 색이 일부라도 들어간 안경테는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다는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인식에 기초한 것이므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 설령 이러한 목적의 정당성이 일부나마 예외적으로 인정될 경우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이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적합한 수단인지에도 의문이 있다.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① 금색·은색·갈색·검정색 등 단일색상의 안경과 ②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등의 소재를 더한 장식의 안경을 구분하여 ①에 해당하는 안경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안경은 상의나 하의 등 의복류와는 달리 크기가 작고 외부에 드러나는 면적이 매우 협소하다. 따라서 안경의 색상에 따라, 안경을 착용한 수용자를 바라보는 다른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이 해쳐진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색상이 다른 안경을 사용할 경우 수용자 사이에서 이러한 안경을 사용하는 사람이 일부라도 구분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물품의 ‘가격’이 아닌 색상에 따라 수용자 사이에 위화감이 생긴다는 점에 대해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나아가 수용시설 질서유지를 위해 안경테 색깔 중 일부를 금지하는 것 역시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안경의 경우 사용자의 시력에 맞추어 맞춤형으로 개별적으로 제작되어야 하므로 외부에서 제작·반입된 물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외부 반입물품인 안경을 사용한다고 하여 수용자 간에 위화감이 생긴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게다가 ‘금색’이나 ‘갈색’인 안경과 ‘노란색’ 계열의 안경 사이에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점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점만 보더라도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에서 설정된 기준이 얼마나 자의적이며 비합리적인 인식에 기초한 것인지를 여실히 드러내 준다.
4)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전달·반입하고자 하는 안경테가 빨강색이기만 하면 그 안경을 보관할 수 없이 이를 보낸 사람에게 반환하도록 함으로써, 안경의 모양, 안경 사용자의 시력 및 안경 사용현황 등 개별적·구체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여 수용자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은 ‘타자(他者)의 상황에 대한 공감능력과 상상력’이 발휘될 때에 더 잘 지켜질 수 있다.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는 수용자의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할 법집행기관의 특별한 주의가 요청된다. 하물며 교정시설 내에서 지켜져야 할 ‘규율과 규칙’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는 더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개별적 인간의 구체적 사정에 대하여 어떠한 공감이나 배려도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서, 고려되어야 할 법익에 대한 균형성을 현저하게 잃고 있다. 예컨대, 외부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하나밖에 없는 안경테에 원색 계열이 들어가 있다면 교도소에 새롭게 입소하는 수용자는 기존의 안경의 반입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교도소에서 사용할 목적의 새로운 안경을 자신의 비용 부담으로 추가로 구매하여야 한다. 단순히 색깔이 원색이라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기존의 안경을 두고 무채색 계열의 새로운 안경을 추가로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점에는 다언(多言)을 요하지 아니한다. 더불어 이 경우 수용자는 새로운 안경이 전달되기까지 사이에는 안경이 없이 지낼 수밖에 없게 되므로 그 신체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현저하게 제한되거나 침해되는 상황을 감수하여야 한다. 이는 교도소 안에서 시력이 나빠져서 새로운 안경을 맞추어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나아가 안경은 한번 맞추면 장기간 사용하게 되는 긴요한 물품이다. 그런데 형기가 얼마 남지 않은(예컨대 극적 효과를 위해 1달이 남았다고 상상해 보자) 수용자가 시력이 나빠져 새로운 안경을 맞추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그 수용자는 당연히 사회에 복귀하여 안경을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게 됨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으로 인하여 그의 개인적 취향과 선택은 깡그리 무시되게 되므로, 그 수용자는 불편을 감수하고 안경 없이 살든지, ‘출소한 이후에는 거의 쓰지 않게 될’ 무채색 안경을 구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수용자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주요한 지도원리로 하는 형집행법의 근본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된다.
반면, 원색이 포함된 안경을 전달 허가하지 않거나 내지 보관품으로 사용 허가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교정사고 방지, 시설 내 질서유지 등의 효과는 불확실하거나 거의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를 뒷받침할 어떠한 실증적인 자료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한다.
5)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신체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내지 자기결정권, 인간의 존엄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마.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근거인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위헌·무효이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6.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피고 법무부장관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의 피고 홍성교도소장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강우찬(재판장) 위수현 이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