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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 직장 내 괴롭힘·갑질·성희롱
노동 · 직장 내 괴롭힘·갑질·성희롱 2026.04.03 조회 34

원청 직원이 하청 직원을 괴롭힌 경우,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황석보 변호사
법무법인 다율 · 경상남도 창원시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면서 원청 직원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모욕적인 말, 업무 외 지시, 따돌림까지 겪으면서도 "내가 하청이니까 참아야 하나" 하고 혼자 삭이시는 분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오늘은 원청 직원이 하청 직원을 괴롭힌 경우 법적으로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가상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32세 김모 씨는 부산의 한 대형 제조공장에서 하청업체 C사 소속 생산직 근로자로 3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원청업체 D사의 현장 관리자 박모 과장은 평소 김 씨에게 "하청 주제에 느려 터졌다", "너네 회사가 다 그렇지"라는 발언을 반복했습니다. 최근에는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 심부름을 시키고, 다른 하청 직원들 앞에서 김 씨만 지목해 큰 소리로 질책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김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우울 증상까지 생겼지만, 하청업체 C사에 호소해도 "원청과의 관계가 있으니 참아달라"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쟁점 1. 원청 직원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원청 직원은 같은 사업장 근로자가 아닌데,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나요?" 충분히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핵심 포인트

2021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은 도급인(원청)의 근로자가 관계수급인(하청)의 근로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도급인도 조치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원청과 하청이라는 법적 관계가 다르더라도 보호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법이 보완된 것입니다.

김 씨의 사례에서 박 과장의 행위를 분석하면, 원청 관리자라는 지위의 우위를 이용한 점, "하청 주제에"와 같은 인격 모독 발언이 반복된 점, 업무 외 개인 심부름 지시, 특정인만 지목한 공개적 질책 등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쟁점 2. 원청과 하청, 법적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이 부분이 실무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피해를 입은 하청 근로자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구에게 따져야 하는지" 막막하시죠. 법적 책임의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하청업체(C사)의 사용자 책임 - 김 씨의 직접적인 사용자인 C사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면 지체 없이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김 씨의 호소에 "참아달라"고만 한 것은 사용자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2
원청업체(D사)의 도급인 책임 -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원청은 자사 근로자가 하청 근로자에게 괴롭힘을 한 경우 이를 알게 된 즉시 행위 중단 지시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D사가 박 과장의 행위를 방치했다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3
가해자 개인(박 과장)의 민·형사 책임 - 반복적 모욕 발언은 형법상 모욕죄(형법 제311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할 수 있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위자료) 청구도 가능합니다.

특히 주목하셔야 할 점은, 원청이 실질적으로 하청 근로자에 대해 직접 지휘·감독을 하고 있었다면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될 여지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원청도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책임을 질 수 있어 보호의 범위가 더 넓어집니다.

쟁점 3. 피해 근로자가 취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

혼자 고민하고 계시다면,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절차를 차근차근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증거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괴롭힘 발언이나 행위가 있을 때마다 날짜, 시간, 장소, 구체적 발언 내용, 목격자를 기록해 두세요. 녹음은 대화 당사자가 직접 하는 경우 불법이 아닙니다(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단서). 병원 진료기록(정신건강의학과 등)도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1
하청 사용자에게 서면 신고 - 구두가 아닌 서면(이메일, 내용증명 등)으로 괴롭힘 사실을 알리고 조치를 요구합니다. 서면 기록이 있어야 사용자의 조치 의무 위반을 입증하기 수월합니다.
2
고용노동부 신고 - 사용자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신고는 온라인(고용노동부 민원마당)이나 방문 모두 가능하며, 접수 후 약 30~60일 내 조사가 진행됩니다.
3
산재 신청 검토 - 괴롭힘으로 인한 우울증, 적응장애 등 정신질환이 발생한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면 되며,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환의 산재 인정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4
민·형사 소송 - 모욕죄 고소(발생일로부터 6개월 이내 친고), 손해배상 청구(위자료 통상 300만~1,500만 원 수준, 피해 정도에 따라 달라짐)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 조언 - 하청 근로자분들이 꼭 기억하셔야 할 것

상담 현장에서 보면, 하청 근로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계약 해지당할까 봐 무섭다"는 것입니다. 그 두려움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법은 이런 상황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 대해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또한 원청이 하청업체에 압력을 넣어 피해 근로자를 불이익하게 처우하도록 한 경우에도 원청의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하청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시대는 법적으로 이미 지났습니다. 원청 직원의 괴롭힘에 대해서도 원청과 하청 모두 법적 책임을 지며, 피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증거를 꼼꼼히 확보하고, 적절한 시점에 정확한 경로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황석보
황석보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다율 · 경상남도 창원시
실무에서 원청-하청 간 괴롭힘 사건을 다루다 보면, 피해 근로자분들이 고용 불안 때문에 신고 자체를 포기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증거를 확보하고 서면으로 기록을 남겨두면 이후 어떤 법적 절차에서든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우시다면 가능한 빨리 노동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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