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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 직장 내 괴롭힘·갑질·성희롱 2026.04.18 조회 54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재 승인, 실제 기준은 무엇인가

황석보 변호사
법무법인 다율 · 경상남도 창원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우울증, 적응장애,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얻은 근로자가 산업재해(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리적 사고와 달리 정신질환의 업무 관련성 입증은 쉽지 않으며, 근로복지공단의 판단 기준도 까다로운 편입니다. 아래에서는 가상의 사례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산재 승인의 핵심 기준을 분석합니다.

사례 개요

서울 소재 IT 기업에서 5년간 백엔드 개발자로 근무해 온 A씨(34세, 여성)는 2024년 초 새로 부임한 팀장 B씨로부터 반복적인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B씨는 팀 회의에서 A씨를 지목해 "이 정도도 못 하냐", "다른 데 가서 일해라"는 발언을 수차례 했고, A씨만 단독으로 야간 긴급 배포 업무에 배정하면서 주 60시간 이상의 근무를 6개월간 지속시켰습니다. A씨는 점차 수면장애, 식욕부진,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주요우울장애 및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A씨는 퇴사 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업무와 질병 간 상당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쟁점 1: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성립 요건

산재 승인을 논의하기 전에, 우선 A씨가 겪은 행위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정의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동 조항은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A씨 사례에서 확인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위의 우위: B씨는 A씨의 직속 팀장으로서 인사평가권과 업무 배분 권한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직제상 상급자에 해당하므로 지위의 우위가 인정됩니다.

2) 업무상 적정 범위 초과: 팀 회의에서의 공개적 모욕 발언, A씨에게만 집중된 야간 배포 업무 편중은 정당한 업무 지시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주 60시간 이상 근무가 6개월간 지속된 점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한도(주 12시간)를 현저히 초과하는 것입니다.

3) 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 A씨가 진단받은 주요우울장애와 적응장애는 정신적 고통의 객관적 지표가 됩니다.

따라서 A씨의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의 3요건(지위 우위, 적정 범위 초과, 고통 또는 환경 악화)을 충족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다만, 괴롭힘 성립 여부와 산재 승인 여부는 별개의 판단 과정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쟁점 2: 정신질환 산재 승인의 핵심 기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은 업무상 질병의 인정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정신질환의 경우 다음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업무상 정신질환 인정 3요건

1. 업무와 관련하여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거나, 업무상 부담이 증가한 사실이 인정될 것

2. 해당 정신질환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질환일 것

3.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

공단이 A씨의 신청을 불승인한 이유는 세 번째 요건인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실무에서 이 부분이 가장 빈번하게 다투어지며, 근로복지공단은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업무상 스트레스의 강도와 지속 기간: 일회적 갈등인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괴롭힘인지에 따라 판단이 크게 달라집니다. A씨의 경우 6개월 이상 반복된 모욕 발언과 과중한 업무 배정이 있었으므로 이 항목에서는 유리한 편입니다.

동종 근로자 기준: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통상의 근로자가 해당 상황에 놓였을 때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판단합니다. 이는 개인의 취약성이 아닌 객관적 기준으로 업무 부담을 평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개인적 요인 배제: 가정 문제, 경제적 어려움, 기존 정신질환 병력 등 업무 외 요인이 주된 원인이 아닌지를 검토합니다. A씨에게 기존 정신과 병력이 없다면 이 부분은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발병 시점과 업무 사건의 시간적 근접성: 괴롭힘이 시작된 시점과 증상 발현, 진단 시점 간의 시간적 연관성이 중요합니다. A씨의 경우 B씨 부임 직후부터 증상이 시작되었으므로 시간적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합니다.

쟁점 3: 불승인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와 실무 대응

A씨처럼 공단의 불승인 결정을 받은 경우, 다음의 단계적 불복 절차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심사 청구: 불승인 결정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근로복지공단 심사위원회에 심사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추가 증거자료를 보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재심사 청구: 심사 청구가 기각된 경우,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3) 행정소송: 재심사 결정에도 불복할 경우,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법원에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재심사를 거치지 않고 심사 청구 기각 후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산재 사건에서 승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 증거 확보가 결정적입니다.

핵심 증거 유형

- 괴롭힘 행위를 입증하는 메신저 대화 기록, 이메일, 녹음 파일

- 근무시간을 증명하는 출퇴근 기록, 시스템 접속 로그

- 목격자(동료 근로자)의 진술서

- 사내 괴롭힘 신고 기록 또는 고충처리 접수 이력

- 정신건강의학과 초진 기록과 치료 경과 (발병 시점 특정이 중요)

- 기존 정신과 병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건강검진 기록

A씨의 경우, 팀 회의에서의 발언을 목격한 동료 진술서, B씨 부임 전후의 근무시간 비교 데이터, 야간 배포 업무 배정 내역 등을 추가로 확보하여 심사 청구 단계에서 제출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2022년 이후 업무상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 승인 건수가 연간 900건을 넘어서는 등 인정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이 시행된 2019년 이후 괴롭힘 관련 정신질환 산재 인정 비율은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리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 승인은 괴롭힘의 반복성과 지속 기간, 업무 부담의 객관적 강도, 개인적 요인의 배제 가능성, 발병과 사건 간 시간적 근접성이 종합적으로 검토됩니다. 불승인 결정을 받더라도 증거 보강을 통해 심사 청구나 행정소송에서 판단이 뒤집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으므로, 초기 단계에서의 체계적인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황석보
황석보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다율 · 경상남도 창원시
직장 내 괴롭힘 산재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초기 증거 확보 여부가 사건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정신질환은 발병 시점과 괴롭힘 행위 간의 시간적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증상이 시작된 시점에 바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 기록을 남기시길 권합니다. 불승인 결정을 받으셨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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