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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동산 명도·무단점유·부당이득
부동산 · 명도·무단점유·부당이득 2026.04.15 조회 0

임차인이 두고 간 짐, 함부로 버리면 손해배상 대상이 됩니다

안홍렬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원룸 건물 3채를 운영하는 60대 건물주 C씨는, 계약 만료 후 연락이 두절된 임차인이 두고 간 물건 때문에 석 달 넘게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이삿짐센터를 불러 남은 짐을 전부 폐기했는데, 두 달 뒤 전 임차인이 돌아와 "개인 물품을 무단으로 처분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C씨는 억울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임대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아무리 임차인이 나가고 연락이 닿지 않더라도,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물건을 처분하면 재물손괴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임차인 잔존 물건 처분 문제는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도, 대부분의 임대인이 정확한 절차를 모른 채 리스크를 떠안고 있습니다.

왜 임대인이 함부로 처분하면 안 되는가

민법상 동산(움직일 수 있는 재산)의 소유권은 그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 소유자에게 있습니다. 임차인이 퇴거하면서 남기고 간 가전제품, 가구, 개인 물품 등은 여전히 임차인의 소유입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이를 임의로 버리거나 제3자에게 넘기면,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 또는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임차인이 연락이 안 되니까 포기한 것 아니냐"는 임대인 측의 항변입니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묵시적 포기(소유권 포기 의사의 추정)가 인정되려면 상당히 엄격한 요건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몇 달 동안 물건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소유권 포기를 쉽게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실무상 핵심 포인트

임차인의 잔존 물건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는 "물건을 치우기 전에 어떤 절차를 밟았는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절차를 갖추었느냐 여부가 곧 위법성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적법한 처분을 위한 실무 절차

실무에서 가장 안전한 경로는 크게 네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절차를 빠짐없이 밟아야 나중에 분쟁이 생겨도 임대인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1
내용증명 발송 및 물건 인수 최고
임차인의 주민등록상 주소, 계약서 기재 연락처 등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합니다. "계약 종료 후 잔존 물건이 있으니, 통지일로부터 상당 기간(통상 14일~30일) 내에 수거해 가지 않으면 처분하겠다"는 내용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내용증명 비용은 우체국 기준 약 3,000~5,000원 수준입니다.
2
잔존 물건 현황 기록 및 보관
물건의 종류, 수량,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하고 목록표를 작성합니다. 가능하면 제3자(관리인, 이웃)를 입회시켜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기록은 나중에 물건의 가치와 처분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3
최고 기간 경과 확인
내용증명에서 정한 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임차인이 물건을 수거하지 않거나 연락이 없는 경우, 비로소 처분 절차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때 내용증명의 반송 여부와 무관하게, "발송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반송되었더라도 발송 영수증을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4
처분 실행 및 기록
폐기 시 폐기 과정을 촬영하고, 폐기물 처리업체 영수증을 보관합니다. 만약 물건에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매 또는 공탁 절차를 고려해야 합니다. 처분에 소요된 비용은 보증금에서 공제하거나, 별도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가능합니다.

민사소송을 통한 명도와 잔존물 처리

임차인이 물건만 남긴 것이 아니라 사실상 퇴거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또는 잔존 물건의 가치가 상당하여 임의 처분이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건물명도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명도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강제집행을 신청하면, 집행관이 물건을 반출하여 일정 기간 보관한 후 매각 또는 폐기 처분하게 됩니다.

이 경우 처분의 주체가 법원 집행관이므로 임대인에게 법적 책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명도소송은 통상 6개월~1년 정도 소요되지만, 보전처분(가처분)을 병행하면 조기 해결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소송 비용은 소가(부동산 시가표준액의 일정 비율)에 따라 인지대와 송달료가 결정되며, 대략 50만~150만 원 수준에서 시작됩니다.

보증금과의 상계 문제

임차인의 잔존 물건 보관료, 폐기 비용, 미납 월세 등은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제 후 잔액이 있다면 이를 공탁해야 합니다. 보증금을 전액 사용하고도 비용이 남으면 별도 소송으로 청구하게 됩니다. 공제 내역은 반드시 서면으로 정리하여 임차인에게 통보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실무 동향과 임대인이 유의할 점

최근 1인 가구의 급증과 함께 계약 만료 후 잔존 물건 분쟁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국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34%를 넘어섰고, 이에 비례하여 소액 임대차 관련 분쟁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원룸, 오피스텔 등 소형 임대차에서는 보증금 자체가 수백만 원에 불과하여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비용 대비 실익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실적 제약 때문에 임대인이 "그냥 치워 버리자"는 판단을 내리기 쉬운데, 바로 이 지점에서 법적 분쟁이 시작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임대차계약서에 잔존 물건 처리 조항을 명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계약 종료 후 14일 이내에 물건을 수거하지 않을 경우,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임대인이 처분할 수 있다"는 특약을 넣어두면, 향후 분쟁에서 매우 유리한 근거가 됩니다.


다만 이러한 특약이 있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법원은 특약만으로 소유권 포기를 인정하기보다는, 실제로 임차인에게 물건 수거를 최고했는지, 합리적인 기간을 부여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특약의 존재와 함께 내용증명 발송, 사진 촬영 등 절차적 조치를 병행해야 비로소 안전한 처분이 가능하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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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렬 변호사의 코멘트
임차인 잔존 물건 분쟁은 대부분 임대인이 절차를 생략한 채 처분을 서두르면서 발생합니다. 내용증명 한 통과 사진 기록만 갖추어도 법적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으므로, 답답하시더라도 반드시 절차를 먼저 밟으시길 권합니다. 상황이 복잡하다면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비용 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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