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판결문을 넘어선 종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합니다
국내 건설 분쟁 중 상당 비율이 도급계약의 하자담보 책임을 둘러싸고 발생합니다. 한국건설분쟁조정위원회 통계를 보면, 접수 분쟁의 약 35% 이상이 하자 관련입니다. 그런데 많은 수급인(시공사)이 계약서에 하자담보 책임을 제한하는 조항을 넣으려 하고, 도급인(발주자)은 이를 그대로 수용해도 되는지 판단을 어려워합니다.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자담보 책임 제한 조항은 넣을 수 있지만,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유효할 수도 있고 무효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민법 제667조부터 제671조까지가 도급계약의 하자담보 책임을 규정합니다. 도급인은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수급인에게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고, 하자보수 대신 또는 하자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자가 중대하여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면 계약 해제까지 가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민법상 도급계약의 하자담보 책임 규정은 임의규정입니다. 당사자 간 합의로 그 내용을 변경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법원도 "도급계약의 하자담보 책임에 관한 민법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므로, 당사자의 특약으로 이를 배제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시해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계약서에 책임 제한 조항을 두는 것 자체는 적법합니다.
책임 제한이 가능하다는 것과, 어떤 제한이든 유효하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무효 사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급인 입장에서 유효한 책임 제한을 얻으려면, 그리고 도급인 입장에서 부당한 제한에 당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합니다.
도급인 입장에서 수급인이 제시한 계약서에 책임 제한 조항이 있다면, 다음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 중대한 하자까지 면책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구조적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하자나 거주 불가능한 수준의 하자까지 면책하는 조항은 수용해서는 안 됩니다. 설령 서명했더라도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분쟁 자체를 방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둘째, 하자보수 청구 자체를 제한하는지, 손해배상만 제한하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하자보수 청구권까지 포기시키는 조항은 도급인에게 극히 불리합니다. 손해배상 상한은 수용 가능하더라도, 하자보수 청구는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셋째, 하자담보 책임 기간이 법정 기간보다 짧지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건설공사라면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별표 4의 기간이 최소 기준입니다. 일반 도급이라면 민법상 목적물 인도일로부터 1년(토지 공작물은 5년 또는 10년)이 기준입니다.
최근 하도급 거래에서의 불공정 조항을 규율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 분야 하도급 표준계약서를 지속적으로 개정하며, 하자담보 책임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항을 불공정 약관으로 시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도급 금액이 수억 원 이상인 계약에서 책임 제한 조항 하나의 유무효에 따라 실제 배상 범위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각 조항의 유효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분쟁 발생 후 대응하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 모든 면에서 효율적입니다.
도급인이든 수급인이든, 하자담보 책임 제한 조항을 계약서에 반영하거나 수용할 때는 위에서 언급한 유효성 요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