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오근 변호사 입니다.
하도급 거래에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보면, 요구 자체를 거절할 수 있는지 판단하지 못해 핵심 기술을 그대로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에 따라 원사업자의 기술자료 요구에는 명확한 법적 제한이 있고, 수급사업자에게는 거부와 구제를 위한 절차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원사업자의 기술자료 요구가 어떤 경우에 위법한지, 그리고 수급사업자가 어떤 절차로 대응하고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지 핵심만 정리하겠습니다.
하도급법 제12조의3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특허, 실용신안, 영업비밀 등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를 요구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요건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사업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3가지 요건
이 요건 중 하나라도 갖추지 않은 기술자료 요구는 위법합니다. 위반 시 원사업자에게는 하도급대금의 2배 이하 과징금, 시정명령,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원사업자의 기술자료 요구를 받았을 때, 수급사업자가 밟아야 할 절차를 단계별로 설명합니다.
원사업자로부터 기술자료 요구를 받으면 가장 먼저 해당 요구가 법정 서면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합니다. 기술자료의 명칭, 범위, 사용 목적, 비밀유지 방법, 대가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구두 요구나 요건이 불비한 서면은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
소요기간 : 요구 수령 후 즉시 | 필요서류 : 원사업자 발송 서면, 하도급계약서 원본요구 대상 기술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특허 출원 대상인지, 노하우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합니다.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있다면 비밀관리성 입증 자료(접근 제한 로그, 비밀유지서약서 등)를 확보해 둡니다. 이 단계에서 자료의 가치와 유출 시 예상 피해 규모를 산정해 두면 이후 분쟁에서 유리합니다.
소요기간 : 1~2주 | 필요서류 : 기술자료 목록, 비밀관리 현황, 특허출원 여부 확인서요구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내용증명 등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합니다. 이의 내용에는 요구의 구체적 위법 사유(서면 요건 미비, 정당한 사유 부재, 범위 초과 등)를 명시합니다. 서면 이의 제기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시 핵심 증거가 됩니다.
소요기간 : 3~5일 | 필요서류 : 내용증명 발송본, 원사업자 요구 서면 사본 | 비용 : 내용증명 우편료 약 5,000~7,000원이의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가 부당 요구를 지속하거나, 이미 기술자료를 유용한 정황이 확인되면 공정위(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합니다. 하도급법 위반 신고는 서면 또는 온라인(공정거래위원회 신고센터)으로 가능하고, 신고 수수료는 무료입니다. 실무에서 공정위 조사는 신고 접수 후 통상 2~6개월이 소요됩니다.
소요기간 : 접수 후 2~6개월(사안에 따라 12개월 이상) | 필요서류 : 신고서, 하도급계약서, 기술자료 요구 서면, 이의 제기 서면, 피해 입증 자료 | 비용 : 무료분쟁 여부와 관계없이, 수급사업자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사전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핵심 기술자료를 제3의 기관에 보관해 두면, 원사업자의 유용 사실을 입증하기가 수월해집니다. 임치 수수료는 건당 약 10만~50만원 수준이며, 임치 기간은 1년 단위로 갱신합니다.
소요기간 : 신청 후 2~4주 | 필요서류 : 임치 신청서, 기술자료 원본 또는 사본, 사업자등록증 | 비용 : 건당 10만~50만원(기관에 따라 상이)행정 제재 : 공정위 시정명령, 하도급대금의 2배 이하 과징금 부과
형사 처벌 : 기술자료를 유용(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사용)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 벌금
손해배상 : 수급사업자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며, 기술자료 유용의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하도급법 제35조 제2항)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18년 법 개정 이후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어, 기술자료 유용에 대한 제재 수위가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 기술자료 요구를 받는 즉시 서면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서면 요건이 미비한 요구에 일단 응하면, 이후 부당성을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둘째, 기술자료를 제공하더라도 반드시 비밀유지계약(NDA)을 별도로 체결하고, 자료 수령 확인서를 받아 두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자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셋째,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활용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이미 유출된 후에는 임치가 증거 보전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넷째, 공정위 신고와 별개로 민사소송(손해배상청구)과 형사고소를 병행하면 실제 구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나의 수단에만 의존하면 원사업자가 시간을 끄는 사이 증거가 소실될 위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