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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전세로 6년째 거주 중이던 40대 직장인 C씨는 계약 만료를 두 달 앞두고 임대인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갱신이 어렵습니다. 제 아들이 들어와야 합니다." C씨는 이미 한 차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상태였기에, 이번에는 법적으로 더 이상 갱신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나간다, 남는다"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보증금 반환 시기, 이사 비용 분담, 퇴거 유예 기간 등 양쪽 모두 양보하기 어려운 조건이 쌓여 있었습니다. 결국 C씨와 임대인은 합의 테이블에 앉게 되었고, 여기서 합의서를 어떻게 쓰느냐가 이후 분쟁의 향방을 결정짓게 되었습니다.
최근 전세 시장의 불안정성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갱신 거절과 그에 따른 수용 합의를 둘러싼 분쟁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임대차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2023년 대비 약 18% 증가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갱신 거절이 법적으로 유효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고, 수용 합의를 진행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할 실무적 포인트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르면,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을 1회 행사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는 같은 법 제6조의3 제1항 각 호에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임대인 본인이나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할 목적인 경우가 가장 빈번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실거주" 요건의 진정성입니다. 임대인이 자녀의 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놓고, 실제로는 제3자에게 새로 임대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갱신 거절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그 사실을 확인하면, 법 제6조의3 제6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갱신 거절이 인정되는 주요 사유
- 임대인 본인 또는 직계존비속의 실거주 (2년 이상 거주 필요)
- 임차인의 2기 이상 차임 연체
-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다시 빌려줌)한 경우
- 건물의 철거 또는 재건축이 확정된 경우
여기서 핵심은 "1회 갱신요구권을 이미 행사한 뒤"의 상황입니다. 갱신요구권을 소진한 임차인에게는 법적으로 더 이상 갱신을 강제할 수단이 없습니다. C씨의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했습니다. 이때 임차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바로 퇴거 조건에 대한 수용 합의입니다.
갱신 거절을 수용하되, "그냥 나가겠다"고 구두로만 합의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서면 합의 없이 퇴거한 뒤 보증금 반환이 수개월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수용 합의서에는 최소한 다음 항목들이 명확하게 기재되어야 합니다.
합의서 자체는 양 당사자가 서명날인하면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별도의 공증이 필수는 아닙니다. 그러나 보증금 규모가 클수록(통상 1억 원 이상) 공증을 받아두는 것이 강력히 권장됩니다. 공정증서로 작성하면 보증금 미반환 시 바로 강제집행(부동산 가압류 등)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공증 비용은 보증금 액수에 따라 다르지만, 1억 원 기준으로 약 15만~25만 원 수준입니다.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합의 과정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합의서 작성 시 체크 포인트
- 임대차계약의 특정(주소, 계약일, 보증금 액수)
- 갱신 거절 사유와 임차인의 수용 의사 명시
- 보증금 반환 금액, 시기, 계좌 정보
- 퇴거 예정일
- 위약금 조항
- 양 당사자 인적사항 및 서명날인
합의서를 작성했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C씨의 사례로 돌아가면, C씨는 합의서에 퇴거일과 보증금 반환일을 같은 날로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이 새 임차인의 보증금이 들어와야 반환이 가능하다며 일방적으로 2주 연기를 통보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합의서에 "보증금 반환이 퇴거일까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임차인은 퇴거를 유보할 수 있다"는 동시이행 조항을 명시해 두는 것이 실무에서 가장 효과적인 자기보호 수단입니다.
또한 임대인이 실거주를 사유로 갱신을 거절한 경우, 퇴거 후에도 실제로 임대인 측이 입주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제3자에게 임대한 사실이 확인되면,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갱신 거절로 인해 발생한 손해(이사 비용, 차임 차액 등)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손해배상 청구 기한은 손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입니다.
주택임대차 갱신 거절은 임차인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지만, 법적 권리와 합의의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불리한 조건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구두 합의에 머무르지 않고, 서면으로 핵심 조건을 빠짐없이 정리하는 것입니다. 특히 보증금 규모가 크거나 임대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경우라면, 합의서의 내용과 형식을 꼼꼼히 갖추는 것이 향후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