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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거래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분쟁해결 조항(Dispute Resolution Clause)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국제 Mediation(조정) 조항은 중재나 소송 전 단계로 삽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막막하게 느끼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Mediation은 중립적인 제3자(조정인)가 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절차입니다. 중재(Arbitration)와 달리 조정인에게 구속력 있는 판정 권한이 없으며, 양측의 자발적 합의로 분쟁을 종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실무에서 활용 빈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래 7가지 항목을 계약 체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면, 나중에 분쟁이 현실화되었을 때 훨씬 안정적으로 대응하실 수 있습니다.
어떤 기관의 조정 규칙에 따를 것인지를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ICC(국제상업회의소) ADR Rules, SIAC(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 Mediation Rules, KCAB(대한상사중재원) 국제조정규칙 등이 있습니다. 기관과 규칙을 특정하지 않으면 조정 개시 자체가 지연되거나, 상대방이 절차 참여를 거부하는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ICC ADR Rules에 따른 Mediation을 거친 후 중재에 회부한다"는 식의 다단계 분쟁해결 조항(Multi-tier Clause)을 많이 활용합니다. 이 경우 조정과 중재 각각의 기관 규칙을 명확히 분리하여 기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조정 신청을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해 두셔야 합니다. 통지 방식은 서면(이메일 포함) 통지가 일반적이며, 통지 도달 시점을 기준으로 후속 절차 기간이 기산됩니다. 통지 주소와 수신인(담당 부서)까지 계약서에 특정해 두시면 실무에서 혼선을 줄일 수 있습니다.
Mediation 기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시간을 끄는 전략으로 활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조정 신청일로부터 60일 내지 90일을 조정 기간 상한으로 설정합니다. 기간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자동으로 중재나 소송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명시해야, 절차가 공전(空轉)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ICC ADR Rules에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 합의로 기간을 정하도록 하되, 합의가 없으면 조정인이 절차 일정을 관리합니다. 계약서에 명시적 기간을 넣어 두는 편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조정인(Mediator)을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 것인지도 미리 합의해 두셔야 합니다. 당사자 합의 선정이 원칙이지만, 합의가 안 되는 경우 기관에 선정을 위임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조정인의 자격 요건으로 관련 산업 경험, 사용 언어, 국적 제한(분쟁 당사자 국적 배제) 등을 기재하는 것도 고려해 보실 만합니다.
Mediation 절차에서 오간 정보가 후속 중재나 소송에서 증거로 사용되면, 당사자들이 조정 단계에서 솔직한 대화를 꺼리게 됩니다. 따라서 조정 과정에서의 진술, 제출 자료, 합의안 초안 등은 후속 절차에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비밀유지 의무의 범위를 넓게 설정할수록 조정의 실효성은 높아지지만, 사기적 행위나 공서양속 위반 사안은 예외로 두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또한, 조정 합의 결과 자체의 공개 여부도 별도로 정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조정 비용은 일반적으로 양 당사자가 균등 분담(각 50%)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만,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뒤늦게 비용 문제로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조정 기관 수수료, 조정인 보수, 장소 임차비, 통역비 등 항목별로 부담 주체를 기재해 두시면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ICC Mediation 기관 수수료는 건당 약 5,000~10,000 USD 수준이며, 조정인 보수는 시간당 또는 일당으로 별도 산정됩니다.
다단계 분쟁해결 조항에서 "반드시 Mediation을 먼저 거쳐야 한다"고 규정한 경우, 이를 건너뛰고 바로 중재나 소송을 제기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부분은 적용 법역(준거법 및 중재지법)에 따라 효력이 달라집니다. 영국 법원은 조정 전치 의무의 구속력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반면, 일부 법역에서는 조정 전치 불이행이 소송·중재 수리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정 전치 의무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조정 기간 상한과 자동 전환 조건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당사자에 대한 불이익(예: 후속 중재에서의 비용 부담 가중) 조항을 두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위 7가지 핵심 항목 외에도 몇 가지 실무적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조정 장소와 언어를 명시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의외로 누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정 장소는 양 당사자에게 중립적인 제3국이 바람직하며, 사용 언어는 계약서 언어와 일치시키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임시적 보전조치(Interim Measures)와의 관계도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조정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긴급한 보전 필요가 있는 경우 법원이나 긴급중재인에게 보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조항이 없으면 "조정 전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항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정 합의서(Settlement Agreement)의 집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2019년 발효된 싱가포르 조정 협약(Singapore Convention on Mediation)에 가입한 국가 간에는 국제 조정 합의서의 직접 집행이 가능합니다. 다만 아직 가입국이 제한적이므로, 거래 상대방 소재국의 가입 여부를 확인하시고, 필요시 조정 합의 내용을 중재 판정(Consent Award)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함께 마련해 두시는 것이 현실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