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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 근로자성·파견·도급·프리랜서·특수고용 2026.05.01 조회 57

1인 도급 공사 현장, 그 사람은 정말 사업자일까 근로자일까

임영준 변호사
법무법인 정곡(분사무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얼마 전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에서 6개월 넘게 매일 출퇴근하며 도배와 마감 작업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현장에서 잘려났다고 합니다. 퇴직금은커녕 밀린 공사대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원청 업체는 "당신은 도급 사업자이지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건설 현장에서 매우 흔합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 가운데 1인 도급 형태로 일하는 인원은 약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계약서상으로는 도급이지만, 실제 일하는 모습은 근로자와 다를 바 없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이 사이에서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계약서에 도급이라고 적혀 있으면 정말 사업자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약서의 명칭만으로 근로자인지 사업자인지가 결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근로 제공 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이 정의에서 핵심은 계약서의 제목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노무를 제공했느냐에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패턴이 있습니다. 원청 업체가 1인 기술자에게 사업자등록증을 요구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받고, 계약서에는 "도급"이라고 적어둡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작업 순서도 원청 현장소장이 지시하며, 다른 일을 할 자유도 없습니다. 이런 경우 법원은 높은 확률로 근로자성을 인정합니다.


법원이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 7가지

대법원이 축적해 온 판례를 종합하면, 1인 도급 현장에서의 근로자성은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하나의 요소만으로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여부 - 작업 범위, 순서, 방법에 대해 원청이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면 근로자에 가깝습니다.
  • 출퇴근 시간과 장소의 구속 - 매일 정해진 시간에 현장에 나와야 하고, 현장 외 작업이 허용되지 않았다면 근로자 요소입니다.
  • 업무 대체성 -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내 일을 시킬 수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대체가 불가능했다면 근로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보수의 성격 - 일한 시간이나 일수에 비례하여 보수를 받았다면 임금에 가깝고, 완성된 결과물에 대해 대가를 받았다면 도급에 가깝습니다.
  • 재료와 도구의 소유 - 작업에 필요한 재료, 장비, 도구를 원청이 제공했다면 근로자 요소로 봅니다.
  • 전속성 - 해당 원청 외에 다른 곳에서 동시에 일할 수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전속적으로 한 곳에만 매여 있었다면 근로자에 가깝습니다.
  •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 4대 보험 가입 여부, 원천징수 여부 등 형식적 요소도 참고하지만, 이것만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업무 지시와 감독의 정도'입니다. 원청 현장소장이 매일 아침 조회를 하고, 작업 지시서를 내리고, 작업 결과를 점검했다면 이는 사용종속관계(근로자성의 핵심 징표)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건설 현장의 특수성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

건설업은 다른 업종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어, 근로자성 판단이 더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첫째, 건설 현장은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짧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법원도 이 점을 고려하여, 계약 기간이 짧다는 사실만으로 도급이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둘째, 건설 기술자들은 여러 현장을 옮겨 다니는 것이 보통인데, 특정 기간 동안 한 현장에만 전속되어 있었다면 이는 근로자성을 뒷받침하는 요소가 됩니다.

셋째, 건설산업기본법상 하도급 구조가 복잡하여, 누가 실질적 사용자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실제로 지시와 감독을 행사한 주체가 사용자로 인정됩니다.


근로자로 인정되면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1인 도급 형태로 일하던 사람이 근로자로 인정받게 되면, 법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발생합니다.

  • 퇴직금 -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경우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수년간 일했음에도 퇴직금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사례가 많습니다.
  • 임금체불 구제 - 밀린 공사대금이 아니라 '임금'으로 성격이 바뀌므로,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 산재보험 적용 - 작업 중 다쳤을 때, 도급 사업자라면 본인이 가입한 보험에 의존해야 하지만, 근로자라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치료비,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부당해고 구제 - 일방적으로 현장에서 쫓겨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이 가능합니다.

근로자성을 다투려면 어떤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가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분쟁을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근로자성을 주장하려면 일하던 당시의 기록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퇴근 기록입니다. 현장 출입 카드 기록, 출근부 사본, 또는 매일 현장에 도착하며 찍은 사진이나 위치 정보도 증거가 됩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현장소장에게 "내일 몇 시에 나오라"는 지시를 받은 내용이 있다면 반드시 보관해야 합니다.

작업 지시서, 회의록, 안전교육 참석 기록 등도 사용종속관계를 입증하는 데 유용합니다. 보수가 월 단위 또는 일당으로 지급되었음을 보여주는 계좌 이체 내역도 핵심 증거입니다.

사업자등록증이 있다는 이유로 근로자성 주장을 포기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업자등록 여부를 형식적 요소로만 참고할 뿐, 이것이 실질적 판단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판례 흐름과 앞으로의 전망

최근 대법원과 하급심은 1인 도급 근로자성 인정 범위를 점차 넓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 현장뿐 아니라 IT 프리랜서, 배달 기사, 학습지 교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형식은 도급이나 실질은 근로"라는 판단이 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건설 일용근로자 보호를 위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건설 현장 불법 하도급 집중 점검을 확대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1인 도급 형태로 일하는 분들의 법적 지위가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근로자성 인정은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같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더라도 원청의 지시 정도, 보수 지급 방식, 전속성 등이 다르면 결론이 정반대로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법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임영준
임영준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정곡(분사무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1인 도급 형태의 건설 현장 분쟁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계약서만 보고 스스로 사업자라 판단하여 법적 권리를 포기하는 분들이 예상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출퇴근 기록, 작업 지시 문자 등 증거를 확보해 두면 나중에 퇴직금이나 산재보험 적용에서 결정적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본인의 근무 형태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판단이 어렵다면 가능한 빨리 노동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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