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칼럼 ›형사범죄 ›명예훼손·모욕
형사범죄 · 명예훼손·모욕 2026.05.05 조회 25

사실적시 명예훼손, 진실을 말했는데도 처벌받을 수 있을까

방
방민현 변호사

2024년 기준 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명예훼손 관련 고소 건수는 연간 약 9만 건에 달합니다. 그중 상당 비율이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왜 고소를 당하느냐'는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한국 형법은 허위사실 적시뿐 아니라, 진실한 사실을 공연히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처벌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체계는 동시에 진실 공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하지 않다는 조각사유(위법성이 배제되는 사유)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른바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 규정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보호 사이에서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지, 그 기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기본 구조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핵심 구성요건을 분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연성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발언하거나 게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1:1 대화라도 전파가능성이 인정되면 공연성이 충족됩니다.
2
사실의 적시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지목하는 표현이어야 합니다. '그 사람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지만, '그 사람은 지난해 회사 자금 3,000만 원을 횡령했다'는 사실 적시에 해당합니다.
3
명예훼손 해당 발언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칭찬이나 중립적 정보 전달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사실이니까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허위사실 적시(제307조 제2항)는 5년 이하의 징역 등 가중처벌을 받을 뿐, 진실한 사실 적시도 그 자체로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합니다.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의 3요건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가 확립한 구체적 판단 기준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요건 1 | 적시된 사실이 진실일 것

적시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해야 합니다. 다만 대법원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중요한 부분에서 진실에 합치'되면 족하다는 입장입니다. 완벽한 정확성까지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요건 2 |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것

여기서 '공공의 이익'은 넓게 해석됩니다. 국가적, 사회적,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뿐 아니라, 특정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이익에 관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 피해를 알리는 행위, 공직자의 비위를 고발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입니다.

요건 3 | 행위자의 주요 동기가 공익 목적일 것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문언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공익 목적이 '주된 동기'이면 족하고 부수적으로 사적 동기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위법성 조각이 인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공적 가장(假裝) 아래 실질적으로 개인에 대한 보복이나 비방이 주된 목적이라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의 판단 기준, 공익성의 경계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부분은 '공공의 이익' 해당 여부입니다.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1
상대방의 공적 지위 여부 공직자, 공인, 공적 기관에 대한 사실 적시는 사인(私人) 간의 경우보다 위법성 조각이 인정되기 쉽습니다.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가 더 넓게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2
표현 방법과 범위의 적절성 같은 사실을 알리더라도 그 방법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필요 이상으로 사생활을 노출했다면 공익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알릴 필요가 있는 범위 내'인지를 살펴봅니다.
3
발언의 맥락과 경위 고발 목적의 게시와, 감정적 분쟁 과정에서의 폭로는 동일한 내용이라도 다르게 평가됩니다. 사전에 내부 시정 절차를 거쳤는지, 신고 등 적법한 수단을 먼저 시도했는지도 고려 요소입니다.
4
적시 대상이 공적 영역인지 순수 사생활인지 직무상 비위, 사업 운영상 위법행위 등 공적 영역의 사실은 공익성이 인정되기 쉬운 반면, 개인의 건강 상태, 가족관계, 성적 이력 등 순수 사생활은 공익성 인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진실이라고 믿었으나 사실과 달랐던 경우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을 요건으로 하므로, 적시 내용이 결과적으로 허위였다면 원칙적으로 이 조항에 의한 위법성 조각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이에 대한 보완 법리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행위자가 적시한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 비록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르더라도 범의(고의)가 부정되거나 위법성 인식의 착오로서 책임이 조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신뢰할 만한 자료에 기반했는지, 사실 확인을 위한 합리적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중요합니다. 예컨대 공식 문서, 공공기관 발표, 복수의 독립적 정보원 등을 통해 확인한 경우라면 상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법성 조각 주장 시 실무상 유의점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상황에서 형법 제310조를 주장하려는 경우, 실무적으로 다음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입증 부담의 배분입니다. 위법성 조각사유는 피고인 측이 주장하고, 그 주장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다만 검찰도 공익성 부정에 관한 입증 활동을 하게 되므로, 결국 양측 주장과 증거를 종합하여 법원이 판단합니다.

둘째, 증거 확보 시점이 중요합니다. 사실을 적시하기 전에 그 내용이 진실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해 두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적시 이후에 수집한 증거만으로는 '상당한 이유' 주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셋째, 표현의 방식과 범위를 사전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같은 사실이라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절제된 방식'으로 알렸는지에 따라 공익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복적으로 게시하거나, 상대방의 실명과 신상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노출하는 방식은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진실을 말할 자유는 민주사회의 근간이지만, 그 자유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 규정은 그 경계를 설정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공적 관심사에 관한 진실한 사실의 공표는 보호받을 수 있으나, 개인에 대한 보복이나 사적 감정이 주된 동기라면 같은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표현의 목적과 방법 모두에서 공익성을 갖추었는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방민현 변호사의 코멘트
사실적시 명예훼손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보다 표현의 방식과 동기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온라인 게시 전에 증거를 확보하고 표현 범위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며, 고소를 받았다면 초기 대응 단계에서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분야 추천 변호사
김성관 프로필 사진
법률사무소 화쟁
김성관 변호사 빠른응답

정확한 진단과 분석, 결과로 증명합니다.

형사범죄 민사·계약 가족·이혼·상속 부동산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 #형법 제310조 #명예훼손 공익 항변 #진실 적시 처벌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2026 알법(alb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