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무허가 건축물에 관한 공사를 진행한 시공자가 대금을 받지 못해 분쟁에 이르는 사례는 실무에서 의외로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발주자는 “애초에 불법 건축물이라 계약 자체가 무효이니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라고 주장하고, 시공자는 “이미 자재와 인건비를 모두 투입했는데 무허가라는 사정만으로 한 푼도 못 받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다투는 구도입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건축법상 무허가 건축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사대금 청구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계약의 성격, 위반의 정도, 당사자들의 인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사안별 분석이 필요합니다.
가상 사례
경기도 화성에서 소규모 종합건설업체를 운영하는 A씨(48세)는 인근에서 농자재 유통업을 하는 B씨(56세)로부터 창고 겸 사무실 증축 공사를 수주하였습니다. 계약금액은 1억 8,000만 원, 공사 기간은 약 4개월이었습니다. B씨는 “인허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시공만 진행해 달라”라며 착공을 재촉하였고, A씨는 별도의 건축허가 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공사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준공 직후 관할 지자체가 무허가 증축 사실을 적발하였고, B씨는 “원상복구 명령까지 받았으니 잔금 7,000만 원을 지급할 수 없다”라고 통보하였습니다. A씨는 잔여 대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실무상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부분입니다. 건축법은 건축허가나 신고 없이 건축물을 신축·증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이행강제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행정 단속을 위한 단속규정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사인 간의 사법(私法)상 법률관계까지 무효화하는 효력규정으로 보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즉, 발주자와 시공자 사이의 공사도급계약은 그 목적물이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한 것으로 보고, 다만 그 이행과 결과에 대한 책임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될 뿐입니다.
정리
· 무허가 건축이라는 사정만으로 도급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 따라서 시공자는 원칙적으로 약정한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단, 사회질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형태(예: 명백히 위법한 용도 전용을 전제로 한 시공)는 별도 판단이 필요합니다.
실무에서 발주자가 가장 자주 내세우는 방어 논리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무허가 사실이 적발되어 사용이 어려워졌으므로 계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고, 둘째, 결과적으로 철거가 예정되어 있어 공사의 가치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시공자가 인허가의무를 부담하기로 한 경우에 한하여 의미가 있습니다. 사안의 A씨처럼 “인허가는 발주자가 처리한다”라는 합의가 있었다면, 무허가 상태에 따른 불이익은 일차적으로 발주자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시공자는 약정된 도면과 시방서대로 공사를 이행한 이상, 그 결과물이 행정상 적법한 건축물로 인정받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대금이 일부 감액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A씨와 같은 시공자가 잔여 공사대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다음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1단계 — 증거 정리
도급계약서, 견적서, 자재 구매 영수증, 인부 노임 지급 내역, 현장 사진, 카카오톡·문자 대화 등 인허가 책임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입증할 자료를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2단계 — 내용증명 발송
발주자에게 잔금 지급을 최고하고, 무허가 사실은 발주자의 책임 영역임을 명확히 적시합니다. 이 단계에서 분쟁이 정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3단계 — 유치권 검토 및 보전처분
점유가 유지되고 있다면 유치권 행사 가능성을 검토하고, 발주자 명의 부동산이나 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통해 회수 가능성을 확보합니다.
4단계 — 공사대금 청구 소송
협상이 결렬되면 본안 소송으로 진행합니다. 통상 1심 기준 6~10개월 정도 소요되며, 감정이 필요한 경우 추가 기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허가 건축과 관련된 공사대금 분쟁에서 시공자가 가장 흔히 놓치는 부분은 계약서의 인허가 조항입니다. “인허가는 발주자 책임으로 한다”라는 한 줄이 있는지, 아니면 “시공자가 인허가 일체를 대행한다”라고 되어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계약 단계에서 이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한 예방책입니다.
또한 무허가가 단순한 신고 누락 수준인지, 아니면 용도지역 위반·건폐율 초과 등 본질적 위반인지에 따라 행정상 처분의 강도와 협상력이 달라집니다. 위반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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