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판결문을 넘어선 종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합니다
얼마 전 한 중견 IT기업에 다니던 30대 후반의 A씨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첫째에 이어 둘째 출산 후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직했는데, 복귀 첫 해 성과평가에서 5단계 중 최하등급인 'D'를 받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평가표 비고란에 '근무공백으로 인한 성과 미산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건 개요
경기 성남 소재 IT기업에 7년차로 재직 중이던 A씨(38세, 팀장급)는 2024년 1월부터 12월까지 만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했습니다. 2025년 1월 원직무 복귀 후 동년 12월 인사평가에서 D등급(하위 5%)을 부여받았고, 이는 다음해 연봉 동결과 승진 누락으로 이어졌습니다. 회사 측은 '평가기간 중 실근무가 없어 정상적 평가가 불가능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은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불리한 처우'에는 인사평가에서의 부당한 저평가, 승진 누락, 임금 삭감 등이 폭넓게 포함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일관된 해석입니다.
A씨 사례에서 핵심 쟁점은 '근무하지 않은 기간을 평가에 어떻게 반영했느냐'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회사 측 논리는 "근무를 안 했으니 성과가 0점"이라는 것인데, 이는 위법성이 매우 높은 처리 방식입니다. 휴직기간 자체를 '성과 0'으로 산정해 등급을 매기는 것은 휴직을 사용했다는 사실 그 자체를 불이익의 사유로 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법한 평가 방식의 기본 원칙
고용노동부 지침과 다수의 행정해석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은 평가대상기간에서 제외하고 실제 근무한 기간만으로 평가하거나, 휴직 직전 평가등급을 준용하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즉 1년 중 2개월만 근무했다면 그 2개월의 성과로 평가하거나, 휴직 전 평균 등급(예: B등급)을 부여하는 식입니다.
A씨의 회사처럼 휴직기간을 통째로 '미산정' 처리하면서 결과적으로 최하등급을 부여한 경우, 두 가지 측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첫째, 직접적 차별 문제입니다. 동일 기간 질병휴직이나 산업재해 휴직자에 대해서는 평가 전 등급을 준용하면서, 유독 육아휴직자에게만 '실근무 없음'을 이유로 최하등급을 주었다면 이는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입니다. 실무에서는 회사 내 다른 휴직 사례와의 평가 처리를 비교해 보는 것이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둘째, 간접차별의 문제입니다. 외형상 '실근무 기준 평가'라는 중립적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그 결과가 육아휴직 사용자에게 일률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합리적 이유가 입증되지 않는 한 위법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증거 확보 우선순위
실무 상담을 진행하면서 가장 먼저 확보를 권하는 것은 ① 회사 내부 인사평가 규정(취업규칙·인사관리지침), ② 본인의 평가표 원본 및 평가자 코멘트, ③ 휴직 전 3년간 본인의 평가등급 이력, ④ 같은 부서 또는 동기 중 휴직 미사용자의 평가 분포(가능한 범위 내), ⑤ 평가 결과 통보 메일이나 면담 녹취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 드리는 실무 조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복직 직전에는 회사의 인사평가 규정에서 '휴직자 평가 처리' 조항을 미리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명문 규정이 있는데도 다르게 처리되었다면 다툼이 훨씬 쉬워집니다.
복직 직후에는 가급적 빨리 명확한 업무 분장과 평가지표(KPI)를 서면으로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복귀자라 일단 보조 업무'라는 식으로 핵심 업무에서 배제된 뒤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저평가하는 패턴이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평가 결과 통보 시점에는 등급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반드시 활용하고, 평가자에게 산정 근거를 서면으로 요청해 두어야 합니다. 회사가 산정 근거 제시를 거부하거나 모호하게 답변한다면 그 자체가 추후 분쟁에서 유리한 자료가 됩니다. 무엇보다 노동위원회 차별시정 신청 기한이 6개월로 짧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