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외국에서 도산 절차가 진행 중인 거래처에 대해, 국내에서도 별도로 채권을 보전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국제도산 병행 절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해외 거래처가 현지에서 파산이나 회생 절차에 들어갔을 때, 국내 채권자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외국 도산 절차가 개시되었더라도 국내에 채무자의 재산이 있다면 한국에서 병행 도산 절차를 신청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내 채권을 보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5편 "국제도산"에서 이를 규율합니다. 핵심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630조 이하 - 외국 도산 절차의 승인(지원 절차) 규정
제631조 - 외국 도산 절차가 한국에서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법원의 승인이 필요
제636조 - 승인 결정 이후 국내 재산에 대한 보전처분, 중지명령 등 지원처분 가능
중요한 점은, 외국 도산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그 효력이 자동으로 한국 내 재산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관재인(도산 대표자)이 한국 법원에 승인 신청을 해야 비로소 국내에서 보전처분 등의 지원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국내 채권자가 한국 내 재산에 대해 별도로 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병행 도산 절차'라 합니다. 채무자회생법 제3조에 따라, 채무자가 국내에 영업소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한국 법원에도 도산 절차를 개시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이 두 절차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적인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승인 절차(지원 절차) - 외국 관재인이 한국 법원에 '외국 도산 절차를 인정해 달라'고 신청하는 것입니다. 승인되면 국내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중지, 보전처분 등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외국 도산 절차에 따라 국내 재산이 통합 관리됩니다.
병행 도산 절차 - 국내 채권자 또는 채무자가 한국 법원에 별도의 도산(파산,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외국 절차와 별개로 한국법에 따라 진행되며, 국내 재산을 기준으로 채권자 배당이 이루어집니다.
실무에서는 두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Chapter 11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면서 한국에서도 별도로 회생 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입니다. 이때 한국 법원은 외국 절차와의 협력 및 조율을 고려하게 됩니다.
외국 거래처의 도산 소식을 접한 국내 채권자가 실무적으로 밟아야 할 단계를 정리합니다.
국제도산 병행 절차에서 실무상 자주 문제되는 사항을 추가로 정리합니다.
공서양속 위반 심사 - 외국 도산 절차의 승인은 한국의 공서양속(Public Policy)에 반하지 않아야 합니다(채무자회생법 제632조 제1항 제3호). 외국 절차가 한국 채권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경우 승인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주절차와 종절차 구분 - 채무자의 주된 이익의 중심지(COMI, Center of Main Interests)가 어디인지에 따라 외국 절차가 '주절차'인지 '종절차'인지 달라지고, 이에 따라 한국 법원이 부여하는 지원처분의 범위도 달라집니다.
담보권자의 지위 - 한국 내 부동산에 담보권을 설정한 채권자는, 외국 도산 절차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법에 따라 별제권(담보권 우선 행사)을 주장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 부분은 개별 사안별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국제도산 병행 절차는 외국법과 한국법이 교차하는 복잡한 영역입니다. 채권 신고 기한, 보전처분 타이밍, 병행 절차 개시 여부 등 시간에 민감한 판단이 많으므로, 외국 거래처의 도산 가능성이 감지되는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