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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사업 투자·벤처투자·스톡옵션
기업·사업 · 투자·벤처투자·스톡옵션 2026.07.12 조회 21

텀시트 핵심 조항 협상, 투자 유치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손수혁 변호사
선우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투자자가 보내온 텀시트, 어디를 먼저 봐야 하나요?"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시리즈A 투자를 앞둔 어느 스타트업 대표가 VC로부터 텀시트(Term Sheet)를 받았습니다. 투자금 30억 원, 기업가치 150억 원 사전가치(Pre-money Valuation) 기준.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텀시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희석방지조항(Anti-dilution)은 풀래칫(Full Ratchet) 방식이었고, 동반매도청구권(Drag-along Right) 행사 요건은 투자자 단독 결정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텀시트의 핵심은 투자금액이나 기업가치가 아니라 '조건'에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밸류에이션보다 경제적 조항과 지배구조 조항이 창업자의 향후 경영권과 지분가치를 결정합니다.

밸류에이션과 투자구조 - 숫자 뒤에 숨은 함정

텀시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업가치와 투자금액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Pre-money vs. Post-money 기준 확인

Pre-money 150억 원에 30억 원 투자라면, Post-money는 180억 원이 되어 투자자 지분은 약 16.7%입니다. 반면 Post-money 150억 원 기준이라면 투자자 지분이 20%로 높아집니다. 같은 숫자라도 기준에 따라 3% 이상의 지분 차이가 발생하므로, 밸류에이션 기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2. 스톡옵션 풀(ESOP Pool) 포함 여부

투자자가 "Pre-money에 향후 발행할 스톡옵션 풀 10%를 포함한다"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실질적인 기존 주주의 기업가치는 10% 낮아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스톡옵션 풀의 규모와 포함 시점을 협상 대상으로 두어야 합니다.

3. 투자 형태: 보통주 vs. 상환전환우선주(RCPS)

국내 VC 투자의 대부분은 상환전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로 이루어집니다. 상환권과 전환권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상환 청구 시점(통상 투자 후 3~5년), 상환 이율(연 1~8%), 전환 비율(보통 1:1) 등 세부 조건이 핵심입니다.

희석방지조항(Anti-dilution) - 창업자 지분을 좌우하는 핵심

후속 투자에서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이른바 '다운라운드'가 발생할 경우, 기존 투자자의 지분 희석을 방지하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의 방식에 따라 창업자 지분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집니다.

실무 포인트

풀래칫(Full Ratchet) 방식은 가장 투자자에게 유리한 구조입니다. 다운라운드 시 기존 투자자의 전환가격을 새로운 낮은 가격으로 그대로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주당 10,000원에 투자한 후 후속 투자가 주당 5,000원에 이루어지면, 기존 투자자의 전환가격도 5,000원으로 낮아져 전환 시 받는 주식 수가 2배로 늘어납니다.

가중평균(Weighted Average) 방식은 기존 주식 수와 신규 발행 주식 수를 가중평균하여 전환가격을 조정하므로, 창업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실무에서는 광의(Broad-based) 가중평균 방식으로 협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것이 시장 표준(Market Standard)에 가깝습니다.

협상 시 "희석방지조항은 광의 가중평균 방식을 적용한다"는 문구를 명확히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배구조 조항 - 경영권을 지키는 방어선

경제적 조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배구조 관련 조항들입니다. 텀시트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지배구조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사회 구성권

투자자가 이사 선임권을 몇 석 요구하는지, 전체 이사회 규모 대비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시리즈A 단계에서 투자자 이사 1인은 일반적이지만, 과반 이상의 이사 선임권이나 관찰자(Observer) 지위까지 요구하는 경우 경영 자율성이 크게 제한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 동의사항(Protective Provisions)

정관 변경, 신주 발행, 자산 처분, 대표이사 변경, 일정 금액 이상의 차입 등에 대해 투자자의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조항입니다. 항목 자체는 관행적이나, 그 범위와 금액 기준이 문제가 됩니다. 예컨대 "5천만 원 이상의 계약 체결 시 투자자 동의"는 사실상 일상적 경영 활동마저 제한하는 것이므로, 금액 기준을 합리적 수준(통상 매출 규모의 10~20% 이상)으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반매도청구권(Drag-along Right)

투자자가 제3자에게 회사를 매각할 때, 다른 주주(창업자 포함)에게 동일 조건으로 함께 매각할 것을 강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조항이 투자자 단독 결정으로 되어 있으면, 창업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회사 매각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행사 요건으로 "창업자 동의" 또는 "전체 주주 과반수 동의"를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조항들

자주 간과되는 포인트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과 공동매도참여권(Tag-along Right)은 혼동하기 쉬우나 성격이 다릅니다. 우선매수권은 기존 주주가 주식을 매각할 때 다른 주주가 먼저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이고, 공동매도참여권은 일부 주주가 매각할 때 같은 조건으로 함께 매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두 조항 모두 향후 지분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행사 기간과 절차를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잔여재산분배 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1x Non-participating이 가장 창업자에게 유리한 구조이고, Participating Preferred(참가적 우선주)는 투자자가 우선분배 후 잔여 재산에도 지분 비율로 추가 참여하므로 창업자에게 불리합니다. 실무에서는 "1x Non-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를 시장 표준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자 주식 매각 제한(Lock-up) 조항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통상 투자 후 1~3년간 창업자의 주식 매각을 제한하는데, 제한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일부 매각(부분 세컨더리)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경우 협상을 통해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텀시트 협상, 이것만은 기억하십시오

첫째, 텀시트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조항(Non-binding)이 대부분이지만, 비밀유지(NDA)와 독점협상기간(Exclusivity) 조항은 통상 법적 구속력이 있습니다. 독점협상기간이 60~90일을 초과하는 경우, 다른 투자 기회를 차단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텀시트 단계에서 합의된 조건이 투자계약서(SPA/SHA)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텀시트에서 양보한 조건을 나중에 번복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텀시트 검토 단계부터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입니다.

셋째, 모든 조항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조항 2~3개를 정하고 나머지는 시장 표준 수준에서 수용하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경험상 희석방지 방식, 잔여재산분배 구조, 투자자 동의사항의 범위가 창업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조항입니다.

손수혁
손수혁 변호사의 코멘트
선우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텀시트 검토를 투자계약서 작성 직전에야 의뢰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협상력이 크게 줄어든 시점이라 조건 변경이 어렵습니다. 텀시트를 받은 즉시, 서명 전에 법률 검토를 받으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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