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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업 · 공정거래·가맹·하도급·대리점 2026.07.26 조회 19

담합 자진신고 감면제도, 기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전략

김
김정란 변호사

얼마 전 한 중견 건설자재 기업의 대표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같은 업종 경쟁사 4곳과 오랜 기간 이어온 가격 합의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표의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자진신고하면 과징금을 면제받을 수 있습니까?"

이처럼 담합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 Leniency)는 기업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는 제도임에도, 정작 제도의 구체적 요건과 전략적 활용 방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제도의 핵심 구조와 실무적 판단 기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담합 자진신고 감면제도란 무엇인가

자진신고 감면제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4조의2에 근거한 제도입니다.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가담한 사업자가 스스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하는 경우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제도의 취지는 명확합니다. 담합은 그 성격상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부에서 적발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참여 사업자에게 자발적 신고의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담합 카르텔을 내부에서 무너뜨리겠다는 것이 제도의 핵심 목적입니다.

감면 순위별 혜택 차이

1순위 자진신고자: 과징금 전액 면제 + 시정조치 감면 가능

2순위 자진신고자: 과징금 50% 감면

3순위 이하: 원칙적으로 감면 불가 (조사 협조도에 따라 최대 30% 감면 가능한 예외 존재)

결국 같은 담합에 참여했더라도 누가 먼저 신고하느냐에 따라 과징금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리니언시 레이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자진신고 감면의 핵심 요건 3가지

단순히 "자진신고했다"는 사실만으로 감면이 자동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을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 1
    최초 신고 또는 증거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담합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최초로 신고하거나, 이미 조사가 개시된 경우에는 공정위가 보유하지 못한 핵심 증거를 최초로 제공해야 합니다.
  • 2
    담합 입증에 충분한 증거 제출 회의록, 이메일, 메신저 대화 기록, 가격표 등 담합의 존재와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단순한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3
    조사 종료 시까지 성실한 협조 신고 이후에도 조사 과정 전체에 걸쳐 성실하게 협조해야 합니다. 도중에 증거를 인멸하거나 다른 참여사에게 조사 사실을 고지하면 감면 자격이 박탈됩니다.

주의해야 할 점: 담합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거나 다른 사업자를 강요하여 참여시킨 사업자는 1순위 감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다만 2순위 감면은 가능한 경우도 있어 구체적 사안별로 판단이 필요합니다.

자진신고 시점이 결과를 바꾸는 이유

실무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고민은 "지금 신고해도 되는가"입니다. 이 판단에서 시점이 결정적인 이유를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조사 개시 전 신고

공정위가 아직 해당 담합을 인지하지 못한 단계입니다. 이 경우 1순위 감면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고, 과징금 전액 면제뿐 아니라 검찰 고발 면제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조사 개시 후 신고

공정위가 이미 조사에 착수한 단계입니다. 이 경우에도 공정위가 보유하지 못한 핵심 증거를 제공하면 2순위 감면(50%)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1순위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핵심은 하루, 심지어 몇 시간의 차이가 과징금 수십억 원의 감면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동일 담합 사건에서 경쟁사보다 단 이틀 늦게 신고한 기업이 1순위 감면 자격을 놓쳐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실무에서 고려해야 할 전략적 판단 포인트

자진신고는 단순한 법적 절차가 아니라, 기업 전체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입니다. 실무 현장에서 상담할 때 반드시 검토하는 사항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
    손해배상 소송 리스크 평가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면제받더라도, 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거래상대방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자진신고 사실 자체가 담합의 자인(自認)으로 작용하므로, 이 부분까지 사전에 검토해야 합니다.
  • 2
    형사 고발 면제 가능성 1순위 자진신고자는 공정위의 검찰 고발이 면제됩니다. 담합은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이므로, 대표이사나 임원의 형사 리스크 해소 측면에서도 1순위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 3
    증거 보전과 내부 관리 자진신고를 결정했다면 즉시 관련 증거를 보전해야 합니다. 동시에 사내에서 해당 정보를 접근할 수 있는 인원을 최소화하여, 담합 참여 기업에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차단해야 합니다.
  • 4
    글로벌 담합 시 해외 리니언시 병행 검토 국제 거래가 수반되는 담합의 경우, 한국뿐 아니라 미국 DOJ, EU 집행위원회 등 해외 경쟁당국에 대한 동시 자진신고 전략도 반드시 병행 검토해야 합니다.

자진신고 감면제도의 최근 동향과 전망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통계를 보면, 담합 사건의 약 50% 이상이 자진신고를 통해 적발되고 있습니다. 이는 제도의 실효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담합 참여 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참여사가 먼저 신고할 리스크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2024년 이후 공정위는 디지털 포렌식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AI 기반 가격 분석 도구를 활용한 사전 탐지 시스템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기존의 은밀한 담합 방식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결론적으로, 담합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된 기업이라면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자진신고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최선의 리스크 관리 전략입니다. 신고 시점, 증거 확보 수준, 민사 손해배상 리스크, 형사 고발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 분야에 경험이 있는 법률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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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란 변호사의 코멘트
담합 자진신고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대부분의 기업이 신고 타이밍을 놓쳐 감면 기회를 잃는다는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담합 연루 가능성을 인지한 시점에 즉시 증거를 보전하고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수십억 원의 과징금 차이를 만듭니다.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상황이 있다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판단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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