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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 토지·수용·보상 2026.08.16 조회 34

지료 청구 소송과 지상권 소멸, 땅 주인의 권리 되찾기

박경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내 땅 위에 다른 사람의 건물이 서 있는데, 정작 그 땅의 사용료(지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상속으로 땅을 물려받았거나, 오래전 관계가 얽힌 건물이 남아 있는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오늘은 지료 청구 소송과 지상권 소멸 청구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경기도 남양주에서 작은 화훼농장을 운영하는 최모(58세)씨는 3년 전 아버지로부터 대지 240㎡를 상속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땅 위에는 20여 년 전 아버지가 지인 박모(64세, 자영업)씨에게 건물을 짓도록 허락하며 설정해 준 지상권(남의 땅 위에 건물 등을 소유하기 위해 그 땅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 등기되어 있었습니다.

문제는 박씨가 오랜 기간 땅 사용료를 전혀 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최씨는 "이제라도 정당한 사용료를 받고 싶다"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최씨처럼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권리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정리해 보면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쟁점 1. 지료를 정하지 않았는데 청구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걱정하시는 부분이 "애초에 사용료를 얼마로 정한다는 약정이 없었는데 지금 와서 받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료 액수를 미리 정하지 않았더라도 지료 청구는 가능합니다.

민법상 지상권은 유상(사용료를 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당사자가 액수를 정하지 않았다면 법원에 지료 결정 청구를 하여 정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토지의 위치, 면적, 인근 시세, 공시지가 등을 종합해 감정평가를 거쳐 적정 지료를 산정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지료는 통상 토지 가액의 일정 비율(대략 연 2~5% 수준)로 감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개별 사정에 따라 편차가 크므로 반드시 감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최씨의 경우 과거 지료 약정이 없었으므로, 법원에 지료 결정을 구하면서 동시에 그동안 밀린 사용료 상당액을 부당이득(정당한 이유 없이 얻은 이익)으로 청구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쟁점 2. 지료를 안 내면 지상권을 없앨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정말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사용료를 계속 받지 못한다면, 아예 그 지상권 자체를 소멸시켜 땅을 온전히 되찾을 수 있느냐는 것이죠.

민법 제287조는 지상권자가 2년분 이상의 지료를 연체한 때에는 토지 소유자가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사용료가 2년치 넘게 밀리면 지상권을 없앨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지료가 먼저 확정되어 있어야 연체 여부를 따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씨처럼 애초에 지료가 정해지지 않았던 경우라면, 먼저 지료 결정 판결로 액수를 확정하고, 그 이후에도 박씨가 2년분 이상 지급하지 않을 때 비로소 소멸 청구가 가능해지는 순서가 일반적입니다.

연체 기간을 계산할 때는 "연속해서 2년"이 아니라 합산하여 2년분"이면 된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다만 소유권이 상속 등으로 바뀐 경우, 이전 소유자에 대한 연체까지 합산할 수 있는지는 사안에 따라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쟁점 3. 소멸 청구 후 건물은 어떻게 되나

지상권이 소멸하면 그 위의 건물은 어떻게 되는지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지상권이 소멸하면 지상권자는 원칙적으로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원래 상태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다만 지상권자에게는 일정한 경우 건물 매수 청구권(건물을 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료 연체를 이유로 소멸 청구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지상권자의 잘못이 있는 상황이므로 매수 청구권이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최씨는 지상권 소멸 후 박씨에게 건물 철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 있고, 밀린 사용료는 부당이득으로 별도 회수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꼭 기억할 점

이런 사건은 순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성급하게 소멸 청구부터 하면 "지료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①지료 결정 및 밀린 사용료 청구 → ②지료 확정 후 연체 상황 확인 → ③2년분 이상 연체 시 지상권 소멸 청구 → ④건물 철거 및 토지 인도 청구의 단계로 접근하는 것이 안정적입니다.

또한 등기부상 지상권 설정 내용, 과거 사용료 지급 여부를 입증할 자료, 상속 경위를 보여주는 서류를 미리 정리해 두시면 사건이 한결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오래 방치된 권리라도 절차를 밟아가면 충분히 되찾을 수 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박경수
박경수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제가 이 분야 사건을 다루면서 느낀 점은, 지료 청구와 지상권 소멸은 반드시 순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료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멸부터 청구하면 패소하기 쉽습니다. 상속 등으로 얽힌 오래된 권리 관계라면 초기부터 자료를 정리해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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