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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업 · 투자·벤처투자·스톡옵션 2026.08.25 조회 16

시드부터 시리즈C까지, 투자 단계별 투자자 권리 어떻게 달라지나

이환규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우승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서울 성수동에서 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한 37세 김민준 대표는, 창업 3년 만에 시리즈B 투자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시드(Seed) 단계에서 2억 원, 시리즈A에서 30억 원을 유치했고, 이번에는 국내 대형 벤처캐피탈로부터 120억 원을 제안받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는 투자계약서를 받아 든 순간, 조항 하나하나가 이전 단계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시드 때는 그냥 지분만 넘기면 됐는데, 이번 계약서에는 이사 지명권, 우선매수권, 동반매도청구권 같은 처음 보는 용어가 잔뜩 있더라고요. 이걸 그냥 서명해도 되는 걸까요?"

김 대표의 고민은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전형적인 상황입니다. 투자 단계가 올라갈수록 투자자가 요구하는 권리의 종류와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김 대표의 사례를 따라가며, 시리즈 투자 단계별로 투자자 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쟁점 1. 시드·시리즈A 단계 — 권리는 가볍지만 방심은 금물

김 대표가 시드 단계에서 받았던 2억 원은 개인 엔젤투자자 세 명이 나눠 넣은 자금이었습니다. 당시 계약서는 두 페이지 남짓이었고, 투자자 권리라고 해봐야 지분율에 따른 신주인수권(회사가 새 주식을 발행할 때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 정도였습니다.

초기 단계일수록 투자자의 권리는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 투자 금액이 크지 않고, 회사의 가치도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방심하면 안 됩니다. 실무에서 보면, 시드 단계 계약서에 무심코 넣은 조항이 후속 투자에서 발목을 잡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주로 등장하는 권리

시드신주인수권, 정보요청권(재무제표 등 열람) 정도의 기본 권리
시리즈A이사 또는 참관인(옵저버) 지명권, 우선주 배당·잔여재산 우선권이 추가되기 시작

시리즈A로 넘어가면서 김 대표는 처음으로 벤처캐피탈이라는 기관투자자를 맞이했습니다. 이때부터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등장합니다. 이는 일정 조건에서 원금 상환을 청구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안전장치입니다. 김 대표는 당시 상환권 행사 요건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조건이 까다롭게 설정되어 있어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쟁점 2. 시리즈B·C 단계 — 경영권과 지분 통제 권리의 등장

문제는 김 대표가 지금 마주한 시리즈B 계약서였습니다. 투자 금액이 120억 원으로 커지면서, 투자자는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전동의권입니다. 신규 투자 유치, 대표이사 변경, 자산 처분, 정관 변경 같은 주요 사안을 투자자의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김 대표가 처음 보았던 동반매도청구권(Drag-along)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는 투자자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때, 창업자 지분까지 함께 매각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반대로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은 창업자가 지분을 팔려고 할 때 투자자가 먼저 살 수 있는 권리이고, 공동매도권(Tag-along)은 창업자가 지분을 팔 때 투자자도 같은 조건으로 함께 팔 수 있게 하는 권리입니다.

후기 단계에서 강화되는 권리

시리즈B사전동의권 확대, 우선매수권·공동매도권, 이사회 구성 관여
시리즈C동반매도청구권, 희석방지조항(리픽싱), IPO 관련 권리, 강한 잔여재산 우선권

여기에 희석방지조항(리픽싱)도 후기 단계일수록 강하게 요구됩니다. 후속 투자가 이전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이뤄질 경우, 기존 투자자의 전환가격을 낮춰 지분 손실을 보전해주는 장치입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분이 더 많이 희석되는 결과로 이어지므로, 리픽싱의 방식(완전희석 방식인지 가중평균 방식인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쟁점 3. 창업자가 협상 단계에서 지켜야 할 균형

김 대표에게 제가 강조한 것은 "모든 권리를 거부하라"가 아니라 "권리의 균형을 맞추라"였습니다. 투자자의 안전장치는 어느 정도 불가피합니다. 다만 창업자의 경영권과 지분 가치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항은 협상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사전동의권의 대상 항목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면, 일상적인 경영 판단조차 투자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 경우 동의 대상을 핵심 사안으로 좁히는 협상이 필요합니다. 동반매도청구권 역시 행사 요건에 최소 매각가격이나 창업자 동의 절차를 두어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보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각 권리가 후속 투자와 엑시트(투자 회수) 시점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김 대표는 결국 사전동의권 항목을 절반 이상 축소하고, 동반매도청구권에 최소 매각가격 조건을 넣는 방향으로 계약을 마무리했습니다.

투자 유치는 회사 성장의 중요한 발판이지만, 계약서의 권리 구조는 창업자의 미래 통제권을 좌우합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조항 하나의 무게가 커진다는 점을 기억하고, 서명 전에 각 조항의 의미와 파급효과를 충분히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환규
이환규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유한) 우승 · 서울특별시 서초구
투자 계약을 다루면서 보면, 창업자분들이 시드 단계 계약서를 가볍게 여겼다가 후속 투자에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전동의권과 동반매도청구권은 특히 경영권과 직결되므로 서명 전 반드시 조항별 시뮬레이션을 거치시길 권합니다. 계약 구조가 복잡하다면 서명 전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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