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다세대주택을 소유한 47세 김모 씨는 3층 세입자가 계약기간을 마치고 이사를 나간 뒤, 새 세입자를 들이려 방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나갔어야 할 전 세입자의 지인이라는 30대 남성이 그 집에 짐을 옮겨 놓고 지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계약서도 없고, 보증금을 낸 적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처럼 임차권 없는 거주자가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은 실무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전 임차인의 가족이나 지인이 무단으로 눌러앉는 경우,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나가지 않는 경우, 애초에 정당한 권원(점유할 법적 근거) 없이 들어와 사는 경우 등입니다. 오늘은 이 사례를 바탕으로 명도 절차와 소요 기간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명도(부동산을 비우고 넘겨받는 것)를 청구하려면 먼저 상대방이 점유할 정당한 권리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김 씨 사례에서 그 남성은 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아니었고, 보증금이나 차임을 지급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전 임차인이 남성에게 방을 전대(轉貸, 세입자가 다시 세를 놓는 것)했을 가능성입니다.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는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도 김 씨는 명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점유자가 소유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권원이 있는지입니다. 계약도 없고 임대인 동의도 없다면, 그 점유는 소유권을 침해하는 무단점유에 해당합니다.
많은 소유자분들이 "내 집이니 내가 알아서 정리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상대가 무단점유자라 하더라도, 소유자가 임의로 문을 열고 짐을 들어내는 행위는 주거침입죄나 재물손괴죄, 또는 자력구제 금지 위반으로 오히려 소유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은 아무리 정당한 권리라도 반드시 법적 절차, 즉 소송과 강제집행을 통해 실현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화가 난 소유자가 세입자 물건을 창고에 옮겨 놨다가 손해배상을 물어준 사례를 여러 번 봤습니다. 반드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대신 소유자는 무단점유 기간 동안의 부당이득(월세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김 씨 역시 그 남성이 점유한 기간에 대해 인근 시세에 준하는 임료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함께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김 씨가 밟게 된 절차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결국 내용증명부터 강제집행 완료까지 빠르면 6개월, 다투는 경우 1년 안팎을 예상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김 씨의 경우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먼저 걸어두고 명도소송을 진행해, 상대가 중간에 다투지 못하고 약 7개월 만에 집을 비웠습니다.
명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 속도입니다. 점유가 길어질수록 점유자가 유리한 주장을 만들거나 제3자에게 점유를 넘기는 등 사건이 복잡해집니다. 무단점유를 인지한 즉시 점유 현황을 사진·영상으로 기록하고, 내용증명과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속히 진행하는 것이 회복을 앞당기는 핵심입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