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되는 사건 중 상당수가 거래상 지위 남용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 본사와 가맹점, 유통업체와 납품업체처럼 힘의 균형이 기울어진 거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쪽이 부당한 요구를 견디다 못해 문을 두드리는 것이지요. 오랜 시간 참아오시다가 결국 신고를 결심하시는 분들을 뵈면, 그 결심이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는지 느껴집니다.
오늘은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란 무엇이고, 실제로 공정위에 신고할 때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거래상 지위 남용이란, 거래 관계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거래처가 갑질을 했다"고 느끼시지만, 법적으로 문제 되는 행위는 유형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입강제 — 필요하지 않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억지로 사도록 강요하는 경우
이익제공 강요 — 명분 없이 금전, 물품, 용역 등의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는 경우
판매목표 강제 — 감당하기 어려운 판매 목표를 정해 놓고 이행을 압박하는 경우
불이익 제공 — 거래 조건을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부담을 떠넘기는 경우
경영간섭 — 거래 상대방의 인사, 임직원 선임 등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경우
여기서 핵심은 거래상 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규모가 크다고 해서 지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거래 상대방이 그 사업자와의 거래를 쉽게 끊기 어려운 의존 관계에 있는지, 다른 거래처로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실무에서 이 부분이 사건의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신고를 마음먹으셨다면, 감정보다 먼저 증거를 챙기셔야 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억울함은 분명한데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해 안타까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공정위는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위법성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두로만 이루어진 요구는 입증이 어렵습니다. 앞으로 유사한 요구를 받으실 때는 "확인을 위해 문서나 메일로 남겨 달라"고 요청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남긴 기록이 훗날 든든한 방패가 됩니다.
공정위 신고는 서면 신고서 제출 또는 온라인(공정위 홈페이지 신고센터)을 통해 가능합니다. 신고서에는 피신고인의 인적 사항, 문제 되는 행위의 구체적 내용, 관련 증거를 첨부합니다.
신고가 접수되면 심사관이 사건의 심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필요 시 현장조사나 자료 제출 요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합니다. 위법성이 인정되면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공정위의 제재는 사업자에 대한 행정적 조치이지, 신고인 개인의 손해를 직접 배상받는 절차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입은 피해를 회복하려면 별도의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검토하셔야 합니다. 공정위 조사 결과와 자료는 이후 민사 소송에서 유력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 남용, 특히 하도급과 가맹 분야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관련 법령도 약자 보호 방향으로 지속 개정되고 있어, 예전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행위도 이제는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 거래 관계 속에서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괜히 신고했다가 거래가 끊기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신고를 이유로 한 보복 조치(거래 중단, 물량 축소 등)도 별도의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권리 행사를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거래상 지위 남용 사건은 지위 인정 여부와 증거 구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만큼, 사안을 정리해 차분히 대응 전략을 세우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