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칼럼 ›노동 ›직장 내 괴롭힘·갑질·성희롱
노동 · 직장 내 괴롭힘·갑질·성희롱 2026.11.07 조회 0

임원이 가해자인 직장 내 괴롭힘,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경진 변호사
법무법인 초원 · 서울특별시 강남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중견 제조업체에서 7년째 근무하던 마케팅팀 대리 김모 씨(34세, 경기 성남)는 어느 날부터 새로 부임한 전무이사의 집요한 언행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을 왜 이렇게밖에 못하느냐"는 질책이었지만, 점차 다른 직원들 앞에서 인격을 모욕하는 발언이 이어졌고, 회식 자리에서는 사적인 심부름까지 강요받았습니다.

김 씨가 겪은 일은 전형적인 임원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입니다. 가해자가 조직 내 최고위직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괴롭힘과는 다른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김 씨의 사례를 중심으로, 임원이 가해자인 경우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쟁점 하나 — 임원도 '사용자'인가, '근로자'인가

김 씨가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전무님을 누구한테 신고하느냐"는 현실적인 문제였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가해자인 전무이사의 법적 지위입니다. 등기임원으로서 사업 경영을 담당한다면 사용자에 해당할 수 있고, 단순히 직책만 임원일 뿐 실질적으로는 대표이사의 지휘를 받는 피고용 지위라면 근로자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실무에서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가해자가 '사용자'로 판단되면, 사업주 본인(대표이사)에게 조사·조치 의무가 부과됩니다. 반면 가해자가 '근로자'라면 사업주는 가해자인 임원과 피해자를 분리하고 징계 등 조치를 취해야 할 당사자가 됩니다.

김 씨의 경우 전무이사가 대표이사의 지시 아래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용 임원이었기에, 사업주인 대표이사에게 신고하고 조사를 요구하는 경로가 열려 있었습니다.

쟁점 둘 — 사내 신고가 막혔을 때의 대안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김 씨가 사내 고충처리 담당자에게 사정을 털어놓았지만, 담당 부서장은 "전무님 일이라 난처하다"며 사실상 접수를 미뤘습니다. 가해자가 임원인 경우 흔히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이때 김 씨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노동청 진정 — 사용자가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고도 조사·조치 의무(근로기준법 제76조의3)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사내에서 묵살될 경우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 불이익 금지 — 신고를 이유로 해고·전보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근로기준법 제109조) 대상입니다. 신고 자체가 법적으로 두텁게 보호받는다는 점을 알아 두어야 합니다.
  • 가해 행위의 형사 성립 검토 — 모욕적 발언이 반복됐다면 모욕죄, 사적 심부름 강요가 정도를 넘었다면 강요죄 등 별도의 형사 책임을 물을 여지도 있습니다.

김 씨는 결국 노동청 진정을 선택했고, 사업주가 조사를 지연한 정황이 함께 문제 되었습니다.

쟁점 셋 — 증거 확보가 승패를 가른다

임원 가해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증거입니다. 고위직일수록 공개 석상에서 노골적으로 괴롭히기보다 밀실에서, 혹은 '업무 지시'를 가장해 압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냥 지적한 건데 왜 괴롭힘이라고 하느냐"는 반박을 넘어서려면, 행위의 반복성과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났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자료가 필요합니다.

김 씨는 다행히 몇 가지를 남겨 두었습니다. 모욕적 발언이 담긴 회의 자리의 녹음(본인이 대화 당사자인 경우 녹음은 적법합니다), 사적 심부름을 지시한 메신저 캡처, 그리고 당시 같은 공간에 있었던 동료 두 명의 진술이었습니다. 특히 동료의 구체적인 목격 진술은 피해 사실의 반복성과 공공연함을 입증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아무런 기록 없이 "힘들었다"는 주장만 반복하면, 아무리 진실하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괴롭힘을 인지한 순간부터 날짜·장소·내용·목격자를 메모로 정리해 두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 실무적 조언

김 씨의 사건은 노동청 조사 과정에서 사업주가 뒤늦게 전무이사에 대한 감봉 징계와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를 이행하며 일단락됐습니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가해자가 임원이라도 근로기준법상 괴롭힘 규정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신고가 불가능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둘째, 사내 신고가 막히면 노동청 진정이라는 공적 통로가 열려 있으며, 사업주의 조치 의무 불이행 자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셋째, 결국 모든 것은 증거입니다. 조용히 참기보다, 인지한 순간부터 차분히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피해 회복의 출발점이 됩니다.

김경진
김경진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초원 · 서울특별시 강남구
임원 가해 사건은 조직 전체가 가해자를 감싸는 구조라 피해자가 고립되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사내 절차가 막히면 망설이지 말고 노동청 진정과 증거 정리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신고 자체가 법으로 보호받는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변호사
김경진 프로필 사진
법무법인 초원
김경진 변호사 빠른응답

승소 판결문을 넘어선 종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합니다

노동 민사·계약 형사범죄 부동산
#임원 직장 내 괴롭힘 #임원 갑질 신고 #직장 내 괴롭힘 노동청 진정 #상사 괴롭힘 증거 #직장 괴롭힘 대응 방법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2026 알법(alb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