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얼마 전 제조업을 하는 한 중견기업 법무팀장이 상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베트남에 생산 자회사를 설립한 지 3년째였는데, 현지 노동 당국으로부터 초과근로 수당 미지급과 관련한 행정처분 통지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질문이었습니다. "현지 법인이 저지른 일인데, 왜 한국 본사까지 책임을 묻는 거죠?"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그러나 많은 분들이 놓치고 계신 지점입니다. 오늘은 해외 자회사 현지 법규 준수 관리를 둘러싼 핵심 질문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회사는 본사와 법적으로 독립된 별개의 인격체이므로 원칙적으로 자회사의 현지 법규 위반 책임은 자회사가 집니다. 이를 법인격 독립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한국 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 원칙 자체는 유지됩니다.
문제는 예외가 생각보다 넓다는 점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책임이 본사로 확장되는 상황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발생합니다.
책임이 본사로 넘어오는 세 경로
첫째, 본사의 직접 지시나 관여가 입증되는 경우(법인격 부인)
둘째, 본사 소속 국가의 역외적용 법령이 적용되는 경우
셋째, 본사가 자회사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이 바로 역외적용(한 국가의 법이 국경 밖 행위에까지 적용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은 미국 상장기업이나 미국과 일정 연결고리가 있는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면, 본사까지 처벌 대상에 올립니다.
우리 기업에 더 직접적인 것은 국내법입니다.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경우 국내에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회사 임직원이 현지에서 벌인 부정행위가 본사 경영진의 묵인 아래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본사 차원의 형사·행정 리스크로 번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 관련 입법(CSDDD) 흐름처럼, 최근에는 자회사뿐 아니라 협력업체의 인권·환경 위반까지 본사가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규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변화입니다.
반대로, 본사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핵심은 본사가 자회사의 위반행위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상당한 관리·감독 노력을 다했는가입니다.
즉 본사가 명확한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수립하고, 정기적인 현지 법규 점검과 교육을 시행하며, 위반 징후에 대해 적절히 대응한 기록이 남아 있다면, 법인격 독립의 원칙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바꿔 말하면, 평소의 관리체계 그 자체가 면책의 핵심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앞서 베트남 사례의 기업에도 드린 조언을 정리해 드립니다. 해외 자회사를 두고 있다면 아래 항목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해외 진출은 기회인 동시에, 복수의 법질서를 동시에 준수해야 하는 부담을 수반합니다. 자회사 설립 단계부터 현지 법규와 본사 소재국의 역외적용 법령을 함께 검토해 두는 것이,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