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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 건설·공사대금·하도급 2026.11.05 조회 0

공사 중 사고, 발주자와 시공자 중 누가 책임지나

김범수 변호사
법무법인 대청 · 경기도 수원시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김포에서 3층 규모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던 건축주 A씨(52세, 자영업). 공사는 전문 건설업체인 B사에 도급을 맡겼고, B사는 다시 철골 공정을 C사에 하도급으로 넘겼습니다.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 철골 작업을 하던 C사 소속 근로자가 추락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순간 A씨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혹시 건축주인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건 아닐까."

이처럼 공사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발주자와 시공자 중 누가 책임을 지는지는 실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A씨의 사례를 따라가며 책임의 소재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 건축주(발주자): A씨 — 신축 공사 전체를 B사에 도급
· 시공자(원수급인): B사 — 철골 공정을 C사에 하도급
· 사고: C사 근로자가 추락해 전치 12주의 중상
· 쟁점: 발주자 A씨, 원수급인 B사, 하수급인 C사의 책임 범위

쟁점 1. 발주자 A씨에게 책임이 있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공사를 맡긴 발주자(도급인)는 원칙적으로 시공 과정의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민법 제757조는 "도급인은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사의 구체적인 방법과 안전관리는 전문 시공사가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같은 조문 단서는 도급 또는 지시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도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주자가 무리한 공기 단축을 강요했거나, 안전 조치가 불가능한 방식의 시공을 직접 지시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A씨는 B사에 공사를 일임했을 뿐 구체적인 작업 방식을 지시하지 않았으므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서는 벗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건축주라 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쟁점 2. 원수급인 B사와 하수급인 C사의 관계

실제 사고의 1차 책임은 공사를 직접 통제한 시공자에게 있습니다. 여기서 원수급인 B사와 하수급인 C사 사이의 책임 분담이 문제가 됩니다.

책임의 층위
1
하수급인 C사 — 사고를 직접 유발한 공정의 사용자로서, 추락 방지 안전난간·안전대 미설치 등 과실이 인정되면 1차적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2
원수급인 B사 —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공사를 총괄하는 시공사)으로서, 하수급인 근로자의 안전까지 관리할 의무가 있습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이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B사도 책임을 집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에게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안전 및 보건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합니다. 즉 B사가 공사현장 전체의 안전관리 책임자인 셈입니다. 따라서 추락 방지 설비가 전반적으로 부실했다면, C사뿐 아니라 B사도 민사상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쟁점 3. 형사책임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공사 중 사고는 민사 손해배상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부상을 입은 경우 형사책임이 뒤따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물론, 사안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상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의할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 법은 사망자 1명 이상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다만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공사에는 적용 시점과 범위에 제한이 있으므로, 공사 규모에 따라 적용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A씨 사례처럼 소규모 근린생활시설 공사에서 발주자인 건축주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발주자가 상시 근로자를 두고 공사 전반을 직접 관리·감독한 정황이 있다면 책임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A씨처럼 사고 소식을 접한 발주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도급계약서와 하도급 관계, 안전관리 책임 소재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입니다. 계약서에 안전관리 책임이 시공사에 있음이 분명히 기재되어 있다면, 발주자의 방어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발주자가 확보해야 할 자료

· 도급계약서 및 하도급계약서
· 공사 진행 과정에서의 지시·연락 기록
·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지정 서류
· 사고 당시 현장 사진 및 사고경위서

정리하면, 발주자는 원칙적으로 시공 과정의 사고 책임에서 벗어나지만, 공사에 대한 중대한 지시나 관여가 있었다면 예외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반면 실제 책임의 중심은 현장을 통제한 원수급인과 하수급인에게 있으며, 그 분담은 각자의 과실 정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공사 중 사고는 민사·형사·행정 책임이 얽히는 복합 사안이므로, 초기에 책임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범수
김범수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대청 · 경기도 수원시
제가 건설 사고 사건을 다루면서 보면, 발주자분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불리한 진술을 먼저 하거나 책임을 자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고 직후에는 도급·하도급 계약관계와 안전관리 책임 소재부터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형사와 민사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사안이므로 가능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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