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1. 1. 21. 선고 2020노4329 판결]
피고인 1 외 2인
피고인들
하지수(기소), 구승기(공판)
법무법인 명지 외 1인
수원지방법원 2020. 8. 20. 선고 2020고정380 판결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고인들은 동물권을 보호하고 공장식 축산 과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주식회사 △△(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의 생닭 운송·수급 및 도계 영업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하고자 비폭력 저항운동을 한 것으로서,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적 상당성이 있으므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들의 행위로 피해 회사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트럭 5대가 아닌 트럭 2대이고, 트럭들의 진입이 저지되었다는 것만으로 피해 회사에 어떠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2)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한 동기와 목적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 내에 이루어진 행위로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각 형(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위 항소이유 주장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①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 회사 정문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그 앞에서 대기하는 트럭이 2대가 있었고, 나머지 3대는 피해 회사 근처에서 대기하면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총 트럭 5대가 피고인들의 행위로 진입이 저지되었다고 인정된다.
② 피고인들이 피해 회사 정문 앞 도로에서 자신들의 손을 콘크리트가 들어있는 가방으로 결박한 채 4시간 이상 드러누워 있었고, 결국 소방서에서 출동하여 산업용 글라인더와 드릴을 이용하여 콘크리트를 해체하는 작업을 한 후에야 피고인들의 행위가 멈추었다. 위와 같은 행위는 피고인들의 개인적 신념에 기초한 것으로 이로써 피해 회사의 업무에 차질이 생긴 것이 명백하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한다.
③ 설령 피고인들의 행위가 그들의 신념에 기초한 것이고 우리나라의 가축 사육시설 및 도계장 영업 형태가 위 신념에 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생닭을 공급받아 도계를 하는 피해 회사의 업무가 모두 형법상 보호가치 없는 업무라고 볼 수는 없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 이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당심의 판단
1)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해 회사는 농장으로부터 생닭을 공급받아 도계하여 거래처에 납품하는 영업을 해 온 회사로서 평소 하루 평균 75,000 내지 80,000수 정도의 닭을 도축하고 있었다.
② 피고인들은 동물권 보호 및 법제화를 위해 활동해 온 동물권 활동가들로서, 2019. 10. 4. 13:30경부터 같은 날 18:30경까지 약 4시간 이상 피해 회사의 공장 정문 앞 도로에서 자신들의 팔을 콘크리트와 철제 파이프가 들어있는 가방에 넣고 줄과 고리 등을 이용하여 서로 손으로 묶은 상태에서 드러누워 있었다. 당시 피해 회사의 공장 정문에서는 피고인들이 누워 있는 동안 피고인들과 같은 동물권 활동가들을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이 ‘닭을 죽이면 안된다’는 플랜카드를 걸고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③ 피해 회사는 같은 날 13:50경 정문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들로 인해 차도 못다니고 있다는 취지로 112 신고를 하였는데, 피고인들은 경찰의 거듭된 경고에도 계속하여 같은 장소에 드러누워 있다가 소방서에서 출동하여 콘크리트 해체 작업을 하여 결박을 푼 18:30경 이후에야 위와 같은 행위를 종료하였다.
④ 이 사건 당일 피고인들이 피해 회사 정문 출입구를 가로막고 있어 피해 회사로 생닭을 수송하는 4.5톤 트럭 2대는 정문 앞에서 대기하고 또다른 트럭 3대는 피해 회사의 연락을 받고 피해 회사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다가 결국 피고인들의 행위가 종료될 때까지 5대 모두 피해 회사로 들어가지 못하였다.
2)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위 항소이유 가.1)항 주장]
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력·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세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세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73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면 충분하다(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도3044 판결 등 참조). 업무방해죄의 고의 또한 반드시 업무방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업무방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업무가 방해될 가능성 또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나 예견으로 충분하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로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도4141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들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충분히 인정되고, 이러한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인들이 위 인정사실 ②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 회사의 정문 앞 도로에 누워있음으로써 생닭을 운송하는 트럭들이 피해 회사의 정문을 통하여 자유롭게 피해 회사로 통행할 수 없는 물적 상태가 형성되었고, 이에 따라 피해 회사가 이 사건 당일 생닭을 공급받아 도계하는 것이 현저하게 곤란하게 되었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로 피해 회사의 생닭 운송 및 도계 업무 집행 자체가 방해될 위험이 초래되었음이 경험칙상 분명하다.
② 피고인들이 집약적 생산라인을 이용해 대규모로 가축의 사육 및 도축, 유통이 이루어지는 기업형 축산 시스템(공장식 축산)에 대하여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기에 이른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정치적인 의사의 표현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관점에서 보호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의사표현 행위가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위법한 세력의 행사로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기업형(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따른 영업 형태가 우리나라 현행 법 하에서 위법하다거나 반사회성을 띠는 것으로서 형법상 보호가치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들은 단순히 피해 회사의 영업장 인근에서 구호를 외치는 등의 의사 표현만을 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을 포함한 4명이 함께 약 4시간 이상 지속하여 피해 회사 출입구를 몸으로 막음으로써 피해 회사의 생닭 운송 및 도계 업무 집행 자체를 방해하였다. 피해 회사의 영업 형태가 피고인들의 신념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해 회사가 이러한 정도의 업무방해 피해를 그대로 수인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단과 방법, 법익 침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헌법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인정되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한다.
③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주된 목적이 정치적 의사 표현에 있었고 피해 회사의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를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 회사의 업무가 방해될 가능성 또는 위험에 대하여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와 같은 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의 고의도 인정된다.
3)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위 항소이유 가.2)항 주장]
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인들이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기업형 축산 시스템에 대하여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한다는 취지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기에 이른 점은 인정되므로, 피고인들이 한 행위의 동기나 목적에 관하여는 그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법익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 없어 보충성도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4) 소결론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은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이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범행의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음은 인정된다. 피고인들 모두 아직 20대의 청년으로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콘크리트가 든 가방에 서로 손을 묶는 방법으로 결박하고 약 4시간 동안 피해 회사의 정문에 드러누워 생닭을 운송하는 트럭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피해 회사의 생닭 운송 및 도계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범행 방법 및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나쁘고, 업무방해의 방법과 지속시간 등에 비추어 죄책도 가볍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들이 자신들이 한 행위의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그 행위가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하여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심에서 제출된 자료를 보더라도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고, 그 밖에 피고인들의 성행, 환경,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사유들을 모두 종합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식(재판장) 박지은 이은경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합니다.
[수원지방법원 2021. 1. 21. 선고 2020노4329 판결]
피고인 1 외 2인
피고인들
하지수(기소), 구승기(공판)
법무법인 명지 외 1인
수원지방법원 2020. 8. 20. 선고 2020고정380 판결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고인들은 동물권을 보호하고 공장식 축산 과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주식회사 △△(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의 생닭 운송·수급 및 도계 영업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하고자 비폭력 저항운동을 한 것으로서,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적 상당성이 있으므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들의 행위로 피해 회사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트럭 5대가 아닌 트럭 2대이고, 트럭들의 진입이 저지되었다는 것만으로 피해 회사에 어떠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2)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한 동기와 목적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 내에 이루어진 행위로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각 형(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위 항소이유 주장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①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 회사 정문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그 앞에서 대기하는 트럭이 2대가 있었고, 나머지 3대는 피해 회사 근처에서 대기하면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총 트럭 5대가 피고인들의 행위로 진입이 저지되었다고 인정된다.
② 피고인들이 피해 회사 정문 앞 도로에서 자신들의 손을 콘크리트가 들어있는 가방으로 결박한 채 4시간 이상 드러누워 있었고, 결국 소방서에서 출동하여 산업용 글라인더와 드릴을 이용하여 콘크리트를 해체하는 작업을 한 후에야 피고인들의 행위가 멈추었다. 위와 같은 행위는 피고인들의 개인적 신념에 기초한 것으로 이로써 피해 회사의 업무에 차질이 생긴 것이 명백하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한다.
③ 설령 피고인들의 행위가 그들의 신념에 기초한 것이고 우리나라의 가축 사육시설 및 도계장 영업 형태가 위 신념에 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생닭을 공급받아 도계를 하는 피해 회사의 업무가 모두 형법상 보호가치 없는 업무라고 볼 수는 없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 이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당심의 판단
1)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해 회사는 농장으로부터 생닭을 공급받아 도계하여 거래처에 납품하는 영업을 해 온 회사로서 평소 하루 평균 75,000 내지 80,000수 정도의 닭을 도축하고 있었다.
② 피고인들은 동물권 보호 및 법제화를 위해 활동해 온 동물권 활동가들로서, 2019. 10. 4. 13:30경부터 같은 날 18:30경까지 약 4시간 이상 피해 회사의 공장 정문 앞 도로에서 자신들의 팔을 콘크리트와 철제 파이프가 들어있는 가방에 넣고 줄과 고리 등을 이용하여 서로 손으로 묶은 상태에서 드러누워 있었다. 당시 피해 회사의 공장 정문에서는 피고인들이 누워 있는 동안 피고인들과 같은 동물권 활동가들을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이 ‘닭을 죽이면 안된다’는 플랜카드를 걸고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③ 피해 회사는 같은 날 13:50경 정문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들로 인해 차도 못다니고 있다는 취지로 112 신고를 하였는데, 피고인들은 경찰의 거듭된 경고에도 계속하여 같은 장소에 드러누워 있다가 소방서에서 출동하여 콘크리트 해체 작업을 하여 결박을 푼 18:30경 이후에야 위와 같은 행위를 종료하였다.
④ 이 사건 당일 피고인들이 피해 회사 정문 출입구를 가로막고 있어 피해 회사로 생닭을 수송하는 4.5톤 트럭 2대는 정문 앞에서 대기하고 또다른 트럭 3대는 피해 회사의 연락을 받고 피해 회사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다가 결국 피고인들의 행위가 종료될 때까지 5대 모두 피해 회사로 들어가지 못하였다.
2)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위 항소이유 가.1)항 주장]
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력·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세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세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73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면 충분하다(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도3044 판결 등 참조). 업무방해죄의 고의 또한 반드시 업무방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업무방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업무가 방해될 가능성 또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나 예견으로 충분하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로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도4141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들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충분히 인정되고, 이러한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인들이 위 인정사실 ②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 회사의 정문 앞 도로에 누워있음으로써 생닭을 운송하는 트럭들이 피해 회사의 정문을 통하여 자유롭게 피해 회사로 통행할 수 없는 물적 상태가 형성되었고, 이에 따라 피해 회사가 이 사건 당일 생닭을 공급받아 도계하는 것이 현저하게 곤란하게 되었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로 피해 회사의 생닭 운송 및 도계 업무 집행 자체가 방해될 위험이 초래되었음이 경험칙상 분명하다.
② 피고인들이 집약적 생산라인을 이용해 대규모로 가축의 사육 및 도축, 유통이 이루어지는 기업형 축산 시스템(공장식 축산)에 대하여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기에 이른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정치적인 의사의 표현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관점에서 보호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의사표현 행위가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위법한 세력의 행사로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기업형(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따른 영업 형태가 우리나라 현행 법 하에서 위법하다거나 반사회성을 띠는 것으로서 형법상 보호가치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들은 단순히 피해 회사의 영업장 인근에서 구호를 외치는 등의 의사 표현만을 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을 포함한 4명이 함께 약 4시간 이상 지속하여 피해 회사 출입구를 몸으로 막음으로써 피해 회사의 생닭 운송 및 도계 업무 집행 자체를 방해하였다. 피해 회사의 영업 형태가 피고인들의 신념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해 회사가 이러한 정도의 업무방해 피해를 그대로 수인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단과 방법, 법익 침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헌법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인정되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한다.
③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주된 목적이 정치적 의사 표현에 있었고 피해 회사의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를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 회사의 업무가 방해될 가능성 또는 위험에 대하여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와 같은 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의 고의도 인정된다.
3)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위 항소이유 가.2)항 주장]
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인들이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기업형 축산 시스템에 대하여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한다는 취지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기에 이른 점은 인정되므로, 피고인들이 한 행위의 동기나 목적에 관하여는 그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법익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 없어 보충성도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4) 소결론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은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이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범행의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음은 인정된다. 피고인들 모두 아직 20대의 청년으로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콘크리트가 든 가방에 서로 손을 묶는 방법으로 결박하고 약 4시간 동안 피해 회사의 정문에 드러누워 생닭을 운송하는 트럭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피해 회사의 생닭 운송 및 도계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범행 방법 및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나쁘고, 업무방해의 방법과 지속시간 등에 비추어 죄책도 가볍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들이 자신들이 한 행위의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그 행위가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하여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심에서 제출된 자료를 보더라도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고, 그 밖에 피고인들의 성행, 환경,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사유들을 모두 종합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식(재판장) 박지은 이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