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두45979 판결]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및 증명의 정도 /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방법 및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
[2] 산업재해보상보험 지급 여부의 결정적 요건인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이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3]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배전전기원으로 근무하던 甲이 ‘상시적으로 22,900V의 특고압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서 극저주파 전자기장 등 전자파에 노출되었고, 전기를 만진다는 강박감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갑상선 유두상암이 발병하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생과의 인과성을 뒷받침할 연구가 부족하고 갑상선암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인자의 직업적 노출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요양을 불승인하는 결정을 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甲의 업무와 상병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할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4]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1][2][3]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공2007상, 722),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두3821 판결,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공2017하, 1860)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김하경 외 2인)
근로복지공단
서울고법 2024. 6. 11. 선고 2022누55868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현장에 존재하는 유해요소의 성격이나 그 정도, 근무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그 질병이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때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이른바 ‘직업병’에 대하여는 경험적·이론적 연구결과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는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이 어느 정도 규명되어 있기는 하나, 그중에서도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가 적거나, 기술의 발달 및 사업구조의 변화로 기존의 작업환경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한 표본 자체가 부족할 수 있고, 연구의 필요성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유해성이 인정되지 않던 요소의 위험성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의 특성상 근로자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칠 수 있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이러한 위험을 대비하는 기능을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여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이고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지급 여부에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
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의 판단 기준과 제도의 목적·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인과관계와 관련하여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동시에 존재하는 등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어느 한 쪽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일정 수준 이상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그 유해요소와 특정 질환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의 체질이나 기초질병 및 다른 유해요인과 결합하여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두3821 판결,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 참조).
2. 인정 사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1969. 3.생 남자)는 1995년부터 유한회사 ○○ 등에서 배전전기원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배전전기원으로 근무하면서 1998년까지는 정전 상태에서 작업하였으나, 이후 약 18년간은 전기가 통하는 상태의 전신주에서 송·배선전로의 유지·보수를 하는 ‘무정전 작업’을 ‘활선(活線, live line)공법’으로 수행하였다. 활선공법은 배전전기원이 직접 충전부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직접활선공법과 전기원의 안전을 위해 스틱을 사용하는 간접활선공법으로 구분되는데, 주로 간접활선공법을 이용하는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활선공법이 널리 이용되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을 비롯한 전기 노동자들이 직접활선공법으로 인한 감전 등 사고의 위험성과, 전자파로 인한 직업병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한국전력공사는 2016년부터 직접활선공법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간접활선공법으로 단계적 전환을 해 나가기로 하였다.
나. 원고는 활선 작업차에 혼자 탑승하여 자가 조종하며 배전공사를 수행하였고, 근무일마다 기자재 교체 작업의 경우 전봇대 2~30개, 전선 교체 작업의 경우 전봇대 7~8개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2009년 전에는 7시 30분부터 19시까지 주 6일 근무하였고, 2009년 이후에는 8시부터 18시까지 주 5일 근무하였으며, 전신주가 넘어지거나 여름철 전력수요의 증가로 변압기가 고장나는 경우에는 돌발작업을 수시로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는 배전전기원으로 일하던 중인 2015. 11.경 갑상선 유두상암(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고, 2015. 12. 4. △△대학교 병원에서 갑상선 전 절제술과 중앙 림프절 곽청술을 받았으며 이후 방사선 치료를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 진단 전에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기저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내역이 없다.
라. 갑상선암은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으로 국내 암 발생의 11.8%를 차지한다. 갑상선암은 여자가 남자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생기고 4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 상병은 전체 갑상선암 중에서도 70% 정도를 차지한다.
방사선은 갑상선암의 대표적인 직업적·환경적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방사선 요오드와 X-선, 감마선 등 전리방사선은 갑상선암의 대표적인 발암인자로 알려져 있는 반면, 극저주파 전자기장과 같은 비전리방사선에의 노출이 갑상선암의 발병·악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만한 뚜렷한 연구결과는 없다.
다만 극저주파 전자기장에 노출된 그룹에서 혈중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와, 전기공들의 좌측 갑상선엽의 전후방 직경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나고 혈중 FT4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게 관찰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는데, 이는 극저주파 전자기장을 비롯한 전자기장이 갑상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국제암연구소는 극저주파 전자기장을 발암 가능물질(Group 2B)로 분류하고 있으며, 유럽환경의학학술원은 2016년 기준 극저주파 자기장에 대한 노출 권고기준을 주간 노출 평균 0.1μT, 야간 노출 평균 0.1μT, 민감 인구집단의 경우 0.03μT를 상한으로 삼고 있다.
마.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7년 실시한 활선작업자 건강상태 및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활선 상태에서 케이블을 교체하거나 연결하는 작업을 하는 배전작업자의 작업환경에서 산술평균 1.3μT의 극저주파 자기장이 측정되었다. 이는 일반 회사원의 평균값인 0.05μT, 반도체 공장에서 가공·조립공정에 직접 종사하는 근로자의 평균값인 0.73μT, 변전소 근무자의 평균값인 0.43μT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이다. 위 연구에 따르면 배전작업자의 경우 최고노출수준 값의 범위가 8.5~1,671μT로 측정되었는데, 이 또한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최고치 123.3μT, LCD공장 근로자의 최고치 43.5μT, 변전소 근무자의 최고치 23μT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바. 원고는 ‘상시적으로 22,900V의 특고압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서 극저주파 전자기장 등 전자파에 노출되었고, 전기를 만진다는 강박감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위 조사결과와 현재까지의 관련 연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2020. 3. 4. 원고에게 ‘원고가 전기원 업무를 수행하면서 배전선로에서 발생된 극저주파 자기장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생과의 인과성에 대해서는 아직 이를 뒷받침할 연구가 부족하고 갑상선암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인자의 직업적 노출은 없으며, 그 외 직업적 요인도 확인되지 않는다. 타 직종과 비교해 볼 때 전기공 직업군에서 갑상선암이 특이하게 높게 나타나지 않으며 갑상선암 발병은 직업적 요인 외에도 검진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이 기여하는 바가 크기에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을 불승인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위에서 본 법리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할 여지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병·악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의 주된 근거는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이 이 사건 상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는 등 명확한 상관관계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제1심 감정의는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했을 때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병·악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극저주파 전자기장을 비롯한 전자기장에의 노출이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 추후 극저주파 전자기장과 갑상선암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다.
2) 피고는 배전전기원이 다른 직업군과 비교하여 갑상선암 발병률이 특별히 높다고 볼 수도 없다는 점을 인과관계 부정의 또 다른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직접활선작업은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그 위험성을 이유로 2016년경까지만 시행되었는바, 원고와 같이 직접활선공법으로 십수 년 동안 일하였던 근로자의 수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배전전기원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유의미하게 높은지 여부를 제대로 연구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극저주파 전자기장에의 노출이 이 사건 상병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확인할 만한 자료 자체가 없는 것을 두고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해석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판단하는 것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3)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보더라도 극저주파 전자기장과 갑상선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극저주파 전자기장의 유해성을 고려하여 이를 ‘명백한 발암물질(Group 1)’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극저주파 전자기장이 갑상선 호르몬에 영향을 미친다는 취지의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제1심 감정의도 극저주파 전자기장으로 인한 활성산소 발생과 산화 스트레스가 암유전자의 발현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데는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4) 제1심 감정의는 한편으로 ‘극저주파 전자기장이 조혈기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2010년경 이루어진 건강검진 결과 원고에게서 경미한 백혈구감소증이 나타나는데, 이는 장기간의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이 원고의 신체에 전신적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소견도 제시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설령 극저주파 전자기장과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연관성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높은 수준의 극저주파 전자기장에 노출된 것이 원고의 신체 상태에 악영향을 주고, 이것이 원고의 체질이나 기초질병 등 다른 요인과 결합하여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5)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활선 상태의 전선을 다루는 배전전기원은 상시적으로 감전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16m 높이의 전주에서 작업을 수행하다보니 그에 따른 사고 위험도 적지 않다. 감전이나 추락 사고의 경우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배전전기원은 근로시간 내내 정신적 긴장이 큰 상태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 원고는 약 18년 동안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면서 22,900V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다루었는바 필연적으로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하거나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해 질병의 발병·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진행을 촉진하는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 갑상선암은 내분비계 암 중에 가장 흔한 암이고, 원고는 이 사건 상병 진단 당시 만 46세로 갑상선암의 호발연령에 해당하기는 하나, 원고와 같은 성별로 한정하면 같은 해 기준 남성 갑상선암 발생자는 전체 암 발생의 5.7%이고, 발생 순위도 6위에 그칠 뿐이다.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한 병력이나 유전적 소인, 가족력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나.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의 요양급여신청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이흥구 엄상필 이숙연(주심)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두45979 판결]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및 증명의 정도 /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방법 및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
[2] 산업재해보상보험 지급 여부의 결정적 요건인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이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3]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배전전기원으로 근무하던 甲이 ‘상시적으로 22,900V의 특고압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서 극저주파 전자기장 등 전자파에 노출되었고, 전기를 만진다는 강박감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갑상선 유두상암이 발병하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생과의 인과성을 뒷받침할 연구가 부족하고 갑상선암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인자의 직업적 노출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요양을 불승인하는 결정을 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甲의 업무와 상병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할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4]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1][2][3]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공2007상, 722),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두3821 판결,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공2017하, 1860)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김하경 외 2인)
근로복지공단
서울고법 2024. 6. 11. 선고 2022누55868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현장에 존재하는 유해요소의 성격이나 그 정도, 근무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그 질병이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때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이른바 ‘직업병’에 대하여는 경험적·이론적 연구결과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는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이 어느 정도 규명되어 있기는 하나, 그중에서도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가 적거나, 기술의 발달 및 사업구조의 변화로 기존의 작업환경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한 표본 자체가 부족할 수 있고, 연구의 필요성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유해성이 인정되지 않던 요소의 위험성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의 특성상 근로자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칠 수 있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이러한 위험을 대비하는 기능을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여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이고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지급 여부에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
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의 판단 기준과 제도의 목적·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인과관계와 관련하여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동시에 존재하는 등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어느 한 쪽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일정 수준 이상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그 유해요소와 특정 질환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의 체질이나 기초질병 및 다른 유해요인과 결합하여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두3821 판결,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 참조).
2. 인정 사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1969. 3.생 남자)는 1995년부터 유한회사 ○○ 등에서 배전전기원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배전전기원으로 근무하면서 1998년까지는 정전 상태에서 작업하였으나, 이후 약 18년간은 전기가 통하는 상태의 전신주에서 송·배선전로의 유지·보수를 하는 ‘무정전 작업’을 ‘활선(活線, live line)공법’으로 수행하였다. 활선공법은 배전전기원이 직접 충전부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직접활선공법과 전기원의 안전을 위해 스틱을 사용하는 간접활선공법으로 구분되는데, 주로 간접활선공법을 이용하는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활선공법이 널리 이용되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을 비롯한 전기 노동자들이 직접활선공법으로 인한 감전 등 사고의 위험성과, 전자파로 인한 직업병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한국전력공사는 2016년부터 직접활선공법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간접활선공법으로 단계적 전환을 해 나가기로 하였다.
나. 원고는 활선 작업차에 혼자 탑승하여 자가 조종하며 배전공사를 수행하였고, 근무일마다 기자재 교체 작업의 경우 전봇대 2~30개, 전선 교체 작업의 경우 전봇대 7~8개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2009년 전에는 7시 30분부터 19시까지 주 6일 근무하였고, 2009년 이후에는 8시부터 18시까지 주 5일 근무하였으며, 전신주가 넘어지거나 여름철 전력수요의 증가로 변압기가 고장나는 경우에는 돌발작업을 수시로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는 배전전기원으로 일하던 중인 2015. 11.경 갑상선 유두상암(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고, 2015. 12. 4. △△대학교 병원에서 갑상선 전 절제술과 중앙 림프절 곽청술을 받았으며 이후 방사선 치료를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 진단 전에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기저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내역이 없다.
라. 갑상선암은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으로 국내 암 발생의 11.8%를 차지한다. 갑상선암은 여자가 남자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생기고 4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 상병은 전체 갑상선암 중에서도 70% 정도를 차지한다.
방사선은 갑상선암의 대표적인 직업적·환경적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방사선 요오드와 X-선, 감마선 등 전리방사선은 갑상선암의 대표적인 발암인자로 알려져 있는 반면, 극저주파 전자기장과 같은 비전리방사선에의 노출이 갑상선암의 발병·악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만한 뚜렷한 연구결과는 없다.
다만 극저주파 전자기장에 노출된 그룹에서 혈중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와, 전기공들의 좌측 갑상선엽의 전후방 직경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나고 혈중 FT4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게 관찰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는데, 이는 극저주파 전자기장을 비롯한 전자기장이 갑상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국제암연구소는 극저주파 전자기장을 발암 가능물질(Group 2B)로 분류하고 있으며, 유럽환경의학학술원은 2016년 기준 극저주파 자기장에 대한 노출 권고기준을 주간 노출 평균 0.1μT, 야간 노출 평균 0.1μT, 민감 인구집단의 경우 0.03μT를 상한으로 삼고 있다.
마.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7년 실시한 활선작업자 건강상태 및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활선 상태에서 케이블을 교체하거나 연결하는 작업을 하는 배전작업자의 작업환경에서 산술평균 1.3μT의 극저주파 자기장이 측정되었다. 이는 일반 회사원의 평균값인 0.05μT, 반도체 공장에서 가공·조립공정에 직접 종사하는 근로자의 평균값인 0.73μT, 변전소 근무자의 평균값인 0.43μT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이다. 위 연구에 따르면 배전작업자의 경우 최고노출수준 값의 범위가 8.5~1,671μT로 측정되었는데, 이 또한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최고치 123.3μT, LCD공장 근로자의 최고치 43.5μT, 변전소 근무자의 최고치 23μT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바. 원고는 ‘상시적으로 22,900V의 특고압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서 극저주파 전자기장 등 전자파에 노출되었고, 전기를 만진다는 강박감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위 조사결과와 현재까지의 관련 연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2020. 3. 4. 원고에게 ‘원고가 전기원 업무를 수행하면서 배전선로에서 발생된 극저주파 자기장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생과의 인과성에 대해서는 아직 이를 뒷받침할 연구가 부족하고 갑상선암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인자의 직업적 노출은 없으며, 그 외 직업적 요인도 확인되지 않는다. 타 직종과 비교해 볼 때 전기공 직업군에서 갑상선암이 특이하게 높게 나타나지 않으며 갑상선암 발병은 직업적 요인 외에도 검진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이 기여하는 바가 크기에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을 불승인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위에서 본 법리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할 여지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병·악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의 주된 근거는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이 이 사건 상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는 등 명확한 상관관계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제1심 감정의는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했을 때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병·악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극저주파 전자기장을 비롯한 전자기장에의 노출이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 추후 극저주파 전자기장과 갑상선암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다.
2) 피고는 배전전기원이 다른 직업군과 비교하여 갑상선암 발병률이 특별히 높다고 볼 수도 없다는 점을 인과관계 부정의 또 다른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직접활선작업은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그 위험성을 이유로 2016년경까지만 시행되었는바, 원고와 같이 직접활선공법으로 십수 년 동안 일하였던 근로자의 수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배전전기원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유의미하게 높은지 여부를 제대로 연구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극저주파 전자기장에의 노출이 이 사건 상병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확인할 만한 자료 자체가 없는 것을 두고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해석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판단하는 것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3)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보더라도 극저주파 전자기장과 갑상선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극저주파 전자기장의 유해성을 고려하여 이를 ‘명백한 발암물질(Group 1)’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극저주파 전자기장이 갑상선 호르몬에 영향을 미친다는 취지의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제1심 감정의도 극저주파 전자기장으로 인한 활성산소 발생과 산화 스트레스가 암유전자의 발현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데는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4) 제1심 감정의는 한편으로 ‘극저주파 전자기장이 조혈기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2010년경 이루어진 건강검진 결과 원고에게서 경미한 백혈구감소증이 나타나는데, 이는 장기간의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이 원고의 신체에 전신적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소견도 제시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설령 극저주파 전자기장과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연관성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높은 수준의 극저주파 전자기장에 노출된 것이 원고의 신체 상태에 악영향을 주고, 이것이 원고의 체질이나 기초질병 등 다른 요인과 결합하여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5)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활선 상태의 전선을 다루는 배전전기원은 상시적으로 감전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16m 높이의 전주에서 작업을 수행하다보니 그에 따른 사고 위험도 적지 않다. 감전이나 추락 사고의 경우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배전전기원은 근로시간 내내 정신적 긴장이 큰 상태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 원고는 약 18년 동안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면서 22,900V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다루었는바 필연적으로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하거나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해 질병의 발병·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진행을 촉진하는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 갑상선암은 내분비계 암 중에 가장 흔한 암이고, 원고는 이 사건 상병 진단 당시 만 46세로 갑상선암의 호발연령에 해당하기는 하나, 원고와 같은 성별로 한정하면 같은 해 기준 남성 갑상선암 발생자는 전체 암 발생의 5.7%이고, 발생 순위도 6위에 그칠 뿐이다.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한 병력이나 유전적 소인, 가족력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나.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의 요양급여신청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이흥구 엄상필 이숙연(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