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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의 가정폭력 사건 초동조치 미흡 시 징계사유 판단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두33556 판결
판결 요약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112신고에 현장 출동한 경찰관은 피해자 분리조사, 위험성 조사표 작성 등 경찰청 지침의 일련 조치를 충실히 해야 합니다. 이런 조치를 소홀히 하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가 가능합니다.
#경찰 성실의무 #가정폭력 신고 #위험성 조사표 #112사건코드 #초동조치 기준
질의 응답
1. 경찰관이 가정폭력 의심 신고에 사건코드를 '가정폭력'으로 입력하지 않으면 성실의무 위반인가요?
답변
신고내용이 사실상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현장에서 확인되면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바꾸지 않은 경우,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근거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두33556 판결은 112신고 접수 시 신고내용 실질이 가정폭력임이 확인되면 사건코드 변경 등 일련의 조치 미이행은 성실의무 위반임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2. 112신고에서 피해자가 구체적 진술을 거부해도 경찰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요?
답변
피해자의 진술이 소극적이더라도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고, 객관적 현장상황과 신고이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재발 위험성을 평가해야 합니다.
근거
2024두33556 판결은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반드시 위험성 조사표 작성 및 다양한 정보 종합 고려 필요를 명확히 했습니다.
3. 경찰관이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이 징계 사유로 인정되나요?
답변
네.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 작성 등 관련 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 직무 태만으로 간주되어 징계 사유가 충분히 인정됩니다.
근거
대법원 2024두33556 판결은 경찰청 지침에 따른 조치 미이행은 성실의무 위반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4. 단순 언쟁·다툼만 있어도 가정폭력 사건으로 분류해야 하나요?
답변
네, 신체·재산 피해 없는 다툼이나 언쟁도 위험성 조사표로 재발 위험을 평가하고, 필요시 사건코드를 '가정폭력'으로 정정해야 합니다.
근거
2024두33556 판결은 단순 언쟁도 위험성 평가·분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판결 전문


【판시사항】

신고접수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된 사건 또는 신고접수 단계에서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확인된 사건의 경우, 현장출동 경찰관이 취해야 할 조치의무의 내용 및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않은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가정폭력범죄 단계별 대응모델 추진 계획’, ‘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신고접수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된 사건 또는 신고접수 단계에서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확인된 사건의 경우, 현장출동 경찰관은 ① 가정폭력 피해 상황을 조사할 때 피해자·신고자·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 가해자로부터 철저히 분리된 곳에서 조사해야 하고, 허위·오인 신고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해야 하며, ② 가정폭력범죄의 재발 위험성을 판단할 때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현장 상황, 목격자나 주변인 등의 진술,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해 확인되는 기존 신고이력 및 재발우려가정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③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재산적 피해를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다툼·언쟁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재발 위험성을 판단하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분류해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성실의무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서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므로 신고접수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었거나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관한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않은 경우에는 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태만히 한 것으로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참조조문】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제5조제8조제8조의2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의4국가공무원법 제56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두38167 판결(공2018상, 329)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경기도북부경찰청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4. 1. 24. 선고 2023누5246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1991. 12. 28. 순경으로 임용되어 2013. 12. 1. 경위로 승진하였고, 2020. 8. 19.부터 경기도북부경찰청 고양경찰서 ○○파출소에서 근무하여 온 경찰공무원이다. ○○파출소는 2021. 8. 13. 18:30부터 2021. 8. 14. 07:30까지는 순찰1팀이, 그 이후부터 같은 날 18:30까지는 순찰2팀이 근무하였다.

나. 고양시 덕양구 ○○동에 거주하는 소외 1은 2021. 8. 14. 04:27경 112신고를 하려 하였으나 전화연결이 되지 않자 04:28경 ○○파출소로 전화하여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라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다. 소외 1의 신고를 접수한 경위 소외 2는 112시스템에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입력하지 않고 ‘시비’로 입력하였다. 한편 순찰1팀 팀원인 원고와 순경 소외 3은 소외 2로부터 신고내용을 전달받은 후 04:32경 소외 1이 거주하는 빌라(지하층)로 출동하였다(이하 ‘1차 현장출동’이라 한다).

한편 소외 1과 동거남인 소외 4의 가정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으로 지정(A등급 5회, B등급 3회)되었다가 해제된 고위험가정이었다.

다. 소외 1이 주거지에 도착한 원고와 소외 3에게 동거남인 소외 4를 내보내달라고 요구하자, 원고는 소외 4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 “아주머니 때린 적 있어요?”라고 물었다. 소외 4는 원고에게 “안 때렸어요. 아픈 사람을 어떻게 때려요.”라고 말하며 폭행사실을 부인하였고, 소외 3에게는 “술에 취해 언성이 높아졌다.”라고 말하였다. 원고가 다시 소외 1에게 가 “남편 분에게 맞았어요?”라는 질문을 하고 자필 진술서 양식을 제시하였는데, 소외 1은 원고의 물음에 대답하거나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소외 4를 거주지 밖으로 내보내달라는 의미로 손을 흔들기만 하였다. 당시 원고는 소외 1과 주거지의 상태를 점검하였는데, 소외 1의 얼굴과 팔 등에 상처가 나 있거나 기물이 파손되어 있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원고는 소외 4에게 “아주머니가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하는데, 밖에 나가서 자고 들어올래요?”라고 물었고, 소외 4는 “알았어요.”라고 답하였다. 원고와 소외 3은 같은 날 04:54경 소외 4를 순찰차에 탑승시켜 인근 숙박업소로 데리고 갔는데, 소외 4는 숙박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투숙하기를 거부하였다. 그러자 원고와 소외 3은 소외 4를 ○○동 행정복지센터 쉼터 앞 벤치에 내려주고 “술을 깨고 들어가라.”라는 말을 남긴 후 복귀하였다.

소외 3은 파출소에 복귀하여 112시스템에 입력된 사건종별 코드 ‘시비’를 그대로 둔 채, ‘종결사항’란에 “관련자(소외 4를 의미한다)는 관내 상습 주취자로 술에 취해 언성이 높아졌다고 진술하였음. (중략) 관련자와 신고자(소외 1을 의미한다)를 분리조치한 후 종결함.”이라고 기재하였다.

라. 소외 1은 같은 날 05:48경 ○○파출소에 ‘동거남이 다시 왔다.’는 신고전화를 하여 소외 2가 신고를 접수하였다. 원고와 소외 3은 05:52경 재차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다(이하 ‘2차 현장출동’이라 한다).

원고는 소외 4가 주거지 출입문 앞 계단에 쭈그린 상태로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소외 4를 깨워 “왜 벌써 왔느냐?”라고 물었는데, 소외 4가 “죄송해요. 문을 안 열어줘요. 조용히 자다가 술 깨면 들어갈게요.”라고 말하여 원고는 소외 4에게 “술이 깨면 들어가라.”라고 주의를 준 후 소외 3과 함께 파출소로 복귀하였다. 당시 원고는 소외 1의 주거지 현관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유선으로 소외 1과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연결이 되지 아니하여 소외 1이 재차 신고한 경위나 피해 상황 등은 청취하지 못한 채 그대로 파출소로 복귀하였다.

마. 원고와 소외 3은 파출소로 복귀한 직후 다시 소외 1의 신고전화를 받고 같은 날 06:01경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고(이하 ‘3차 현장출동’이라 한다), 주거지 문 앞에서 자고 있는 소외 4에게 “왜 문 열어달라고 해요?”라고 물었다. 소외 4는 “죄송합니다. 안 그럴게요. 술 깨고 들어갈게요.”라고 대답하였고, 원고는 “제발 그러지 마라.”라고 말한 후 파출소로 복귀하였다. 소외 3은 112시스템에 사건종별 코드를 ‘시비’로 입력하였다.

한편 소외 1은 그사이인 05:57경 ○○파출소에 ‘출동 경찰관과 통화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06:03경 ‘소외 4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묻는 내용으로 전화를 하였다. 소외 1은 원고와 소외 3이 복귀한 후인 06:10경 다시 ○○파출소에 ‘소외 4가 어디에 있는지’를 문의하는 전화를 하였다. 원고는 ‘소외 4가 집 밖에서 자도록 조치하였으니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다시 찾아오면 신고하라.’고 상담·안내하였다.

바. ○○파출소 순찰1팀은 같은 날 07:20경 순찰2팀과 근무교대를 하였다. 순찰1팀의 팀장인 경감 소외 5는 근무교대 당시 업무 인계서에 소외 1의 신고전화 내용을 중요 취급사항 및 조치 필요사항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소외 1은 07:20경, 07:23경, 07:29경 ○○파출소에 ‘소외 4가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고, 순찰2팀원인 경위 소외 6과 순경 소외 7은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다. 소외 6과 소외 7은 소외 4가 주거지 뒤편에서 다른 주민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였고, 주거지 창문을 통해 소외 1의 안전을 확인한 후 복귀하였다.

소외 1은 07:47경 재차 ○○파출소에 ‘동거남이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며 신고하였고, 소외 6과 소외 7은 현장에 출동하여 소외 4에게 “소란행위를 계속하면 경범죄로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하겠다.”라고 경고한 후 복귀하였다.

소외 1은 08:23경 ○○파출소에 ‘동거남을 왜 데려가지 않느냐?’는 문의전화를 하였고, 위 문의전화를 받은 순경 소외 8은 ‘출입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내용으로 상담하였다.

소외 1은 08:47경 다시 ○○파출소에 ‘소외 4가 자신을 폭행한 것으로 치고 소외 4를 체포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순경 소외 9는 ‘허위진술로는 신고 접수를 할 수 없다.’고 안내하였다.

사. 소외 4는 같은 날 08:54경 주거지 안방 창문의 방범 철조망을 뜯어내고 주거지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고, 09:10경 다시 주거지로 들어가 소외 1과 술을 마셨다. 소외 4는 09:20경 소외 1이 약 4시간 동안 주거지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나 벽을 기대고 앉아 있던 소외 1의 얼굴 부위를 수회 폭행하여 소외 1의 머리가 벽에 부딪히게 하였다.

소외 1은 09:28경 ○○파출소에 전화하여 “제가 신고를 했었나요?”라고 반복적으로 물어보며 횡설수설하다가 전화를 끊었고, 그 후 사망하였다.

소외 4는 2021. 8. 15. 16:07경 ○○파출소에 전화하여 “아내를 죽인 것 같다.”, “어제 때리긴 때렸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사망해 있다.”라고 알렸고, 17:10경 긴급체포 되었다.

아. 소외 4는 2021. 11. 10.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상해치사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2021고합212),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자. 원고는 위 사건과 관련하여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 피고는 2021. 12. 22.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2021. 8. 14. 접수된 112신고사건과 관련하여 현장 출동하였는바, 가족구성원 간 시비를 인지하였으면 관계지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도 정정하지 아니하여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등 직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른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견책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소청심사위원회는 2022. 4. 11. 위 견책의 징계처분을 불문경고로 변경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변경된 징계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원심의 판단

제1심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원고로서는 소외 4의 퇴거 후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소외 1과 소외 4 사이에 시비가 있었음을 인지하거나 장차 가정폭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설령 원고가 소외 1과 소외 4 사이에 시비가 있었음을 인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소외 1의 주거지에서 당시 상황에서 고려될 수 있는 가정폭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강구하였으므로 경찰공무원으로서 성실의무를 위반하여 직무를 태만히 수행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경찰 지침인 「가정폭력범죄 단계별 대응모델 추진 계획」 및 「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을 위반하여 이 사건 각 현장출동 당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의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으므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인간의 존엄성은 최고의 헌법적 가치이자 국가목표규범으로서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므로, 국가는 인간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헌법 제10조). 또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과 아울러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의무를 부담한다(헌법 제36조 제1항). 가정은 인간의 내밀한 사적 영역으로서 국가의 개입이 자제되어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정공동체 구성원의 생명과 안전에 터 잡아 그들의 인간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이므로, 국가는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가정을 더 이상 내밀한 사적 영역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가정 내에서 발생한 폭력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하여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와 같은 기본권 보호의무는 입법, 행정, 사법 등의 모든 국가작용을 구속한다.

특히 가정폭력은 매우 사적이고 은밀한 성격을 띠고 있어 잘 노출되지 않는 특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무기력해진 상태의 피해자는 가해자의 폭력을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끼거나 가정구성원과의 관계 악화 또는 가정 해체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으로 인해 심각한 폭력 상황을 감수하려는 성향을 보이기도 하며, 피해사실을 진술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가정구성원 간의 폭언, 욕설, 조롱, 모욕 등과 같은 언어적·정서적 학대는 그 자체로도 가정폭력에 해당할 뿐 아니라 언제든지 신체적·재산적 피해를 수반하는 범죄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정폭력의 징후가 발견된 초기에 국가의 적절한 대응 조치가 취하여지지 않으면 그에 따른 피해는 점차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

2)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의 이행을 구체화화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 한다)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정폭력방지법’이라 한다)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가정폭력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하고 가정보호사건 등을 규율하는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르면,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고, 가정폭력범죄란 ‘가정폭력으로서 형법 제257조(상해, 존속상해)의 죄 등 제2조 제3호 각 목에 열거된 죄’를 말한다(제2조). 진행 중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즉시 현장에 나가 폭력행위의 제지 및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 현행범인의 체포 등 범죄수사, 피해자의 상담소·보호시설 또는 의료기관 인도 등의 응급조치를 취해야 하고(제5조), 사법경찰관은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임시조치를 신청하거나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제8조제8조의2). 가정폭력의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르더라도, 사법경찰관리는 가정폭력범죄의 신고가 접수된 때 지체 없이 가정폭력의 현장에 출동하여 관계인에 대하여 조사를 하거나 질문할 수 있고, 이때 피해자·신고자·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행위자로부터 분리된 곳에서 조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9조의4).

3) 한편 경찰청은 가정폭력에 대한 초동대응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내실 있게 보호하고자 2019. 5.경 가정폭력에 대한 초동조치, 수사, 사후관리 등 단계별 표준 대응모델을 확립한「가정폭력범죄 단계별 대응모델 추진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이에 따라 가정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의 단계별 행동요령을 상세히 기재한「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을 발간·시행하였다(이하 통틀어 ‘경찰청 관계지침’이라 한다).

경찰청 관계지침에 따르면, 신고접수 경찰관은 신고내용을 통해 가정폭력 사건임이 확인되는 경우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입력하고, 현장출동 경찰관이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지령하여야 한다. 다만 신고내용 파악이 어렵거나 긴급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신속한 처리를 위해 임의의 사건종별 코드를 입력하고 현장출동 경찰관으로 하여금 우선 현장에 출동하여 추가정보를 수집하도록 지령할 수 있다.

현장출동 경찰관은 현장에 출입하여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피해상태를 조사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한 후, 원칙적으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범죄수사규칙 별지 제124호 서식, 현재는 ‘가정폭력 긴급임시조치 판단조사표’로 그 명칭이 변경되었다)를 작성하여야 한다. 현장출동 경찰관이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삼아 사건 기본정보, 범죄피해 유형, 가정폭력 재발 위험요인을 조사·평가한 결과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긴급임시조치를 하고 지체 없이 검사에게 임시조치를 신청하여야 한다. 또한 신고접수 당시에는 가정폭력 해당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더라도 현장에 출동하여 조사한 결과 가정폭력 사건임이 확인된 경우에는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여야 한다.

가정폭력 예방 및 사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학대예방 경찰관은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된 가정 중에서 가정폭력 재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가정을 그 정도에 따라 A등급과 B등급으로 나누어 ‘재발우려가정’으로 등록하고, 신고이력을 관리하며 필요에 따라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4) 앞서 살펴본 가정폭력 관련 법률과 경찰청 관계지침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신고접수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된 사건 또는 신고접수 단계에서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확인된 사건의 경우, 현장출동 경찰관은 ① 가정폭력 피해 상황을 조사할 때 피해자·신고자·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 가해자로부터 철저히 분리된 곳에서 조사하여야 하고, 허위·오인 신고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여야 하며, ② 가정폭력범죄의 재발 위험성을 판단할 때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현장 상황, 목격자나 주변인 등의 진술,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해 확인되는 기존 신고이력 및 재발우려가정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③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재산적 피해를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다툼·언쟁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재발 위험성을 판단하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분류하여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성실의무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서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두38167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신고접수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었거나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관한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태만히 한 것으로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앞서 본 사실관계와 그 밖에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관한 지령을 받고 수차례 현장에 출동하였음에도 현장출동 경찰관이 취하여야 할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되므로,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소외 1의 최초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112시스템에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이 아니라 ‘시비’로 입력하였다. 원고와 소외 3이 1차 현장출동을 하였을 당시 소외 1과 소외 4가 말다툼을 하거나 시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소외 1은 술에 취하여 원고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원고가 소외 1과 주거지의 상태를 점검한 결과 신체적·재산적 피해가 발생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소외 1의 최초 신고내용은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는 것으로서 동거관계에 있는 남녀 사이에 다툼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고, 가정폭력처벌법상의 가정구성원 중 하나인 배우자에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 포함되며[제2조 제2호 (가)목], 당시 원고도 소외 4가 소외 1의 동거남이라는 전제에서 소외 1에게 “남편 분에게 맞았어요?”라고 질문하였다. 또 소외 4는 현장에서 폭행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술에 취해 언성이 높아졌다.”라고 진술하였고, 소외 1은 원고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진술서를 작성하지는 못했으나 소외 4를 주거지 밖으로 내보내달라는 의사를 신체동작으로 표시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와 소외 3은 1차 현장출동 당시 이 사건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피해자 겸 신고자인 소외 1과 가해자로 지목된 소외 4 사이의 다툼이 가정폭력에 해당하거나 장차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면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재발 위험성을 판단하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고는 소외 4를 소외 1과 분리하여 주거지 밖으로 퇴거시켰을 뿐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도 않았다.

나) 설령 원고와 소외 3이 1차 현장출동 당시에는 이 사건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 또는 소외 1과 소외 4 간의 다툼이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소외 4는 원고의 권유에 따라 소외 1의 주거지에서 퇴거한 지 1시간가량 지난 후 다시 소외 1의 주거지로 돌아와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등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계속하였고, 이러한 소외 4의 행동에 불안감을 느낀 소외 1이 파출소로 신고전화를 거듭하자 원고와 소외 3은 2차, 3차 현장출동을 하여 소외 1의 주거지 문 앞에서 자고 있는 소외 4를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소외 3이 1차 현장출동에서 복귀한 후 112시스템의 ‘종결사항’란에 기재한 내용을 보면, 원고와 소외 3은 소외 4가 상습 주취자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와 소외 3은 적어도 2차, 3차 현장출동 당시에는 이 사건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소외 1과 소외 4 사이의 다툼이 자칫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적어도 2차, 3차 현장출동 당시에는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되,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1차 현장출동 당시부터 3차 현장출동 당시까지의 객관적인 현장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발 위험성을 판단하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분류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고는 2차, 3차 현장출동 당시 소외 1과 대면하지 못하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자 추가정보를 수집하려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았고,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 원고는 단지 소외 4에게 ‘문 열어달라고 하지 마라. 술이 깨면 들어가라.’라는 취지로 주의만 주고 소외 4를 주거지 문 앞에 그대로 둔 채 파출소로 복귀하였으며, 이후 소외 1로부터 소외 4가 어디에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를 받자 ‘소외 4가 집 밖에서 자도록 조치하였으니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다시 찾아오면 신고하라.’고 안내하였을 뿐이다. 그뿐만 아니라 원고는 2차, 3차 현장출동 당시에도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않았고, 오히려 소외 3은 또 다시 112시스템에 사건종별 코드를 ‘시비’로 입력하였다.

다) 결국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세 차례의 현장출동을 통해 이 사건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소외 1과 소외 4 사이의 다툼이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의 진술을 제대로 청취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정폭력범죄의 재발 위험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여타 고려요소에 대한 조사 및 평가를 충실히 하지 아니하였다. 또 원고는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강구하는 데에도 소홀하였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가 속한 순찰1팀과 근무교대를 한 순찰2팀으로 하여금 이 사건에 대해 가정폭력 사건임을 전제로 하여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할 기회를 놓치게 하였다.

2)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서경환 신숙희(주심) 노경필


(출처 :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두33556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출처 : 대법원 선고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두33556 판결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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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의 가정폭력 사건 초동조치 미흡 시 징계사유 판단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두33556 판결
판결 요약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112신고에 현장 출동한 경찰관은 피해자 분리조사, 위험성 조사표 작성 등 경찰청 지침의 일련 조치를 충실히 해야 합니다. 이런 조치를 소홀히 하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가 가능합니다.
#경찰 성실의무 #가정폭력 신고 #위험성 조사표 #112사건코드 #초동조치 기준
질의 응답
1. 경찰관이 가정폭력 의심 신고에 사건코드를 '가정폭력'으로 입력하지 않으면 성실의무 위반인가요?
답변
신고내용이 사실상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현장에서 확인되면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바꾸지 않은 경우,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근거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두33556 판결은 112신고 접수 시 신고내용 실질이 가정폭력임이 확인되면 사건코드 변경 등 일련의 조치 미이행은 성실의무 위반임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2. 112신고에서 피해자가 구체적 진술을 거부해도 경찰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요?
답변
피해자의 진술이 소극적이더라도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고, 객관적 현장상황과 신고이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재발 위험성을 평가해야 합니다.
근거
2024두33556 판결은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반드시 위험성 조사표 작성 및 다양한 정보 종합 고려 필요를 명확히 했습니다.
3. 경찰관이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이 징계 사유로 인정되나요?
답변
네.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 작성 등 관련 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 직무 태만으로 간주되어 징계 사유가 충분히 인정됩니다.
근거
대법원 2024두33556 판결은 경찰청 지침에 따른 조치 미이행은 성실의무 위반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4. 단순 언쟁·다툼만 있어도 가정폭력 사건으로 분류해야 하나요?
답변
네, 신체·재산 피해 없는 다툼이나 언쟁도 위험성 조사표로 재발 위험을 평가하고, 필요시 사건코드를 '가정폭력'으로 정정해야 합니다.
근거
2024두33556 판결은 단순 언쟁도 위험성 평가·분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판결 전문


【판시사항】

신고접수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된 사건 또는 신고접수 단계에서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확인된 사건의 경우, 현장출동 경찰관이 취해야 할 조치의무의 내용 및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않은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가정폭력범죄 단계별 대응모델 추진 계획’, ‘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신고접수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된 사건 또는 신고접수 단계에서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확인된 사건의 경우, 현장출동 경찰관은 ① 가정폭력 피해 상황을 조사할 때 피해자·신고자·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 가해자로부터 철저히 분리된 곳에서 조사해야 하고, 허위·오인 신고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해야 하며, ② 가정폭력범죄의 재발 위험성을 판단할 때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현장 상황, 목격자나 주변인 등의 진술,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해 확인되는 기존 신고이력 및 재발우려가정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③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재산적 피해를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다툼·언쟁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재발 위험성을 판단하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분류해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성실의무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서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므로 신고접수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었거나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관한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않은 경우에는 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태만히 한 것으로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참조조문】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제5조제8조제8조의2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의4국가공무원법 제56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두38167 판결(공2018상, 329)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경기도북부경찰청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4. 1. 24. 선고 2023누5246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1991. 12. 28. 순경으로 임용되어 2013. 12. 1. 경위로 승진하였고, 2020. 8. 19.부터 경기도북부경찰청 고양경찰서 ○○파출소에서 근무하여 온 경찰공무원이다. ○○파출소는 2021. 8. 13. 18:30부터 2021. 8. 14. 07:30까지는 순찰1팀이, 그 이후부터 같은 날 18:30까지는 순찰2팀이 근무하였다.

나. 고양시 덕양구 ○○동에 거주하는 소외 1은 2021. 8. 14. 04:27경 112신고를 하려 하였으나 전화연결이 되지 않자 04:28경 ○○파출소로 전화하여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라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다. 소외 1의 신고를 접수한 경위 소외 2는 112시스템에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입력하지 않고 ‘시비’로 입력하였다. 한편 순찰1팀 팀원인 원고와 순경 소외 3은 소외 2로부터 신고내용을 전달받은 후 04:32경 소외 1이 거주하는 빌라(지하층)로 출동하였다(이하 ‘1차 현장출동’이라 한다).

한편 소외 1과 동거남인 소외 4의 가정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으로 지정(A등급 5회, B등급 3회)되었다가 해제된 고위험가정이었다.

다. 소외 1이 주거지에 도착한 원고와 소외 3에게 동거남인 소외 4를 내보내달라고 요구하자, 원고는 소외 4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 “아주머니 때린 적 있어요?”라고 물었다. 소외 4는 원고에게 “안 때렸어요. 아픈 사람을 어떻게 때려요.”라고 말하며 폭행사실을 부인하였고, 소외 3에게는 “술에 취해 언성이 높아졌다.”라고 말하였다. 원고가 다시 소외 1에게 가 “남편 분에게 맞았어요?”라는 질문을 하고 자필 진술서 양식을 제시하였는데, 소외 1은 원고의 물음에 대답하거나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소외 4를 거주지 밖으로 내보내달라는 의미로 손을 흔들기만 하였다. 당시 원고는 소외 1과 주거지의 상태를 점검하였는데, 소외 1의 얼굴과 팔 등에 상처가 나 있거나 기물이 파손되어 있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원고는 소외 4에게 “아주머니가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하는데, 밖에 나가서 자고 들어올래요?”라고 물었고, 소외 4는 “알았어요.”라고 답하였다. 원고와 소외 3은 같은 날 04:54경 소외 4를 순찰차에 탑승시켜 인근 숙박업소로 데리고 갔는데, 소외 4는 숙박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투숙하기를 거부하였다. 그러자 원고와 소외 3은 소외 4를 ○○동 행정복지센터 쉼터 앞 벤치에 내려주고 “술을 깨고 들어가라.”라는 말을 남긴 후 복귀하였다.

소외 3은 파출소에 복귀하여 112시스템에 입력된 사건종별 코드 ‘시비’를 그대로 둔 채, ‘종결사항’란에 “관련자(소외 4를 의미한다)는 관내 상습 주취자로 술에 취해 언성이 높아졌다고 진술하였음. (중략) 관련자와 신고자(소외 1을 의미한다)를 분리조치한 후 종결함.”이라고 기재하였다.

라. 소외 1은 같은 날 05:48경 ○○파출소에 ‘동거남이 다시 왔다.’는 신고전화를 하여 소외 2가 신고를 접수하였다. 원고와 소외 3은 05:52경 재차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다(이하 ‘2차 현장출동’이라 한다).

원고는 소외 4가 주거지 출입문 앞 계단에 쭈그린 상태로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소외 4를 깨워 “왜 벌써 왔느냐?”라고 물었는데, 소외 4가 “죄송해요. 문을 안 열어줘요. 조용히 자다가 술 깨면 들어갈게요.”라고 말하여 원고는 소외 4에게 “술이 깨면 들어가라.”라고 주의를 준 후 소외 3과 함께 파출소로 복귀하였다. 당시 원고는 소외 1의 주거지 현관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유선으로 소외 1과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연결이 되지 아니하여 소외 1이 재차 신고한 경위나 피해 상황 등은 청취하지 못한 채 그대로 파출소로 복귀하였다.

마. 원고와 소외 3은 파출소로 복귀한 직후 다시 소외 1의 신고전화를 받고 같은 날 06:01경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고(이하 ‘3차 현장출동’이라 한다), 주거지 문 앞에서 자고 있는 소외 4에게 “왜 문 열어달라고 해요?”라고 물었다. 소외 4는 “죄송합니다. 안 그럴게요. 술 깨고 들어갈게요.”라고 대답하였고, 원고는 “제발 그러지 마라.”라고 말한 후 파출소로 복귀하였다. 소외 3은 112시스템에 사건종별 코드를 ‘시비’로 입력하였다.

한편 소외 1은 그사이인 05:57경 ○○파출소에 ‘출동 경찰관과 통화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06:03경 ‘소외 4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묻는 내용으로 전화를 하였다. 소외 1은 원고와 소외 3이 복귀한 후인 06:10경 다시 ○○파출소에 ‘소외 4가 어디에 있는지’를 문의하는 전화를 하였다. 원고는 ‘소외 4가 집 밖에서 자도록 조치하였으니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다시 찾아오면 신고하라.’고 상담·안내하였다.

바. ○○파출소 순찰1팀은 같은 날 07:20경 순찰2팀과 근무교대를 하였다. 순찰1팀의 팀장인 경감 소외 5는 근무교대 당시 업무 인계서에 소외 1의 신고전화 내용을 중요 취급사항 및 조치 필요사항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소외 1은 07:20경, 07:23경, 07:29경 ○○파출소에 ‘소외 4가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고, 순찰2팀원인 경위 소외 6과 순경 소외 7은 소외 1의 주거지로 출동하였다. 소외 6과 소외 7은 소외 4가 주거지 뒤편에서 다른 주민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였고, 주거지 창문을 통해 소외 1의 안전을 확인한 후 복귀하였다.

소외 1은 07:47경 재차 ○○파출소에 ‘동거남이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며 신고하였고, 소외 6과 소외 7은 현장에 출동하여 소외 4에게 “소란행위를 계속하면 경범죄로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하겠다.”라고 경고한 후 복귀하였다.

소외 1은 08:23경 ○○파출소에 ‘동거남을 왜 데려가지 않느냐?’는 문의전화를 하였고, 위 문의전화를 받은 순경 소외 8은 ‘출입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내용으로 상담하였다.

소외 1은 08:47경 다시 ○○파출소에 ‘소외 4가 자신을 폭행한 것으로 치고 소외 4를 체포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순경 소외 9는 ‘허위진술로는 신고 접수를 할 수 없다.’고 안내하였다.

사. 소외 4는 같은 날 08:54경 주거지 안방 창문의 방범 철조망을 뜯어내고 주거지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고, 09:10경 다시 주거지로 들어가 소외 1과 술을 마셨다. 소외 4는 09:20경 소외 1이 약 4시간 동안 주거지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나 벽을 기대고 앉아 있던 소외 1의 얼굴 부위를 수회 폭행하여 소외 1의 머리가 벽에 부딪히게 하였다.

소외 1은 09:28경 ○○파출소에 전화하여 “제가 신고를 했었나요?”라고 반복적으로 물어보며 횡설수설하다가 전화를 끊었고, 그 후 사망하였다.

소외 4는 2021. 8. 15. 16:07경 ○○파출소에 전화하여 “아내를 죽인 것 같다.”, “어제 때리긴 때렸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사망해 있다.”라고 알렸고, 17:10경 긴급체포 되었다.

아. 소외 4는 2021. 11. 10.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상해치사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2021고합212),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자. 원고는 위 사건과 관련하여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 피고는 2021. 12. 22.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2021. 8. 14. 접수된 112신고사건과 관련하여 현장 출동하였는바, 가족구성원 간 시비를 인지하였으면 관계지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고 112시스템 신고 종별도 정정하지 아니하여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등 직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른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견책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소청심사위원회는 2022. 4. 11. 위 견책의 징계처분을 불문경고로 변경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변경된 징계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원심의 판단

제1심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원고로서는 소외 4의 퇴거 후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소외 1과 소외 4 사이에 시비가 있었음을 인지하거나 장차 가정폭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설령 원고가 소외 1과 소외 4 사이에 시비가 있었음을 인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소외 1의 주거지에서 당시 상황에서 고려될 수 있는 가정폭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강구하였으므로 경찰공무원으로서 성실의무를 위반하여 직무를 태만히 수행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경찰 지침인 「가정폭력범죄 단계별 대응모델 추진 계획」 및 「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을 위반하여 이 사건 각 현장출동 당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의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으므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인간의 존엄성은 최고의 헌법적 가치이자 국가목표규범으로서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므로, 국가는 인간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헌법 제10조). 또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과 아울러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의무를 부담한다(헌법 제36조 제1항). 가정은 인간의 내밀한 사적 영역으로서 국가의 개입이 자제되어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정공동체 구성원의 생명과 안전에 터 잡아 그들의 인간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이므로, 국가는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가정을 더 이상 내밀한 사적 영역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가정 내에서 발생한 폭력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하여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와 같은 기본권 보호의무는 입법, 행정, 사법 등의 모든 국가작용을 구속한다.

특히 가정폭력은 매우 사적이고 은밀한 성격을 띠고 있어 잘 노출되지 않는 특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무기력해진 상태의 피해자는 가해자의 폭력을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끼거나 가정구성원과의 관계 악화 또는 가정 해체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으로 인해 심각한 폭력 상황을 감수하려는 성향을 보이기도 하며, 피해사실을 진술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가정구성원 간의 폭언, 욕설, 조롱, 모욕 등과 같은 언어적·정서적 학대는 그 자체로도 가정폭력에 해당할 뿐 아니라 언제든지 신체적·재산적 피해를 수반하는 범죄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정폭력의 징후가 발견된 초기에 국가의 적절한 대응 조치가 취하여지지 않으면 그에 따른 피해는 점차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

2)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의 이행을 구체화화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 한다)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정폭력방지법’이라 한다)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가정폭력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하고 가정보호사건 등을 규율하는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르면,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고, 가정폭력범죄란 ‘가정폭력으로서 형법 제257조(상해, 존속상해)의 죄 등 제2조 제3호 각 목에 열거된 죄’를 말한다(제2조). 진행 중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즉시 현장에 나가 폭력행위의 제지 및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 현행범인의 체포 등 범죄수사, 피해자의 상담소·보호시설 또는 의료기관 인도 등의 응급조치를 취해야 하고(제5조), 사법경찰관은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임시조치를 신청하거나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제8조제8조의2). 가정폭력의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르더라도, 사법경찰관리는 가정폭력범죄의 신고가 접수된 때 지체 없이 가정폭력의 현장에 출동하여 관계인에 대하여 조사를 하거나 질문할 수 있고, 이때 피해자·신고자·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행위자로부터 분리된 곳에서 조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9조의4).

3) 한편 경찰청은 가정폭력에 대한 초동대응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내실 있게 보호하고자 2019. 5.경 가정폭력에 대한 초동조치, 수사, 사후관리 등 단계별 표준 대응모델을 확립한「가정폭력범죄 단계별 대응모델 추진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이에 따라 가정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의 단계별 행동요령을 상세히 기재한「가정폭력 대응 업무매뉴얼」을 발간·시행하였다(이하 통틀어 ‘경찰청 관계지침’이라 한다).

경찰청 관계지침에 따르면, 신고접수 경찰관은 신고내용을 통해 가정폭력 사건임이 확인되는 경우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입력하고, 현장출동 경찰관이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지령하여야 한다. 다만 신고내용 파악이 어렵거나 긴급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신속한 처리를 위해 임의의 사건종별 코드를 입력하고 현장출동 경찰관으로 하여금 우선 현장에 출동하여 추가정보를 수집하도록 지령할 수 있다.

현장출동 경찰관은 현장에 출입하여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피해상태를 조사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한 후, 원칙적으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범죄수사규칙 별지 제124호 서식, 현재는 ‘가정폭력 긴급임시조치 판단조사표’로 그 명칭이 변경되었다)를 작성하여야 한다. 현장출동 경찰관이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삼아 사건 기본정보, 범죄피해 유형, 가정폭력 재발 위험요인을 조사·평가한 결과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긴급임시조치를 하고 지체 없이 검사에게 임시조치를 신청하여야 한다. 또한 신고접수 당시에는 가정폭력 해당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더라도 현장에 출동하여 조사한 결과 가정폭력 사건임이 확인된 경우에는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여야 한다.

가정폭력 예방 및 사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학대예방 경찰관은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된 가정 중에서 가정폭력 재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가정을 그 정도에 따라 A등급과 B등급으로 나누어 ‘재발우려가정’으로 등록하고, 신고이력을 관리하며 필요에 따라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4) 앞서 살펴본 가정폭력 관련 법률과 경찰청 관계지침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신고접수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된 사건 또는 신고접수 단계에서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확인된 사건의 경우, 현장출동 경찰관은 ① 가정폭력 피해 상황을 조사할 때 피해자·신고자·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 가해자로부터 철저히 분리된 곳에서 조사하여야 하고, 허위·오인 신고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여야 하며, ② 가정폭력범죄의 재발 위험성을 판단할 때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현장 상황, 목격자나 주변인 등의 진술,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해 확인되는 기존 신고이력 및 재발우려가정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③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재산적 피해를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다툼·언쟁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재발 위험성을 판단하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분류하여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성실의무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서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두38167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신고접수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었거나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관한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태만히 한 것으로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앞서 본 사실관계와 그 밖에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관한 지령을 받고 수차례 현장에 출동하였음에도 현장출동 경찰관이 취하여야 할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되므로,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소외 1의 최초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112시스템에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이 아니라 ‘시비’로 입력하였다. 원고와 소외 3이 1차 현장출동을 하였을 당시 소외 1과 소외 4가 말다툼을 하거나 시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소외 1은 술에 취하여 원고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원고가 소외 1과 주거지의 상태를 점검한 결과 신체적·재산적 피해가 발생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소외 1의 최초 신고내용은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는 것으로서 동거관계에 있는 남녀 사이에 다툼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고, 가정폭력처벌법상의 가정구성원 중 하나인 배우자에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 포함되며[제2조 제2호 (가)목], 당시 원고도 소외 4가 소외 1의 동거남이라는 전제에서 소외 1에게 “남편 분에게 맞았어요?”라고 질문하였다. 또 소외 4는 현장에서 폭행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술에 취해 언성이 높아졌다.”라고 진술하였고, 소외 1은 원고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진술서를 작성하지는 못했으나 소외 4를 주거지 밖으로 내보내달라는 의사를 신체동작으로 표시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와 소외 3은 1차 현장출동 당시 이 사건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피해자 겸 신고자인 소외 1과 가해자로 지목된 소외 4 사이의 다툼이 가정폭력에 해당하거나 장차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면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여 재발 위험성을 판단하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고는 소외 4를 소외 1과 분리하여 주거지 밖으로 퇴거시켰을 뿐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도 않았다.

나) 설령 원고와 소외 3이 1차 현장출동 당시에는 이 사건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 또는 소외 1과 소외 4 간의 다툼이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소외 4는 원고의 권유에 따라 소외 1의 주거지에서 퇴거한 지 1시간가량 지난 후 다시 소외 1의 주거지로 돌아와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등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계속하였고, 이러한 소외 4의 행동에 불안감을 느낀 소외 1이 파출소로 신고전화를 거듭하자 원고와 소외 3은 2차, 3차 현장출동을 하여 소외 1의 주거지 문 앞에서 자고 있는 소외 4를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소외 3이 1차 현장출동에서 복귀한 후 112시스템의 ‘종결사항’란에 기재한 내용을 보면, 원고와 소외 3은 소외 4가 상습 주취자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와 소외 3은 적어도 2차, 3차 현장출동 당시에는 이 사건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소외 1과 소외 4 사이의 다툼이 자칫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적어도 2차, 3차 현장출동 당시에는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도구로 활용하되,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1차 현장출동 당시부터 3차 현장출동 당시까지의 객관적인 현장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발 위험성을 판단하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분류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고는 2차, 3차 현장출동 당시 소외 1과 대면하지 못하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자 추가정보를 수집하려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았고,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 원고는 단지 소외 4에게 ‘문 열어달라고 하지 마라. 술이 깨면 들어가라.’라는 취지로 주의만 주고 소외 4를 주거지 문 앞에 그대로 둔 채 파출소로 복귀하였으며, 이후 소외 1로부터 소외 4가 어디에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를 받자 ‘소외 4가 집 밖에서 자도록 조치하였으니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다시 찾아오면 신고하라.’고 안내하였을 뿐이다. 그뿐만 아니라 원고는 2차, 3차 현장출동 당시에도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않았고, 오히려 소외 3은 또 다시 112시스템에 사건종별 코드를 ‘시비’로 입력하였다.

다) 결국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세 차례의 현장출동을 통해 이 사건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소외 1과 소외 4 사이의 다툼이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의 진술을 제대로 청취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정폭력범죄의 재발 위험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여타 고려요소에 대한 조사 및 평가를 충실히 하지 아니하였다. 또 원고는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강구하는 데에도 소홀하였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가 속한 순찰1팀과 근무교대를 한 순찰2팀으로 하여금 이 사건에 대해 가정폭력 사건임을 전제로 하여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할 기회를 놓치게 하였다.

2)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서경환 신숙희(주심) 노경필


(출처 :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두33556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출처 : 대법원 선고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두33556 판결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