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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건설업체 대표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대형 공공공사에 하도급으로 참여했는데, 원래 설계에 없던 추가 공사를 수차례 지시받았다고 합니다. 공사는 이미 마무리 단계인데, 추가 공사비를 별도로 청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건설공사 클레임이라는 절차를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설계 변경, 공기(공사 기간) 연장, 추가 비용 발생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정식으로 클레임을 제출해 본 경험이 있는 시공사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절차를 모르거나, 시기를 놓치거나, 서류 준비가 미비해서 정당한 공사대금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건설공사 클레임 제출 절차를 단계별로 정리하겠습니다. 각 단계에서 필요한 서류, 소요 기간, 비용까지 구체적으로 안내드립니다.
건설공사 클레임(Construction Claim)이란, 계약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계약 조건의 변경이나 추가 비용 보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국내 건설공사에서 가장 흔한 클레임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요 클레임 유형
-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 청구
- 발주자 귀책사유로 인한 공기 연장 및 간접비 청구
- 물가 변동(에스컬레이션)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 현장 조건 상이(예: 예상과 다른 지반 조건)에 따른 비용 청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5조는 설계 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근거를, 건설산업기본법 제34조는 하도급대금 지급 관련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민간공사의 경우 계약서상 클레임 조항이 법적 근거가 되며, 공공공사는 공사계약 일반조건(기획재정부 계약예규)이 핵심 기준이 됩니다.
클레임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추는 기한 내 서면 통지입니다. 많은 시공사가 이 단계를 놓쳐 클레임 자체를 상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공공사의 경우, 공사계약 일반조건에서는 클레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통상 14일 이내에 발주자에게 서면으로 클레임 의사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간공사는 계약서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7일에서 28일 이내를 기한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통지서에는 클레임 사유의 개요, 영향을 받는 공사 범위, 예상 추가 비용 및 공기 연장 기간의 개략적 내용을 포함해야 합니다.
실무 주의사항: 구두 통보만으로는 법적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내용증명 또는 공문 형태로 발송하고, 발송 일시와 수령 확인을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이메일 통지의 경우에도 수신 확인을 받아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통지 이후에는 클레임을 뒷받침할 근거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자료가 충분히 준비된 클레임과 그렇지 못한 클레임의 인정률 차이는 상당합니다.
수집해야 할 핵심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필수 수집 자료 목록
- 원 계약서 및 설계도서 (변경 전후 대비용)
- 설계 변경 지시서, 현장 지시서, 감리 지시서 등 지시 문서
- 현장 일지, 작업 일보, 장비 투입 기록
- 자재 구매 영수증, 노무비 지급 내역 등 비용 증빙
- 공정표(CPM 스케줄) 변경 전후 비교 자료
- 현장 사진 및 영상 자료 (촬영 일시 포함)
- 기상 자료, 민원 기록 등 외부 요인 증빙
자료 수집과 동시에 추가 공사비를 산출해야 합니다. 직접 공사비(자재비, 노무비, 장비비)뿐 아니라, 간접비(현장관리비, 본사관리비)와 이윤까지 포함하여 산정합니다. 공기 연장 클레임의 경우, 연장된 기간에 비례하는 간접비를 일당 단가로 환산하여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클레임 보고서(Claim Report)를 작성합니다. 보고서는 클레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문서로, 논리적 구성과 객관적 근거 제시가 생명입니다.
보고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클레임 사유의 개요입니다. 언제, 어떤 사유로 추가 비용이나 공기 연장이 발생했는지를 명확히 기술합니다.
둘째, 계약적 근거입니다. 해당 클레임이 계약서 어느 조항에 근거하는지, 관련 법령 규정은 무엇인지를 적시합니다. 공공공사라면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19조(설계변경), 제23조(물가변동) 등을 구체적으로 인용합니다.
셋째, 비용 산출 내역입니다. 자재비, 노무비, 경비, 일반관리비, 이윤 등을 항목별로 세분화하여 제시합니다. 금액은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넷째, 공기 영향 분석입니다. 공기 연장을 수반하는 클레임이라면, 공정표(CPM) 분석을 통해 실제 지연이 발생한 경위와 기간을 입증합니다.
보고서 작성이 완료되면 발주자(또는 원도급자)에게 공식 제출합니다. 제출 시에는 접수 확인서를 반드시 수령하고, 제출 일자를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클레임 보고서를 제출하면, 발주자 측에서 내부 검토를 거쳐 답변을 통보합니다. 공공공사의 경우 발주자의 검토 기간은 통상 30일에서 60일 정도 소요됩니다.
발주자가 클레임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면, 설계 변경 또는 계약금액 조정 절차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발주자가 클레임 금액을 상당 부분 감액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 경우 양 당사자 간 협상(Negotiation)이 이루어집니다.
협상 과정에서 유의할 점은, 원래 청구 금액의 근거를 포기하지 않되, 현실적인 타협점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클레임 청구 금액의 60~80% 수준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에 이르면 변경계약서 또는 합의서를 체결합니다. 이때 합의 내용에 향후 동일 사유로 추가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권리포기 조항(Waiver)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합의서 문구를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협상이 결렬되면, 법적 분쟁 해결 절차로 넘어갑니다. 건설공사 클레임 분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절차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조정입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69조에 근거하여 설치된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 수수료는 청구 금액에 따라 다르며, 통상 10만~50만원 수준입니다. 조정 기간은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가 원칙이나, 실무적으로 3~6개월 소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입니다. 계약서에 중재 조항이 있는 경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재 판정은 법원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집니다. 중재 비용은 청구 금액의 규모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차이가 크며, 소요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1년입니다.
셋째, 법원 소송입니다. 조정이나 중재로 해결되지 않거나, 별도의 분쟁 해결 조항이 없는 경우 민사소송을 제기합니다. 건설 소송은 감정 절차가 수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1심만 1년 6개월~3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소송 비용은 인지대, 송달료, 감정 비용, 변호사 보수를 합하면 상당한 금액에 이를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건설업체 대표분의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해당 업체는 추가 공사 지시를 받은 시점에 서면 통지를 하지 않았고, 현장 일지에도 추가 공사 내역이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클레임의 근거 자체가 약해진 것입니다.
클레임 성공의 3대 원칙
1. 기한 엄수: 통지 기한을 하루라도 넘기면 클레임 자체가 부인될 수 있습니다.
2. 기록 습관: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경 사항을 일지와 사진으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분쟁이 발생한 후에는 이미 늦습니다.
3. 전문가 조력: 클레임 보고서의 논리적 완성도와 법적 근거의 정확성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 크게 향상됩니다. 특히 청구 금액이 1억 원을 넘는 경우에는 건설 분쟁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초기 단계부터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건설공사 클레임은 단순히 서류를 제출하는 행위가 아니라, 계약과 법률에 기반한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각 단계를 빠짐없이 밟아 나간다면, 추가 공사비나 공기 연장에 따른 비용을 적정하게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