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추가 공사는 거의 매번 발생합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건설공사의 약 70% 이상에서 설계 변경이나 추가 공사가 수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추가 공사의 합의 과정입니다. 현장이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기존 거래 관계에 대한 신뢰 때문에 서면 계약 없이 구두로만 합의한 뒤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구두 합의만으로는 추가 공사대금을 받아내기 극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핵심은 입증 전략에 있습니다.
건설공사 도급계약은 민법상 낙성계약(합의만으로 성립하는 계약)에 해당합니다. 법률적으로 반드시 서면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구두로 "이 부분 추가로 해 달라, 비용은 따로 정산하겠다"고 합의했다면 그 자체로 계약은 유효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건 계약의 성립 여부가 아닙니다. 합의 내용의 존재와 범위를 누가 입증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민사소송에서 입증책임은 권리를 주장하는 쪽, 즉 추가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수급인(시공자) 측에 있습니다.
핵심 구조
수급인이 입증해야 할 사항은 세 가지입니다.
1) 추가 공사에 대한 합의가 존재했다는 사실
2) 해당 공사가 당초 계약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
3) 추가 공사의 구체적 내역과 대금 액수
발주자 측은 거의 예외 없이 "추가 공사를 지시한 적 없다" 또는 "원래 계약 범위 안에 포함된 공사였다"고 다툽니다. 서면이 없으면 이 반론을 무너뜨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추가 공사대금 청구 소송의 패소 원인을 분석하면, 공통적인 패턴이 보입니다.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법원이 구두 합의의 존재를 인정한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된 증거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수급인과 하수급인 사이의 관계, 즉 하도급거래에 해당하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3조는 서면 발급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원수급인이 서면 없이 추가 공사를 지시한 경우 오히려 원수급인의 의무 위반이 됩니다.
하도급법 제3조의2에 따르면, 서면이 교부되지 않은 경우 하수급인이 추후 작성한 서면의 내용이 추정력을 갖습니다. 쉽게 말해, 하수급인이 "추가 공사 지시가 있었고 대금은 얼마였다"고 서면으로 작성해 원수급인에게 보내면, 원수급인이 15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그 내용이 사실로 추정됩니다.
하도급법 적용 요건
원사업자(연매출 또는 상시근로자 수 기준)와 수급사업자의 사업 규모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동일 규모 사업자 간 거래에는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자신의 거래가 하도급법 적용 대상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구두 합의의 존재를 입증했더라도, 구체적인 대금 액수까지 합의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추가 공사 해 달라. 비용은 알아서 맞추자"는 식의 합의가 대표적입니다.
이 경우 법원은 감정을 통해 적정 공사대금을 산정합니다. 감정 비용은 통상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이상까지 소요되며, 감정 기간도 3~6개월이 걸립니다. 감정 결과가 수급인의 청구 금액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도 빈번하므로, 처음부터 적정 단가 산출 근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설공사 표준품셈이나 시중 노임단가 자료를 기준으로 내역서를 작성해 두면, 감정 단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미 구두 합의만으로 추가 공사를 진행한 상황이라면, 다음의 조치를 즉시 취해야 합니다.
추가 공사 분쟁을 원천적으로 예방하려면, 아무리 소규모 추가 공사라도 최소한 다음 사항이 기재된 서면(이메일, 카카오톡 포함)을 남겨야 합니다.
이 네 가지만 명시되어 있어도, 분쟁 발생 시 입증 난이도는 극적으로 낮아집니다. 정식 계약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카카오톡으로 위 내용을 정리해 보내고 상대방이 "알겠다"고 회신한 기록만 있어도 법적으로 충분한 서면 합의로 볼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의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구두 합의에만 의존하는 것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공사대금을 증거 없이 날릴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같습니다. 법적 보호를 받으려면, 최소한의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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