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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 건설·공사대금·하도급 2026.04.30 조회 119

현장소장이 한 약속, 회사도 책임져야 할까? 대리권한의 범위

강주미 변호사
법률사무소 온유 · 서울특별시 서초구

건설 현장에서 공사대금이나 추가 공사 범위를 두고 분쟁이 생기면, 하도급업체 입장에서 가장 답답한 상황 중 하나가 있습니다. 현장소장과 분명히 합의했는데, 뒤늦게 원도급사(원청)가 "그건 현장소장 개인이 한 것이지, 회사가 승인한 적 없다"고 발뺌하는 경우입니다. 공사대금 수억 원이 걸린 문제에서 이런 일을 겪으시면 정말 막막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건설 현장소장의 대리 권한 범위가 실제 분쟁에서 어떻게 판단되는지, 어떤 경우에 회사가 책임을 지고 어떤 경우에 책임을 면하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현장소장,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가지나요

건설공사에서 현장소장(현장대리인)은 건설산업기본법 제40조에 따라 시공 현장에 배치되는 인력입니다. 법률상 현장소장의 역할은 "시공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즉, 공사의 품질 관리, 안전 관리, 공정 관리 등 기술적 사항을 총괄하는 것이 본래 업무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현장소장이 하도급업체와 공사 범위를 조율하고, 추가 공사를 구두로 지시하며, 기성금(공사 진행분에 대한 대금) 확인서에 서명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회사 대표이사가 모든 현장을 일일이 챙길 수 없으니, 사실상 현장소장에게 상당한 권한이 위임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핵심 쟁점

현장소장의 행위가 회사(원도급사)를 법적으로 구속하는가, 아니면 권한 없는 개인 행위에 불과한가 -- 이것이 공사대금 분쟁의 핵심입니다.

표현대리와 묵시적 대리권 --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쟁점

민법 제125조부터 제129조까지 규정된 표현대리(표견대리) 법리가 이 문제의 열쇠입니다. 쉽게 말해, 실제 대리권이 없더라도 상대방(하도급업체)이 "이 사람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회사가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리입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장소장이 회사를 대리하여 한 행위가 회사를 구속하는지 판단할 때, 아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현장소장의 직함, 명함, 직인 사용 여부
  • 과거에도 현장소장이 유사한 업무를 수행했고, 회사가 이를 묵인 또는 추인한 전례가 있는지
  • 문제된 행위가 현장소장의 통상적 업무 범위에 속하는지
  • 상대방(하도급업체)이 현장소장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과실이 없었는지
  • 회사 내부 결재 규정의 존재 및 상대방의 인지 여부

특히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회사가 알면서도 방치했느냐"입니다. 현장소장이 수개월간 하도급업체에 추가 공사를 지시하고, 그 결과물을 회사가 발주처에 기성 청구하며 수익을 얻었다면, 사후적으로 "현장소장에게 그런 권한을 준 적 없다"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법률적으로 묵시적 추인이라 합니다.

현장소장의 권한이 부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현장소장의 대리권한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도급업체 입장에서 이 부분을 간과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첫째, 계약 체결 자체에 대한 권한은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현장소장이 시공 관리 과정에서 하는 구두 지시(예: 마감재 변경, 부분 설계 조정)와 달리, 수천만 원 이상의 새로운 하도급 계약 체결은 통상적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대법원도 현장소장이 회사를 대리하여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할 권한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시를 여러 차례 한 바 있습니다.

둘째, 하도급업체가 현장소장의 권한 범위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데도 확인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예컨대 기존 계약서에 "계약 변경은 반드시 회사 대표이사 명의의 서면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면, 현장소장의 구두 합의만 믿고 공사를 진행한 하도급업체에도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셋째, 금액 규모가 클수록 대리권한 인정에 신중해집니다. 수백만 원 규모의 경미한 추가 공사는 현장소장의 통상적 재량 범위로 볼 여지가 있지만, 계약 총액의 30~50%에 달하는 대규모 설계 변경이나 추가 공사라면 별도의 회사 승인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경향입니다.

실무 포인트

금액 기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선은 없습니다. 다만 실무상 계약 금액의 10% 이상 변동이 발생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현장소장 단독 권한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다수입니다.

하도급업체가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공사대금 분쟁은 금액이 크고, 소송이 장기화되기 쉬운 영역입니다. 분쟁이 발생한 뒤에 증거를 확보하려 하면 이미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미리 챙기셔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추가 공사 지시는 반드시 서면으로 받으십시오. 현장소장의 구두 지시만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나중에 "그런 지시를 한 적 없다"는 주장에 대항하기 어렵습니다.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문자 등 어떤 형태든 기록이 남는 방식을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2. 현장소장의 권한 범위를 계약 단계에서 확인하십시오. 원도급사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때, "현장소장이 지시할 수 있는 사항의 범위"와 "회사 승인이 필요한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3. 대규모 변경 사항은 원도급사 본사의 확인을 받으십시오. 계약 금액이 상당 폭 변동되거나, 공사 기간이 크게 연장되는 사항이라면 현장소장의 서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원도급사 대표이사 또는 본사 담당 임원의 서면 확인을 받아 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4. 기성 확인서와 준공 관련 서류를 꼼꼼히 보관하십시오. 현장소장이 서명한 기성 확인서, 공사 진행 사진, 자재 반입 기록 등은 추후 분쟁 시 "회사가 추가 공사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원도급사 입장에서도 명확한 권한 설정이 필요합니다

현장소장의 대리권한 문제는 하도급업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도급사 역시 현장소장의 권한 범위를 내부적으로 명확히 설정해 두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은 추가 비용을 떠안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현장소장에게 발급하는 위임장에 권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이를 하도급업체에도 교부하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또한 사내 결재 시스템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변경 사항은 본사 승인을 거치도록 프로세스를 마련해 두면, 분쟁 발생 시 "현장소장에게 해당 권한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수월해집니다.

건설 현장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소장에게 어느 정도의 재량권은 불가피하게 부여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재량의 범위를 당사자 모두가 사전에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서면으로 남겨 두는 것입니다. 이 한 가지 습관이 수억 원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강주미
강주미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온유 · 서울특별시 서초구
현장소장의 대리권한 범위를 둘러싼 분쟁은 실무에서 매우 빈번하게 접하는 유형입니다. 대부분 서면 없이 구두 합의만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추가 공사 지시는 아무리 사소해도 기록으로 남기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분쟁이 시작되었다면 기존 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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