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재 가격이 출렁이는 시대에 에스컬레이션 조항(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없는 공사계약은 시공사에게는 폭탄이고, 발주자에게는 분쟁의 씨앗입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철근·시멘트·레미콘 가격 급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 되었고, 공사대금 분쟁의 양상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분쟁 패턴이 있습니다. 시공사가 공사 도중 "자재값이 30% 올랐다, 증액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발주자는 "계약은 계약이다, 도급금액은 확정금액이다"라고 맞서는 구도입니다. 결과는 공사 중단, 유치권 행사, 소송. 이 모든 비용은 결국 양측이 함께 지불합니다.
이 분쟁의 80% 이상은 계약서에 물가변동 조정 조항이 없거나, 있어도 모호하게 작성되어 발생합니다. 민간공사에서는 국가계약법상 물가변동 조정 규정이 자동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시공사는 원칙적으로 손실을 떠안아야 합니다.
핵심 포인트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는 국가계약법 제19조, 지방계약법 제22조에 따라 물가변동 조정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 도급계약은 다릅니다. 명시하지 않으면 "사정변경"을 들어 법원에 호소해야 하는데, 인정 문턱이 매우 높습니다.
판례 흐름을 보면 법원은 자재 가격 상승만으로는 사정변경 원칙에 따른 계약 변경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업자라면 물가 변동을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코로나19나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예외적 충격이 있어도, 단순 증액 청구는 대부분 기각됩니다.
결국 시공사가 살 길은 계약 단계에서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삽입하는 것 단 하나입니다. 분쟁이 터진 후에는 이미 늦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조항이 실효성이 있을까요. 실무에서 작동하는 조항의 요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관계로 가면 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원도급사가 발주자로부터 증액을 받았는데도 하수급인에게는 전가하지 않는 사례, 반대로 하수급인이 자재 부담을 다 떠안는 사례가 흔합니다. 하도급법 제16조의2는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 신청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행사하는 하수급인은 많지 않습니다. 거래 관계가 끊길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정 신청은 권리이고, 조합을 통한 대행 신청도 가능합니다.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협의를 거부하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대상이 됩니다. 하수급인이 이 권리를 모르고 손실을 떠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민간공사 표준계약서와 표준하도급계약서에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향후 5년 내에는 자재가 변동 조정 조항이 사실상 모든 도급계약의 디폴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표준약관에 90일 단위 자동 재산정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중소 시공사와 발주자도 이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계약서에 단 한 줄, 잘 짜여진 조정 조항을 넣는 것만으로 수억 원의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한 줄이 없어 도산하는 시공사가 매년 수백 곳입니다. 핵심만 다시 말씀드립니다. 자재가 에스컬레이션 조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