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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업 · 공정거래·가맹·하도급·대리점 2026.09.13 조회 5

하도급대금 못 받을 때, 분쟁조정협의회로 해결하는 법

손수혁 변호사
선우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시흥에서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는 A씨(52세)는 대형 기계설비 제조사인 B사로부터 부품 가공을 위탁받았습니다. 계약 금액은 8,400만 원. A씨는 두 달간 야근을 거듭하며 납품을 마쳤지만, B사는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납품 완료 후 넉 달이 지나도록 A씨가 받은 돈은 계약금 명목의 1,00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A씨처럼 하도급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수급사업자(일을 위탁받아 수행한 업체)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소송을 떠올리자니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고, 앞으로 거래가 끊길까 봐 망설이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입니다.

소송보다 먼저 떠올려야 할 조정 제도

A씨가 처음 찾아간 곳은 변호사 사무실이 아니라 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였습니다.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조정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조정원과 각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설치된 협의회가 그 창구 역할을 합니다.

조정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소송처럼 인지대나 송달료를 낼 필요가 없고, 변호사 선임이 필수도 아닙니다. 절차도 비교적 빠릅니다. 통상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양 당사자 동의 시 90일까지 연장)에 마무리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소송은 최소 1년입니다. 그동안 버틸 수 있으신가요?" A씨가 상담 현장에서 가장 먼저 들은 질문이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조정이 성립되어 작성된 조정조서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확정판결과 같은 힘을 갖기 때문에, 상대방이 조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소송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재산 압류 등)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A씨가 밟은 조정 신청 절차

A씨는 공정거래조정원에 온라인으로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신청서에는 분쟁 내용과 요구 사항을 적었고, 계약서와 발주서, 납품확인서, 세금계산서, 그리고 B사와 주고받은 문자와 이메일을 증빙으로 첨부했습니다. 실무에서 보면, 이 단계에서 서면 증거를 얼마나 꼼꼼히 갖추느냐가 조정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신청 대상
하도급대금 미지급, 부당 감액, 부당 반품 등 하도급법 위반 분쟁
필요 서류
계약서, 발주서, 납품확인서, 세금계산서, 대화 기록 등
처리 기간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 (합의 시 90일까지 연장 가능)
비용
무료 (변호사 선임 여부는 자유)

신청이 접수되자 협의회는 B사에 조정 절차 개시를 통지했습니다. 처음에 B사는 "대금 산정에 이견이 있다"며 방어했지만, A씨가 제출한 납품확인서와 B사 담당자의 승인 문자가 명확했기에 다툴 여지가 크지 않았습니다. 협의회 조정위원은 양측의 주장을 듣고 조정안을 제시했습니다.

조정이 결렬되면 그다음은

A씨의 경우, 세 차례 조정 회의 끝에 B사가 미지급 대금 7,400만 원을 3개월 분할로 지급하기로 하는 조정안에 합의했습니다. 조정조서가 작성되었고, A씨는 소송 없이 대금을 회수할 길을 확보했습니다. 만약 B사가 분할금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A씨는 조정조서를 근거로 곧바로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정은 어디까지나 양 당사자의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끝까지 응하지 않거나 사실관계에 큰 다툼이 있으면 조정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조정은 종결되고, 수급사업자는 민사소송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다른 방법을 택하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조정 신청이나 협의 진행 사실 자체가 소멸시효(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의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도급대금 채권은 시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할 수 있으므로, 미지급 상태가 길어지지 않도록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조정과 소송, 공정위 신고 중 어느 경로가 유리한지는 계약 구조와 증거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안을 정리해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손수혁
손수혁 변호사의 코멘트
선우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하도급 분쟁을 다루면서 보면, 조정 단계에서 사건을 매듭짓는 경우가 소송보다 회수 시점이 훨씬 빠릅니다. 다만 납품확인서와 대금 승인 기록 같은 서면 증거가 부족하면 조정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으니, 미지급이 확인된 즉시 증거를 정리해 두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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