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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건설 현장에서 자재 불량으로 인한 하자 분쟁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공동주택 하자 분쟁만 매년 4,000건을 웃돌고, 그중 상당수가 방수재·단열재·배관 자재의 품질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집을 짓거나 공사를 맡기신 분들 입장에서는 "분명 돈을 다 냈는데 왜 하자가 생기고,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는 답답함을 느끼실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게 되는 주제인 건설 자재 불량으로 인한 하자 책임 분담 문제를 함께 차근차근 살펴보려 합니다.
자재 하자가 어려운 이유는 공사에 관여하는 당사자가 여럿이기 때문입니다. 자재를 만든 제조업체, 그것을 납품한 공급업체, 실제 시공한 시공사(수급인), 그리고 그 자재를 지정했을 수도 있는 발주자(도급인)까지 얽혀 있습니다.
하자가 발생했을 때 "자재 자체가 불량이었는지", "시공 과정에서 잘못 쓴 것인지", "애초에 발주자가 잘못된 자재를 지정한 것인지"에 따라 책임의 무게추가 전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지요. 상담 현장에서 보면, 바로 이 "원인 규명"에서 분쟁이 시작되고 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민법 제667조는 도급인에게 하자가 있을 때 수급인(시공사)에게 하자보수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발주자 입장에서 1차적으로 책임을 물을 상대는 원칙적으로 시공사입니다. 시공사는 자재를 선택하고 시공할 전문가로서의 주의의무를 지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별 책임 구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다만 현실은 교과서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누가 자재를 선택했는가"입니다.
민법 제669조는 중요한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하자가 도급인(발주자)이 제공한 재료 또는 도급인의 지시로 인해 생긴 경우에는 시공사가 하자담보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발주자가 특정 브랜드의 방수재를 꼭 써달라고 지정했고, 바로 그 자재의 품질 문제로 누수가 생겼다면 시공사의 책임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도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시공사가 그 자재가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발주자에게 알리지 않고 그대로 시공했다면, 면책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로서의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자재 불량 하자가 발생하면 "자재 지정 주체가 누구였는가", "시공사가 부적합성을 인식할 수 있었는가"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다투게 됩니다.
자재 불량 하자 사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자재 결함 때문인지, 시공 부실 때문인지"를 가려내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단열재의 성능 미달로 결로가 생긴 것인지, 시공 시 이음부 처리가 부실했던 것인지는 눈으로만 봐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전문 감정(하자 감정, 자재 성능 시험)입니다. 소송이나 분쟁조정 과정에서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나 감정 결과가 책임 비율을 나누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 감정 절차를 부담스러워하시지만, 객관적 자료 없이 말로만 다투면 책임 분담에서 불리해지기 쉽습니다.
건설 자재 하자 분쟁은 결국 "기록과 증거의 싸움"입니다. 공사 과정에서 사용한 자재의 시험성적서, 납품 내역, 자재 지정 관련 문서(설계도서·시방서·발주자 요청 문서), 그리고 시공 당시 사진이 충분히 남아 있다면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또한 하자담보책임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공사의 종류와 계약 내용에 따라 1년에서 10년까지 담보책임 기간이 달라지므로, 하자를 발견하셨다면 이 기간이 지나기 전에 내용증명 등으로 명확히 보수를 요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재 불량 하자는 원인 규명과 당사자 간 책임 분담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초기 대응의 방향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