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를 위해 끝까지 전력을 다하는 변호사, 소통이 잘 되는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을 접했습니다. 10년 넘게 건설 현장에서 일해 온 한 하도급업체 대표가, 공사 진행률 70%가 넘었는데도 원도급사로부터 기성금(공사 진행 정도에 따라 지급되는 공사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수개월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현장 인부 월급은 밀리고, 자재비 외상은 쌓이고, 결국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기성고 정산 분쟁은 건설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 유형 중 하나입니다. 공사 진척률에 대한 인식 차이,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 산정, 하자 공제 범위를 둘러싼 이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절차를 어려워하시는데, 실제로 어디서부터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를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기성고 정산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실무에서 밟아야 할 단계를 순서대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절차를 살펴보기 전에, 이 분쟁이 왜 복잡해지는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성고 정산에서 가장 자주 충돌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공사 진척률 산정 기준입니다. 발주자(또는 원도급사)와 수급인(하도급업체)이 바라보는 공정률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감리자의 기성 확인서가 있으면 비교적 명확하지만, 이마저 없는 현장이 적지 않습니다.
둘째, 설계 변경 및 추가 공사비 문제입니다. 공사 도중 설계가 변경되면 기성 산정 기준 자체가 달라지는데, 추가 공사 부분의 단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하자 보수비 공제 범위입니다. 원도급사가 하자를 이유로 기성금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겠다고 주장하면, 그 하자의 범위와 보수 비용을 놓고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합니다.
분쟁 해결의 출발점은 객관적인 자료 확보입니다. 공사 도급계약서, 설계도면, 내역서(산출내역서), 기성 확인서, 공사 일보, 현장 사진, 자재 입고 전표, 인건비 지급 내역 등을 빠짐없이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기성 검사 확인서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4조에 따라 수급인은 기성 부분에 대한 대가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발주자는 청구를 받은 날부터 일정 기한 내에 기성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기한을 도과한 경우 지연이자 청구의 근거가 됩니다.
자료가 정리되면 상대방에게 내용증명 우편으로 기성금 지급을 공식 청구합니다. 내용증명은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청구 사실과 시점을 증명하는 중요한 기록이 됩니다.
내용증명에는 공사명, 계약 금액, 기성 진행률, 청구 금액, 지급 기한, 미지급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합니다. 실무에서는 이 단계에서 상대방이 협상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이 적용되는 하도급 관계라면,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비용 부담 없이 전문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조정안에 양 당사자가 합의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일방이 조정안을 거부하면 조정이 불성립되므로, 이 경우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69조에 근거한 건설분쟁조정위원회는 건설 공사와 관련된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룹니다. 기성고 산정,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대금 조정, 하자 범위 등 기술적 쟁점까지 심리하므로 건설 분쟁에 특화된 절차라 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산하에 중앙건설분쟁조정위원회, 각 시도에 지방건설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분쟁 금액이 2억 원 이하인 경우 지방위원회에, 그 이상이면 중앙위원회에 신청합니다.
조정이 불성립되거나 상대방이 조정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공사대금 청구 소송에서는 기성고에 대한 감정(건축 감정)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수백만 원의 감정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편, 도급계약서에 중재 조항(대한상사중재원 중재로 해결한다는 약정)이 포함되어 있다면 소송 대신 중재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중재는 단심제로 진행되어 소송보다 기간이 짧지만, 불복 기회가 제한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공정률과 출래율의 차이를 구별해야 합니다. 공정률은 전체 공사 대비 완료된 비율을 의미하고, 출래율은 개별 공종(공사 종류)별로 실제 투입된 자재와 노무량을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법원 감정에서는 출래율 방식이 더 정밀한 산정 방법으로 인정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다음 사항들을 미리 점검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상 기성 지급 조건 확인: 월별 기성인지, 공정률 기성인지, 기성 검사 절차가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에 따라 청구 시점과 방법이 달라집니다. 계약서에 기성 지급 조건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의 기본 규정이 적용됩니다.
하도급법상 직접 지급 청구권 활용: 하도급법 제14조에 따라 원사업자(원도급사)가 하도급대금을 2회 이상 지급하지 않은 경우, 수급사업자(하도급업체)는 발주자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원도급사의 자금 사정과 무관하게 대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가압류를 통한 채권 보전: 상대방의 재산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판단되면, 소송 전이라도 가압류 신청을 통해 채권을 보전해 두어야 합니다. 공사대금 채권의 경우 발주자가 원도급사에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 채권을 가압류하는 방법도 실무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기성고 정산 분쟁은 사후 해결도 중요하지만, 계약 체결 시점에서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도급계약서에 기성 산정 기준(월별 또는 공정률별), 기성 검사 방법(감리자 확인 또는 자체 검수), 기성금 지급 기한(검사 완료 후 몇 일 이내), 지연이자율, 설계 변경 시 단가 조정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어야 합니다.
특히 하도급계약의 경우, 하도급법 제3조에 따라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공사 내용, 하도급대금, 지급 방법 및 시기 등을 반드시 기재해야 합니다. 구두 약속이나 모호한 조항은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기성고 정산 분쟁은 금액이 크고 쟁점이 기술적으로 복잡한 만큼, 초기 단계에서의 증거 확보와 전략 수립이 전체 결과를 좌우합니다. 각 단계의 특성과 소요 기간을 미리 파악해 두시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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