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를 위해 끝까지 전력을 다하는 변호사, 소통이 잘 되는 변호사
2020년 이후 전 세계 교역 환경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습니다. 국제무역 통계를 보면 팬데믹 초기 수개월간 주요국 간 물동량이 급감했고, 항만 봉쇄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수많은 국제계약의 이행이 지연되거나 중단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투어진 쟁점이 바로 불가항력(Force Majeure, 당사자의 통제를 벗어난 사유로 인한 이행 불능) 조항의 적용 여부였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코로나를 이유로 계약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면하려는 주장과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박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가 매우 많았습니다.
불가항력 조항의 핵심은,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경우 그 책임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데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 사태가 자동으로 불가항력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용 여부는 다음 세 가지 요소에 따라 결정됩니다.
정리하면, 계약서 문언에 전염병이나 정부의 봉쇄 조치가 포함되어 있고, 그로 인해 이행이 실제로 불가능해졌으며, 당사자가 이를 달리 피할 방법이 없었던 경우에 한해 불가항력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제계약의 경우, 어느 나라 법을 준거법(계약 해석과 분쟁 판단의 기준이 되는 법)으로 정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영미법계에서는 계약서에 명시된 불가항력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열거되지 않은 사유는 쉽게 인정되지 않으며, 별도로 '계약목적 좌절(frustration)' 법리가 적용되는지도 함께 검토됩니다. 반면 대륙법계는 사정변경이나 이행 곤란(hardship)의 개념을 통해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국제물품매매계약에 널리 적용되는 CISG(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 제79조는, 통제할 수 없고 예견할 수 없었던 장애로 인한 불이행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합니다. 다만 이 역시 장애의 예견 불가능성과 회피 불가능성을 당사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동일한 코로나 상황이라도 계약의 준거법이 영국법인지, 특정 대륙법계 국가의 법인지, 혹은 CISG가 적용되는지에 따라 면책 가능성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의외로 많이 간과되는 부분이 통지(notice) 의무입니다. 대부분의 불가항력 조항은 사유 발생 후 일정 기간 내에 상대방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요구합니다. 통지 기한을 넘기면, 설령 불가항력 사유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조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불가항력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그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봉쇄 명령, 공장 폐쇄 공문, 운송사의 선적 불가 통보 등 객관적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코로나로 어려웠다'는 사정만으로는 면책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팬데믹을 경험한 이후, 국제계약 실무에서는 불가항력 조항을 훨씬 정교하게 작성하는 흐름이 뚜렷해졌습니다. 전염병과 정부조치를 명시적으로 열거하는 것은 물론, 공급망 교란이나 운송 중단 같은 간접적 영향까지 포괄하도록 문언을 보완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아울러 단순 면책에 그치지 않고, 이행 지연 시 재협상 의무, 계약 조정 조항(hardship clause), 중재 합의 등을 함께 설계하여 분쟁을 사전에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사태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으므로, 계약 체결 단계에서 위험 배분을 명확히 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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